기고 / 사랑의 Touch (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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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사랑의 Touch (터치)
  • 편집부
  • 승인 2009.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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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연 영/ 교남학교 특수교육보조원

 특수학교에서 근무한지도 어느덧 5년이 되었다. 처음 장애우와 인연을 맺게 된 때가 생각난다. 한 때 직장 사내모임을 통해 장애인시설 봉사모임활동을 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 일을 시작하면서 장애우들에 대한 편견은 별로 없었다.


 처음 장애인들과 접하게 되었을 때, 무엇이든지 해주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잘 몰라 어색하게 함께 활동을 하거나 필요한 일을 해주고 돌아올 때도 많았다. 여러 시설에서 만났던 장애우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우리가 갈 때마다 우리를 너무 반기고 함께 놀고 싶어 하고 손도 잡고 팔짱도 끼고 우리 얼굴도 만지고 싶어 하고 봉사를 마치고 돌아갈 시간이 되면 팔짱을 낀 채로 또는 손을 잡고는 놓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서로 대화가 편하지는 않지만 사람의 정이 너무도 그리운 것 같았다. 의사표현도 서툴고 식사나 배변습관 등 신변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그 독특한 냄새와 왜들 그렇게 코들은 많이 흘리는지…이런저런 난감한 상황에 당황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특수학교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 봉사활동을 할 때는 필요한 시간에만 하던 일을 특수학교에 들어와 매일 하게 되니 처음엔 참 힘이 들었다. 몸은 힘들어도 아이들이 밉거나 싫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들은 나에게 감동과 사랑을 주었다.


 많은 감동의 추억들이 있지만 특히 기억나는 것이 나의 첫사랑 민수와의 추억이다. 민수는 자폐행동이 심한 아이였다. 무척이나 애를 먹였던 아이였지만 최선을 다해 내 방식의 애정표현을 해주었다. 내 첫사랑 민수는 처음엔 나의 애정표현을 귀찮아하고 거부하다가 결국엔 나의 끈질긴 애정공세에 넘어가주었다. 하루는 내가 몸살로 결근하고 그 다음날 출근을 해 미안한 마음에 어색하게 교실 뒤에 서있는데 나한테 오더니 나를 꼬~옥 안아주는 것이었다.

민수뿐만 아니라 평소엔 그렇게 반응도 잘 안 해주던 아이들이 나에게 뭐라 한마디씩 하는 것이었다. 한번 터지면 제어불능인 눈물인지라 참느라 애를 먹었던 감동의 추억이다. 그 후로 민수는 내 손을 잘 잡고 다녀 주었다. 어찌나 기특하든지 그 한 번의 감동으로 이전의 힘든 일과 이후에 힘든 일들을 완전히 덮어버렸다. 몇 해를 지나 민수가 집안사정으로 지방으로 전학을 가게 돼 며칠을 서운한 마음으로 지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도 해마다 새롭게 만나는 아이들은 나에게 감동과 사랑을 준다. 안경을 끼는 게 예쁘다고 말해주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끼지 말라고 쫓아다니며 말해주는 아이도 있다. 누구보다도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아이들이다. 이들과 함께 하면서 점점 느끼는 것이 있다.

나는 이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위치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 아이들을 통해 내가 배우고 받는 것도 많다는 것이었다. 내가 아이들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처럼 아이들도 나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준다. 어떨 땐 나를 위로도 해준다.


 아이들의 순수함을 배웠고 애정표현 잘 못하는 내가 표현하는 사랑을 배우고 행동하게 했다. 손을 잡아 주고 얼굴도 비벼주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볼에 붙은 밥풀 떼 주고 비누도 나랑 같은 손에 쥐고 쓱싹쓱싹 씻고 팔짱 껴주고… 우리 아이들 이런 거 너무 좋아한다. 너무 소박하지 않은갉


 많은 재정과 시설도 너무 귀하고 절실하게 필요하다. 또한 사랑의 손길도 너무도 귀하고 절실함을 느낀다. 힘들 때도 많지만 우리 아이들을 통해 받는 이 행복감은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이 나에게 사랑의 Touch(터치)를 해준 것이다. 우리는 서로 사랑의 Touch를 한 것이다. 내 삶의 일부분을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 올해는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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