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 바탕을 만들어가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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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 바탕을 만들어가는 이
  • 편집부
  • 승인 2009.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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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노틀담복지관 사회복지사

설 연휴가 시작되는 퇴근길… 행복한 내 마음을 시샘하듯 날씨가 제법 매서웠다. 차를 타기 위해 이동하며 잠시 추위에 몸서리를 치기도 하였지만 이내 따뜻한 히터 바람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애잔한 사연에 추위는 금세 잊어버렸다.


 복지관을 빠져나와 큰 도로에 접어들자 차안에서의 평온함은 사라져버렸다. 도로에는 온통 연휴를 조금이나마 빨리 즐기려는 차량들과 선물 꾸러미를 손에 들고 추위를 이기려는 듯 발을 동동 구르며 걷는 사람들의 분주함이 가득했다. 그 속에 나와 나의 애마도 복잡한 도로와 사람들을 향해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때 복잡한 도로를 정리하는 경찰관 한명을 보게 됐다. 매서운 추위에 교통을 정리하는 경찰관도 연방 손을 호호 불고 발을 동동거리며 다소 소극적인 모습으로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안쓰러움이 느껴졌고 자신의 직무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잔잔한 감동과 함께 사회복지사로서의 나의 모습을 잠시 들여다보게 됐다.


 사회복지사로서의 나… 경찰관이 서 있었던 그 추운 날씨의 도로 한 복판,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참으로 부끄럽지만 나는 잠시 그 자리를 떠나 보다 안락한 곳을 찾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금 돌아왔다. 불안정한 자세로 발을 동동 구르던 그 불안한 마음을 갖고 다소 춥고 어려웠던 그 자리로 말이다. 그러나 달라진 것이 있었다. ‘기본부터 다지는 최선을 다하는 나를 찾자’라는 다짐, 그 다짐이 나를 다시 사회복지사라는 이름을 갖게 해주었다.


 현재 직장인 노틀담복지관에서 다시 사회복지사라는 이름으로 일하게 된지 벌써 9년이 다 되어간다. 어찌 보면 이 시간은 현재의 나의 부족함을 생각하면 짧은 시간이었고 함께 어려움을 나누었던 이용자들이 여러분 바뀌고 그 분들과 함께 만들었던 사회복지업무가 어느새 업무가 아닌 ‘추억’으로 쌓여가는 것을 보면 긴 시간이었다고 생각되어진다.


 나는 여전히 부족하다. 하지만 언제나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이용자의 바탕’을 성장시키고 ‘지역사회 공동체의 바탕’을 가꾸고 마지막으로 ‘나의 바탕’을 키워 작지만 기초가 되고 근본이 되는 ‘바탕을 만들어가는 복지’를 실천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나름의 고민이 부끄러운 답안을 찾아가고 있다. 아직 완전하진 못하지만 소개하자면 먼저 '이용자의 바탕'은 사회복지사라는 직함으로 전문가를 내세우며 그들의 그릇을 나의 그릇으로 만들어 그들 스스로의 자생력을 소실시키지 말자는 것이다. 그들을 세우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함께 나눔으로써 스스로가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도록 옆에서 때로는 앞뒤에서 거들어주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두 번째는 ‘지역사회 공동체 바탕’을 가꾸는 것은 복지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어렵고 낮은 이들에게 받는 이의 자존감이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인 ‘주는 복지’가 아닌 자연스럽고 평범하게 작동하여 ‘주게 하는 복지’ 즉 ‘함께 하는 복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하고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공동체의 바탕을 성장시키는 장의 역할, 그 앞에 서고 싶다. 


 마지막으로 사회복지사로서의 나의 바탕을 키워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는 늘  ‘꿈꾸고 노력하는 자’가 되고자 한다. 장애로 희망의 언덕보다는 절망의 절벽을 더 깊게 느꼈을 우리 이용자들에게 항상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이를 실천하여 벅찬 감동을 이끌기 위한 나의 성숙과 성장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할 것이다.


 비록 복잡한 도로 한 복판 교차로에 서있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추운 날씨에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경찰관을 보면서 9년이라는 시간동안 사회복지사로 내가 품고 있었던 ‘바탕을 만들어가는 복지’라는 소명에 하나의 씨앗을 다시 뿌려본다. 또한 다시 시작하는 그 마음과 그 다짐을 내가 사회복지사로 살아가는 동안 잊지 않을 것이다.


 오늘, 아니 내일도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로서의 나를 향해 있던 이용자들의 신뢰어린 눈빛과 나의 사회복지에 대한 노력과 열정, 그것을 잊지 않을 것이다. 다시 또 돌아갈 수 있는 희망, 그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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