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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대하는 건 외국어와 비슷…개방성이 중요”김헌용 구룡중학교 영어교사/서울최초 중증(시각)장애교사
승인 2019.06.17  17:37:31
배재민 기자  |  handicapi@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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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중학교 김헌용 선생님은 서울 최초의 중증장애인 교사이며 전국에선 1급 시각장애인으로 두 번째로 일반학급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다. 그는 2010년부터 교편을 잡기 시작해 올해로 정확히 10년 교직생활을 했다. 김헌용 선생님이 교사가 된 이유는 굉장히 현실적이었다. 

 “아버지가 교사였고, 가족들 중에 교사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대학교 진학할 때 선생님, 부모님, 친척들이 교사가 되길 권유했습니다. 교사 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습니다. 실제로 장애인들은 공무원 시험과 임용시험 외엔 거의 할 일이 없습니다. 장애인 중 사회복지를 전공하신 분들이 많지만 전공을 살려 사회복지 일을 하는 장애인은 경증장애인 외엔 거의 못 봤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실적으로 교사를 택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그에게 다른 결정권이 있었더라면 김헌용 선생님은 한국외국어대학교를 가서 영어를 전공한 후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마 영어를 전공하고 지금과 같은 영어선생님이 되었을 수도 있다.
 
 “저는 언어에 대한 열정이 큽니다. 교사 3년차에 통번역대학에서 번역도 전공했습니다. 여전히 언어적인 부분을 공부하고 새로운 것들을 찾아봅니다. 현재는 저의 외국어에 대한 열정을 교직에 조화시키고 있습니다.”
 
 김헌용 선생님의 교직생활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지금은 장애인교사를 위한 보조공학기기도 있고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제작한 시각장애인 교사를 위한 교재도 점자로 지원해주지만 초반에는 학교에서 쓰는 참고서나 교과서, 업무용 메신저 등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이 전혀 고려되어 있지 않았다. 가장 힘들었던 건 인식의 문제였다.
 
 “동료 교사들이 장애인교사를 만나본 적이 없었던 게 제일 불편했습니다. 친절하게 대해주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벽이 있는 느낌? 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설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보조선생님도 지금에야 교육청에서 지원해 주는데 당시엔 제도가 없어서 급작스레 예산을 신청해서 보조선생님을 뽑아야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특히 초임인데 다른 선생님들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압박감이 컸습니다. 저 스스로도 민폐를 끼친다는 것을 느끼는 게 힘들었습니다.”
 
 학생들과의 소통에도 문제점은 있었다. 김헌용 선생님이 가르치는 학생은 늘 중학생이다. 기본적으로 하는 행동들이 비슷하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김헌용 선생님은 처음 보는 낯선 장애인교사다. 어쩌면 생전 처음 보는 장애인일 수도 있다. 그래서 김헌용 선생님에게 3월 1일은 언제나 새로운 날이다.
 
 “처음에는 제가 아이들을 이해해야 하니 영어를 가르치는 데 주력을 하며 관계를 맺는데 최대한의 노력을 해서 일정부분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학생들이 저를 너무 모르는 겁니다. 제가 너무 일방적으로 학생들을 대하니 학생들은 제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몰랐던 겁니다.”
 
 김헌용 선생님은 골똘히 생각하다 예시를 들었다. “다른 선생님들에게 하지 못하는 것들을 거리낌 없이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자기 마음대로 자리를 바꾸는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자리를 지정해 놓고 학생을 파악합니다. 그래서 자리를 바꾸면 학생들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2-3년차 즈음부터 첫 수업에서는 무조건 시각장애인에게 지켜야 할 에티켓을 한 시간 내내 가르칩니다. 의외로 반응이 좋습니다. 물론 첫 수업에 어떻게 운을 때야 할지 긴장되기는 합니다만 이렇게 하루 정도 수업을 하면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학생들이 선생님이 어떻게 힘들고 선생님에게 지켜야 할 선이 어디까지인지 알게 되는 겁니다.”
 
 김헌용 선생님은 끊임없이 학생들과 소통하려 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제일 바라는 점으로 영어를 좋아하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 영어를 좋아하고 즐겼으면 좋겠다는 말에 어폐가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외국어에 대한 즐거움, 낯설음에 대한 즐거움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과목보다 외국어 과목은 호기심이 핵심입니다.”
 
 무엇이든지 처음 접하는 것은 낯설다. 하지만 그 낯설음에 호기심이 있다면 낯설음은 새로운 것, 알아가야 할 것으로 바뀌게 된다. 
 
 “전공은 특수교육과였지만 아까 말했듯이 통번역도 전공했습니다. 외국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습니다. 개방적입니다. 이질적인 문화와 언어에 대해 호기심이 없으면 하기 힘듭니다.”
 
 외국어에 대한 호기심은 결국 낯설음에 대한 호기심이다. 이는 어떻게 낯선 타인을 대하고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행동으로 귀결된다. “외국어의 핵심은 개방성입니다. 장애인을 대하는 건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비슷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에티켓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누구든지 포용할 수 있는 개방성입니다. 장애인이 살기 편한 세상은 특별한 제도나 시설보다 국적이 달라도 남녀노소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개방성이 중요합니다. 그런 태도가 외국어에서 길러진다고 믿습니다. 비장애인이 저의 장애를 대하는 낯섦, 제가 비장애인을 대하는 낯섦 그리고 외국어를 대하는 낯섦. 이 모든 건 결국 하나로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가 끝나갈 때 김헌용 선생님이 인터뷰 초반에 했던 말이 기억났다. 그 말은 그의 마지막 말과 일맥상통하는 말이었다. “저는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습니다. 결국엔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섞여 살아야 합니다. 인위적인 통합은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사람들은 제도적인 얘기와 시설 얘기를 합니다. 그게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이 제도와 시설을 개선하면 많은 것들이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일 필요한 거는 조금 더 내밀하게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또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가는 겁니다. 중요한 건 장애인을 인정하는 겁니다. 장애인들은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인정의 욕구가 큽니다. 상대방이 받아줬으면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장애를 인정을 하되 그게 장애인을 규정하지 않고 개인이 가진 다른 모습을 덮어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겁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제일 필요한 건 낯설음에 대한 인정과 상대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김헌용 선생님은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낯설음을 대하는 법을 가르친다. 그에게 배운 학생들은 미래에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조금 더 개방적인 시선과 배려로 대해서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마주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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