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취재>장애·비장애인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즐거운 ‘팝업통합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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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장애·비장애인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즐거운 ‘팝업통합놀이터’
  • 차미경, 배재민 기자
  • 승인 2019.06.03 14:29
  • 수정 2019-06-03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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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년 만에 처음 탄 그네…모든 아이들이 즐거움 느낄 수 있길”
▲ 지난 5월 30일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진행된 ‘장애·비장애인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즐거운 ‘팝업통합놀이터’’ 현장에서 성미산초등학교 합창단 아이들이 놀이터 개장에 앞서 축하 공연을 펼치고 있다.

관련단체, 휠체어그네 놀이기구 인증 관련법 개정 추진 

지난 5월 30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조성된 ‘팝업통합놀이터’ 한쪽에 설치된 휠체어 그네 뒤로 긴 줄이 늘어섰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외형으로 휠체어 그네에 호기심을 보이며 주변으로 모여든 사람들은 실제 탑승한 사람들의 환호와 웃음소리가 커질수록 그네 뒤쪽으로 줄을 서며, 설레어하는 모습이었다.
 
(사)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세이브더칠드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외 4개 기관에서 아이들에게 선물한 ‘팝업통합놀이터’는 △손 안 쓰고 도넛 먹기 △촉감상자 △소리정원 △호스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바닥놀이 △블록 쌓기 △휠체어 그네 등의 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 코너에서는 휠체어 장애인과 비장애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놀이를 하며, 웃음 꽃을 피우고 있다.
특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코너에선 미취학 아동으로 보이는 아이와 휠체어
장애인들이 함께 놀이를 하며 즐기는 모습으로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훈훈함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날 놀이터를 찾은 휠체어장애인 김진주 씨(뇌병변, 32세)는 “처음에는 저 혼자 와서 어색했는데 지금은 너무 즐기고 있어요. 아이가 있어서 놀이터는 자주 왔는데 보통 아이들은 자기네끼리 놀고 저는 그 모습을 보기만 했었는데, 오늘은 저도 같이 참여해서 놀고 있어요. 아이들이 놀이터에 오면 왜 그렇게 즐거워하는지 알 것 같아요. 아이들이 지금 어린이집에 있어서 같이 못 왔는데 다음에는 꼭 같이 오고 싶어요.”라며 소감을 밝혔다.
 
▲ ‘바닥놀이’ 코너에 참여한 성미산초등학교 백수정 선생님(왼쪽)과 최형준(2학년) 학생은 다양한 부스를 체험하면 자연스럽게 장애와 놀이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바닥에 밧줄로 된 사다리 모양의 도구를 놓고 줄을 따라 걷거나, 나뉜 칸만 밟으며 건너가거나 점프를 하는 등의 놀이를 하는 ‘바닥놀이’ 코너에 참여한 최형준(성미산초등학교, 2학년)학생은 “학교를 안 가고 이렇게 뛰어 노니 너무 재밌어요. 매일 이렇게 놀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며 “이랑이 선생님은 어때요?”라고 함께 놀이를 하던 자신의 담임인 백수정 선생님을 별명으로 부르며 질문했다.
 
백수정 선생님은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는 건 늘 행복해요. 특히 장애학생들과 비장애학생들 구분 없이 뛰어 노는 게 너무 보기 좋아요. 함께온 아이들에 아주 귀중한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한 뒤 학생들 손을 잡고 다른 놀거리로 향했다.
 
▲ 장애경 씨(뇌병변, 51세)는 휠체어 그네를 타본 후 “제 나이 51세에 난생 처음 타는 그네”라며, “처음에는 약간 무섭긴 했지만 정말 재미있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휠체어 그네를 탑승한 장애경 씨(뇌병변, 51세)는 “제 나이 51세에 난생 처음 타는 그네”라며, “처음에는 약간 무섭긴 했지만 정말 재미있었어요. 전 어릴 때 부모님이 두 분 다 일을 해서 집에만 있었어요. 어릴 때 이런 공간이 있었음 더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했어요. 장애인들은 단순이 ‘노는 것’에도 제약이 참 많아요. 저는 이제야 타보지만 이런 놀이터가 많아져서 우리 아이들은 선입견 없이 서로 어울리며, 마음껏 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바람을 전했다.
 
마로니에 공원에 설치되어 있는 휠체어 그네는 지난해 종로구에서 공원 내 어린이 놀이터를 조성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노들센터 측에서 의견을 전달해 지금의 위치에 자리하게 됐다.
 
하지만 엄연히 따지면 놀이터에 있는 시설이 아니라, 놀이터 옆 공간에 울타리를 해놓고 ‘장애인전용’이라는 문구와 함께 설치되어있는 일반시설물이다.
 
▲ 이날 행사엔 다양한 놀이, 체험 부스가 마련돼 이 곳을 찾은 장애·비장애인 모두가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휠체어 그네’는 국민안전처에서 시행하는 놀이터 안전검사기준에 해당하는 인증대상이 아니라 놀이터에 설치할 수가 없고, ‘어린이제품 안전특별법에는 장애아동용 놀이기구에 대한 안전인증 기준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지난 2014년 성악가 조수미씨가 특수학교와 복지관 등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도 탈 수 있는 ‘휠체어 그네’를 기증했다. 하지만 위와 같이 법적인 문제로 철거와 재설치를 반복해야 했다.
 
(사)장애물없는생활환경연대 김남진 사무국장은 “이번 행사는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놀이터를 보여주는 첫걸음”이라고 말하며, “이번 행사를 함께 준비한 단체들과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의 앞으로의 행보가 놀이터를 다양한 특성을 가진 아이들이 모여 함께 놀거나, 다른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며, 배우고 소통하며 사회성을 익히고 세상을 배워가는 공간으로 변화시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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