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 내가 만난 시각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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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 내가 만난 시각장애인
  • 편집부
  • 승인 2009.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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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형임/인천광역시시각장애인복지관 사회재활팀

내가 처음으로 시각장애인과 인연을 갖게 된 것은 동서의 권유에서였다. 당시 동서는 시각장애인학교에 근무하고 있었고 1993년도만 해도 시각장애인학생들의 점자교재가 턱없이 부족하던 시절이었다. 동서는 내게 점자를 배워 점역봉사를 권유한 것이다.


 나는 동서의 제안을 받아들여 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에서 점자를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이듬해 충원계획이 있어 직원으로서 시각장애인과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처음으로 내가 시각장애인을 만나게 된 것은 점자를 가르쳐주셨던 점자선생님이었다. 그분은 상당히 영민한 분으로 한번 말하고 들은 것은 잊지를 않으셨고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을 마음으로 눈으로 보는 나보다 더 많은 걸 보고 있다는 걸 매번 대화할 때마다 느끼게 되었다.

그러한 때문에 나는 시각장애인 앞에서는 더욱 나의 행동거지에 신경을 썼다.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기 때문에 나의 진심이 아닌 겉으로 드러난 행동은 금방 알아 낼 거라는 생각에서 더욱 그들에게는 진실된 것만을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한 때문인지 지금 내게는 시각장애인 친구들이 더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과 같이 있을 때만이 내 자신에게 더 충실해지는 것 같다. 그들은 내게 삶의 진실을 가르쳐 준다.


 1998년! 한 시각장애인으로부터 모임을 하나 만들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뜻 맞는 사람끼리 한 달에 한번이라도 정기적으로 만나 친목을 다지자는 것이다. 이에 마음을 같이 하는 6명이 모여 첫 모임을 갖게 됐다. 첫 만남에서 우리는 회칙을 정하고 모임의 이름과 무의미한 만남보다는 뜻있는 만남이 되도록 안마, 침술봉사를 할 수 있는 곳도 찾아보기로 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편견 없이 모든 걸 다 사랑하자는 의미의 ‘다사랑회’라는 명칭과 부평의 한 양로원에서 10년째 매월 1회씩 침술, 안마봉사를 하고 있다.


 다사랑회원 멤버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늘 한결같은 마음을 유지한 사람들로 구성되었다. 쉬 마음이 변하거나 변덕스런 사람은 이곳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입회를 했다가는 쉬 탈퇴를 하고 만다. 모든 곳에서 자신의 마음과 딱 맞는 곳은 어디에도 없는 법! 부모와 자식간에도 서로 이해 못할 때가 많은데 남남이 만나 모임을 가지면서 마음 맞추는 게 어디 쉽겠는가? 그래서 현재 남아 있는 회원들은 서로의 개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회원 중에는 안마일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힘겹게 생활하시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을 보며 자신의 열악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중도에 시각장애인이 되어 심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도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걸 나누겠다는 마음가짐이 너무 아름답다. 이들과 함께 할 때면 늘 마음이 따뜻함을 느낀다.


 내가 시각장애인과 생활하며 오랫동안 그들을 지켜봐왔지만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대화상대가 많이 필요한 것 같다. 그들은 어떤 프로그램을 이용함에 그 프로그램의 중요성보다는 누군가 자신과 함께 대화하고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에 더 큰 위안을 받는다.


 그래서 십여 년이 넘게 복지관에서 근무하며 정의 내려 본 복지란 커다란 물질적 지원이 아니라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답답하고 가려운 곳이 어디인지 들어주는데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시각장애인과 점심시간 잠깐이라도 그들과 마주앉아 식사를 하며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는 못해도 그들이 말하고 싶은 얘기를 하게 한다.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얘기에 계속해서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야함이 복지관에 근무하는 이로서 할 수 있는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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