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복지재단의 출범에 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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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복지재단의 출범에 붙여
  • 권정호
  • 승인 2019.03.08 09:53
  • 수정 2022-01-12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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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호/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천복지재단이 근 10년의 논의 끝에 출범했다. 송영길 시장 시절 논의가 시작되어 많은 논란 끝에 박남춘 시장이 결실을 맺었다. 그간의 논란의 핵심은 재단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특히 민간 사회복지의 중추적 역할을 해오던 사회복지협의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인천연구원과의 역할 관계를 놓고 기능중첩 논란과 갈등을 정리하는 일이 어려운 과제였다. 그뿐 아니라 복지재단이 인천시와 복지현장의 관계에서 또 다른 통제와 간섭의 어려움을 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에서 ‘옥상옥’이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 재단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재원문제도 과제 중의 하나였다. 이러한 많은 논란과 갈등을 극복하고 인천복지재단이 출범하게 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어렵게 만들어진 인천복지재단이 인천복지를 질적으로 향상시키고 독자적인 인천복지의 특성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양적으로 늘어나고 다양화된 시민과 복지계의 요구에 부응해 인천만의 독자성을 갖는 질적 변화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제를 해결함에 있어 그 동안 복지재단 설립과정에서 나타났던 많은 논란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논란, 특히 기존의 민간복지 역할을 잠식하는 기능중복 문제나 전문가에 의한 현장의 옥죄기라는 옥상옥의 문제는 언제까지나 주의해야 하고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사실 재단설립을 두고 벌어졌던 민간 사회복지계와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의 염려와 다양한 의견을 조정하고 갈등을 봉합한 것은 2017년 운영되었던 인천복지재단 설립을 위한 민관자문위원회였다. 20명의 인천시 관계 부처와 민간 사회복지기관들의 대표들이 모여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에 도달함으로써 재단의 설립을 이끌어 냈다. 필자가 민관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입장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보다 합의를 얻어내는 과정이었다. 함께하기로 했던 시민단체가 첫 회의에서 탈퇴하는 등 어려움은 있었지만, 시민단체의 탈퇴이유는 사실 위원회 운영의 전 과정에서 중요한 운영원칙이 되었다. 시민단체는 설립의 명분을 얻기 위한 형식적인 위원회를 거부했고 나아가 사회복지 관련 기관들 간의 완전한 합의를 제시하고 위원회를 떠났다. 이러한 시민단체의 요구는 위원회가 재단설립을 완성하기까지 시종일관 지켜졌다. 자문위원회의 결정 사항은 현실적으로 수용되었고, 각 분야 민간 사회복지계의 의견은 어렵지만 합의를 이룸으로써 재단설립의 원천이 되었다. 이러한 합의가 가능했던 것은 인천의 민간 사회복지계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재단운영의 기반원칙으로 삼는다는 생각에서 다섯 가지 원칙을 설정함으로써 가능했다. 인천복지재단은 이러한 원칙에 입각한 인천 민간복지계와 시 정부의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면서 다섯 가지 원칙이 앞으로 인천복지재단 운영에서 깨지지 않고 실천되었으면 한다.

인천복지재단은 인천 지역특성에 맞는 다양하고 차별화된 지역적 맞춤형 복지정책을 개발하고 사회복지서비스의 품질제고는 물론 민간복지 활성화를 도모함으로써 사회복지서비스 증진을 통한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러한 설립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복지재단이 다양한 연구개발과 민간 지원활동 과정에서 지켜야 할 원칙은 무엇보다 전문성의 확립이다. 전문성은 재단의 연구능력의 제고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인천의 복지서비스를 다른 지역과 차별적으로 만들기 위해 재단에 사회복지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연구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 지역 내 대학보다 더 의미 있는 연구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현장에 적용 가능한 실천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독자성이다. 재단의 설립과정에서도 줄곧 견지한 원칙이기도 한 독자성은 재단이 비록 재원의 문제로 인해 인천시의 지원을 받는 한계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시의 부속기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특히 정치에 의존해서 선거 때마다 흔들리지 않고 지역복지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였다. 그리고 이러한 지역복지의 실현을 위한 원칙으로 세 번째 제시된 것이 지역성이다. 지역의 문제를 지역의 힘으로 해결한다는 지역복지의 원칙이기도 하다. 인천의 복지현장에서 지역의 복지주체가 지역에 맞는 복지실천 방안을 찾아가는 것이 시민의 복지만족도를 높이고 지역의 자존심을 높이는 길이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역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민간과 공공이 협력하고, 지역의 대학과 연구기관이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의 민간 사회복지 실천 주체들과의 상생을 통해 윈윈할 수 있는 체계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네 번째 원칙인 협력성은 재단이 민관협력, 분야별 연계 등 모든 시민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브레인의 역할을 재단이 담당해 주기를 기대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재단의 모든 노력이 시장의 공약실천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시민의 복지증진이라는 공공의 목표를 위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공공성의 원칙을 설정해 놓았다. 이러한 원칙으로 인해 그간의 갈등과 어려움을 딛고 인천복지재단의 설립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정말 인천복지재단은 인천시민의 복지를 위해 한 단계 질적 도약을 시도하는 정말 어려운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부족한 재원과 인력이지만 재단이 빨리 인천복지의 든든한 싱크탱크로 자리 잡고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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