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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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이루어진다
  • 편집부
  • 승인 2009.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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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 /인천여성장애인연대부설 해피해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내 나이가 10대, 20대이던 시절, 우리나라에 장애인은 나 혼자라고 생각했었다.


 6.25전쟁을 치러낸 우리나라는 손이 없어 갈고리를 손으로 대신하는 사람들과 다리가 없어 한쪽 발에만 의지해 사는 사람들. 지나가는 아이들은 그들에게 돌을 던지고 침을 뱉어가며 ‘병신’이라고 놀려대던 그 시절에 여성장애인은 우리나라에 나 혼자인줄 알았다.


 1960년대 그 때는 아침에 택시기사가 시각장애인을 보면 재수가 없다며 하루 장사를 포기하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의 장애인으로서 감당해야 했던 수치와 차별은 글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친구의 등에 업힌 채로 교회에 갈 때면, 늘상 들어왔던 동네 아주머니의 말이 생각난다.


 “세상에, 기막히게 예쁘게 생겼구먼, 병신인가 보네... 쯧쯧쯧...불쌍해라...”


 나는 이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것 같다. 그런 날이면 내 배게는 물에 빠진 것처럼 축축히 젖도록 울고야 말았다. 울면서 나는 소원하나를 하나님께 빌었다. 장애인들과 함께 사는 것. 그들에게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장애인들이 당당하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이런 일들을 감당할 수 있게 해달라고, 그런 날이 오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 20대를 보냈다. 그리고 나는 그 ‘때’를 기다리며 나의 갈 길을 달려왔다.


 30대가 되자, 나는 전국에 살고 있는 1급 여성장애인들을 불러 모았다. 그들은 여성장애인으로서 집안에 애물단지로 살아오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무엇보다 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립의 희망을 붙잡을 줄 아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한복기술을 가르쳐주어 자립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덧 200여명의 제자들에게 새 삶을 살아가도록 힘을 실어주게 되었다. 그 당시 여성중증장애인에게 연애나 결혼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나 역시 결혼과 출산에 성공하여 보석처럼 예쁜 딸과 나를 믿어주는 남편과 함께 오붓한 가정을 꾸릴 수 있게 되었다.


 20여년이 훌쩍 넘어버린 지금, 인천여성장애인연대부설 해피해피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하면서 중증장애인에게 과연 자립이란 무엇인가 하고 매일 깊이 생각한다. 외출을 도와주고 가사도우미를 해준다고 해서 자립에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기를 잡아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것 보다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말이 있다.


 언제까지 정부가 중증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것을 가져다주는 심부름센터가 되어줄 것인가?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과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내가 중증장애인으로서 6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터득한 것은 할 수만 있다면 정부가 장애인 자영업자를 발굴하여 사업자금을 지원하며, 중증장애인의 취업난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면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는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나는 올해부터 부부장애인자녀장학금장학회를 계획 중이다. 부부장애인으로서 한명의 자녀를 키우면서 4년제 대학을 7년 만에 졸업시킨 경험이 있는 나는, 그 누구보다도 학비마련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  나와 같이 어려운 길을 가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부부장애인들과 그 자녀들에게 작지만 큰 힘이 되어주고 싶다. 지금 나의 상황도, 장애인 복지의 상황도 쉽지는 않지만 꿈꾸는 자는 복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가장 어두운 새벽은 오히려 동트기 직전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뜻있는 곳에 기부를 고민하고 계시던 분들, 비장애인이나 장애인이나 상관없습니다. 장학회에 뜻이 계신 분들이라면 동참해주세요. 부부장애인과 그 자녀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세요.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헤이즐럿 커피가 다 식어진 새벽 3시30분, 어디선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도움의 손길을 기대하며... 장학회 문의: 032-777-3315 (김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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