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눈과 발이 돼 준 두 장애학생…교사 임용시험서 나란히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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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눈과 발이 돼 준 두 장애학생…교사 임용시험서 나란히 합격
  • 차미경 기자
  • 승인 2019.02.27 11:25
  • 수정 2019-02-27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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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김하은(시각장애)·설진희(지체장애)학생, 공립 교사 임용시험 동시 합격
 

한 대학의 같은 학과 동기이자 기숙사 룸메이트로 서로의 눈과 발이 되어 준 두 장애학생이 공립 교사 임용시험에 나란히 합격해 화제다.

대구대학교(총장 김상호) 특수교육과 15학번인 김하은(22), 설진희(26) 학생은 최근 발표된 ‘2019학년도 공립 중등교사 임용시험’에서 각각 서울과 울산 지역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하은 학생은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선천성 시각장애 1급, 설진희 학생은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힘든 지체장애 1급인 학생이다.

네 살 차이 친자매처럼 지냈던 두 학생의 인연은 신입생 입학식 때 옆자리에 앉게 되면서 부터였다. 그렇게 1학년 때 같은 기숙사 옆방에 살면서 친해졌던 두 학 생은 2학년 2학기 때부터는 아예 같은 방을 쓰기 시작했다.

이들은 2년 넘게 기숙사 방을 함께 쓰면서 서로의 눈과 발이 돼 주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하은 학생이 임용시험을 준비하면서 동영상 강의를 들을 때 그림이나 도표는 진희 학생이 직접 설명해 주곤 했다.

또한 휠체어를 탄 진희 학생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물건을 하은 학생이 대신 꺼내주거나, 기숙사에서 함께 손발을 맞춰 음식을 해 먹는 등 서로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키워 나갔다.

하은 학생은 “비장애학생과 룸메이트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괜히 미안해 질 때가 있는데, 진희 언니와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면서 “서로 부담 없이 지내다 보니 마음까지 터놓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학과 내에서도 이 둘의 끈끈한 우정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사범대학 특성상 같은 수업을 많이 듣게 된 두 학생은 함께 과제를 할 때가 많았고, 시험공부를 할 때 서로 모르는 부분을 가르쳐주는 등 학업 면에서 상호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다.

학업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서로에게 의지했다. 진희 학생은 “학과 친구들이 우리를 ‘엄마와 딸’이라고 부를 정도로 하은이가 절 잘 따랐고, 저도 하은이를 각별히 챙겼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두 학생은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친목을 쌓는 학내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했고, 장애인 여행 활성화를 위한 사회공헌 활동(기아자동차 대학생 모빌리티 프로젝트 ‘초록여행 하모니 원정대’)에 같이 참가하는 등 과외 활동도 함께 했다.

이러한 두 장애학생의 아름다운 동행은 방송 뉴스와 다큐 프로그램으로 소개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 두 장애학생의 우정은 행복한 결실을 맺었다.

두 학생은 시험 합격의 비결을 ‘서로 함께 했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하은 학생은 “1차 필기 합격 후 2차 면접 준비를 위해 진희 언니와 자취방을 구해 함께 공부하면서 마지막까지 서로를 응원하고 용기를 북돋았던 것이 최종 관문을 통과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으며, 진희 학생 역시 “둘이 같이 합격하니 기쁨이 두 배다.”라고 이야기 했다.

앞으로의 어떤 교사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진희 학생은 “다른 많은 과목 중 부전공으로 직업재활을 선택했는데, 취업에 막막해 하는 장애학생들의 진로와 직업을 함께 고민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은 학생은 “앞으로 우리 둘이 서울과 울산. 서로 떨어진 곳에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딛겠지만, 마음 속 발걸음은 언제나 함께 할 것이다”면서 변치 않는 우정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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