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서비스 필요한 장애인에게 권리로서 보장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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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서비스 필요한 장애인에게 권리로서 보장돼야”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9.02.22 09:33
  • 수정 2019-02-22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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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도시 평창에서 장애인의 권리와 지역사회 통합과 참여를 주제로 한 ‘2019 평창장애포럼’이 지난 11일과 12일 양일 동안 강원도와 한국장애포럼 주최로 열렸다. 이번 포럼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UNCRPD)에 보장된 장애인의 권리실현을 구체화하고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가 장애인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한 현장감 있는 토론이 진행됐다.

 

정부의 장애인복지 패러다임

복지에서 인권으로 전환돼야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권고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 장애인인권’을 주제로 한 제1 기조발제를 통해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김미연 위원은 지난 2014년 9월 30일 제165차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이하 위원회)에서 채택한 대한민국 정부의 장애인권리협약(이하 협약) 이행 상황을 담은 제1차 국가보고서 심의에 대한 최종견해 내용을 설명했다.

위원회는 의료적 평가에만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등급제도는 다양한 장애인의 욕구를 고려하고 정신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장애인을 망라하는 데 실패했으며 그로 인해 장애인이 복지서비스와 개인별 지원을 받는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며 현행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장애결정과 등급제 시스템을 재검토하여 장애인의 특성과 환경 그리고 욕구에 맞도록 개별화할 것을 권고했다.

협약 제14조 신체의 자유 및 안전과 관련, 정신 또는 지적 장애를 포함해 장애를 이유로 한 자유의 박탈을 전제하고 있는 현행 법률 조항을 폐지하고 모든 유형의 정신보건서비스를 포함한 보건서비스가 당사자의 자유로운 사전 동의에 근거하도록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협약 제16조 착취, 폭력 및 학대로부터의 자유와 관련, 거주시설 안팎에서 장애인이 겪는 모든 폭력, 착취, 학대를 조사하고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에게 배상하며, 피해를 입은 장애인에게 접근 가능한 쉼터를 제공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대한민국이 장애인의 강제노역 사건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피해자에게 적절한 보호를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제19조 자립적 생활 및 지역사회에의 동참과 관련해선 장애에 대한 인권적 모델을 바탕으로 효과적 탈시설화 전략을 개발하고 활동보조서비스를 포함한 지원서비스를 대폭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사회부조 프로그램을 통해 충분하고 공정하게 재정을 지원해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권장했다. 특히 활동보조서비스 이용비용 산정 시 장애등급보다는 장애인의 특성, 상황, 욕구에 근거하고 가족의 소득보다는 장애당사자의 소득에 근거할 것을 권고했다.

제27조 근로 및 고용에선 보충급여제를 도입해 최저임금법에 적용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에 대한 보상과 협약에 따라 장애인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장애인단체와 긴밀히 협의해 보호작업장을 폐쇄하고 대안을 모색할 것을 권장했다.

총 66개항에 걸친 권고문을 통해 위원회는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의 조속한 채택 △장애여성을 위한 전문적 정책 강화 △장애인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캠페인 강화 △자연재해 및 재난에서의 장애인 안전 △장애인의 사법 접근권 미비와 사법부 구성원의 인식 개선 △장애여성의 강제 불임에 대한 조사 △수화를 공식 언어로 인정 △발달장애인의 보험가입을 거부한 상법 732조의 폐지 △장애인의 높은 실업률 해결 및 최저임금 보장 등을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2,3차 병합보고서를 오는 3월 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미연 위원은 “정부의 장애인복지 패러다임이 복지에서 인권으로 전환돼야 한다.”면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기준으로 국가장애인정책계획 수립과 협약 선택의정서 비준, 유엔인권협약 등과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DGs)와 연계된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예산 반영 없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는 단계적 사기행각

OECD 장애인복지예산 평균 8조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방향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방향’이란 주제의 제2 기조발제를 통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31년 만에 폐지되는 장애등급제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로 인해 의미 있는 장애인 예산의 증액이 가로막힌 상황”이라며 “예산 반영 없는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는 단계적 사기행각”임을 주장했다.

‘예비타당성조사’란 국가재정법 제38조 및 동법 시행령 제13조 규정에 따라 대규모 신규사업에 대한 예산편성 및 기금운용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장관 주관으로 사전 실시하는 타당성 검증 평가다.

박 대표는 “장애인들의 삶의 수준이 -100이었다면 당사자들의 투쟁을 통해 2019년 현재 -70 정도를 확보했다.”면서 “0의 수준은 지역사회 통합과 참여 등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며 이는 포용국가의 책임일 것”임을 주장했다.

이어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는 문재인 정부 임기인 2022년까지 OECD 장애인복지예산 평균인 8조 원(2017년 장애인복지예산 1.9조 원의 4배) 수준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OECD GDP 11위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부, 장애등급제 폐지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소통하고 노력할 것

 

∎장애등급제 폐지의 추진 방안

이튿날 이어진 ‘장애등급제 개편에 따른 장애인 삶의 변화’란 주제의 제1섹션에서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정순길 사무관은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장애등급제 폐지의 추진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장애인의 사회참여 지원을 위해 장애등급제가 지난 1988년 도입됐으나 다양한 장애유형별 욕구, 사회환경에 따른 요구 등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등급에 따른 획일적 지원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장애인의 욕구에 맞는 종합지원체계 마련을 목표로 장애등급제 폐지가 국정 과제로 채택됐다.

오는 7월부터 현행 6등급으로 구분되는 장애등급제가 폐지되고 ‘장애가 심한 중증’과 ‘장애가 심하지 않은 경증’이라는 두 단계로 이원화되며 ‘장애인서비스 종합조사도구’라는 새로운 판정체계가 도입된다.

지난 2018년 6월 마련된 일상생활분야(활동지원, 보조기기, 거주시설, 응급알림) 서비스 종합판정도구의 적용을 시작으로 이동지원(2020년), 소득·고용지원서비스(2022년)로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정 사무관은 “정부는 장애등급제 폐지와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표를 도입·확대해 나갈 계획이며 이 종합조사로 그동안 서비스가 필요했지만 받지 못했던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며 “방문상담으로 맞춤형 지원 및 자원연계도 계속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이어 “정부는 아직 과제가 많다는 것 또한 인지하고 있다. 장애등급제 폐지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소통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등급제 폐지 핵심은 소득보장

장애인복지예산 목표치 제시돼야

이어진 토론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조직실장은 “정부가 발표한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는 시기만 구체화했을 뿐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장애등급제 개편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장애등급제를 강화하고 권리를 제한했던 이명박 정부,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고는 했지만 복지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박근혜 정부와 현 정부가 무엇이 다르고 장애인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가 빠졌다는 것.

조 실장은 “장애인 복지욕구의 1순위이자 장애등급제 폐지의 핵심은 소득보장이며 전체 장애인가구의 57%가 연간 3천만 원 이하의 절대적 빈곤에 놓여 있는 불평등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면서 “현 정부가 과거 정부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현물·현금급여 등 사회보장제도가 얼마나 보장되는지를 보여줘야 하며 이는 결국 예산의 확대 문제”임을 강조했다.

복지부는 장애등급제 폐지 후 장애인의 삶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사례를 통해 뇌병변장애 4급인 A씨는 과거 활동지원서비스 신청조차 불가능했던 것이 오는 7월부터는 기존 장애등급에 상관없이 서비스 신청이 가능하고 종합조사(일상생활영역) 결과 하루 3시간 정도의 활동보조를 받을 수 있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조 실장은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 6명 중 1명만이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고 현재 서비스 수급자의 단 5%만이 3급 장애인인 상황에서 과연 A씨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예산은 그대로 한정지은 채 숫자등급을 장애정도로 껍데기만 바꾼 것은 결코 장애등급제 폐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는 ‘기준을 무엇으로 바꾸느냐’가 아니라 ‘장애인연금과 활동지원 등 서비스(제도)가 필요한 사람에게 권리로서 보장될 수 있느냐’가 핵심이 돼야 하며 이를 위해선 예산의 대폭 확대가 전제조건이자 필수요소”라며 “문재인 정부 임기 내 OECD 평균의 1/4 수준에 불과한 GDP 대비 장애인복지예산을 어느 정도까지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목표치가 제시돼야” 함을 요구했다.

 

신청자격만 확대…서비스 그대로

개인별 맞춤서비스 지원이 맞나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최명신 사무처장은 “활동지원서비스나 전동휠체어 보조기기 지원 등 이전에 제공되던 서비스와 다를 바 없고 서비스 신청자격만 전체 등록장애인으로 확대한 것에 불과한 것이 어떻게 31년만의 장애등급제 폐지와 개인별 맞춤서비스 지원과의 맥락을 같이 할 수 있는지 의문”임을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활동보조 24시간 보장과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의 권리를 보장할 활동보조 자부담 폐지, 65세 이상 대상 제외 문제가 이번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활동보조 24시간 제공과 관련해 오는 7월부터 하루 16.84시간으로 늘어나며 나머지 시간은 응급안전 및 야간순회서비스로 채울 계획이다. (현재 인천시의 경우 활동지원 1급의 경우 중앙 218시간+시추가 80시간 포함 최대 298시간으로 하루 15시간의 활동보조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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