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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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국민
  • 차미경 기자
  • 승인 2018.11.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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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권’과 ‘생명권’은 헌법에 제시된 국민의 권리다. 하지만 이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만 하나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공부를 하고 싶으면 생존의 위협을 무릅써야하고 생존을 원하면 교육은 포기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바로 중증·중복장애학생들이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석션, 도뇨관, 경관영양 등의 의료적 지원이 필수이지만 그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전문인력이 없어 학부모가 항시 교실 주변에 대기하며, 도와주든가 아니면 학교를 포기해야 하는 선택권밖에 없다.

통합교육에 대한 붐이 일어나고 있지만 중증·중복장애학생에게는 이 역시 먼 나라 이야기처럼만 들린다. 장애인에 대한 복지와 환경이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차별 속 차별을 겪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물론 표면에 올라온 사안이 해결되고 나서 점층적으로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 개선돼야겠지만 그들에게 그 기다림이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는 것만큼이나 힘든 시간처럼 보였다. 대한민국 국민이면서도 ‘권리’라는 단어 앞에서 좌절하는 사람들이 아직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는 것은 변함없는 진리다. 국가의 주인이 최소한의 권리도 누리지 못하는 현장을 취재할 때 마다 ‘헌법’, ‘권리’, ‘국민’이라는 단어 속에는 ‘장애인은 제외하고’라는 말이 아주 작은 글씨로 어딘가에 써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헌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국민’. 우리는 오늘 이 시간에도 그들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내 이웃, 친구, 가족…그리고 ‘자신’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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