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눈을 뜰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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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을 뜰 수 있다면
  • 편집부
  • 승인 2008.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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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흰지팡이를 짚고/ 룰루랄라 콧노래 부르며 가는데/ 돌기둥이 내 무릎에 충돌하여/ 순간, 별이 번쩍이고 하늘이 노래진다 (인도 위에 파묻힌 지뢰들 중)


 얼마 전 송경태 씨의 ‘삼 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 시집이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교양도서로 선정됐다. 1급 시각장애인이며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인 송경태 씨는 지난 1982년 군대에서 수류탄 폭발 사고로 실명한 후로 여러 번 자살을 시도했다.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 가장 큰 힘이 돼 준 것은 1998년부터 시작한 마라톤이었다고 한다. 


 기자가 이 시집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중학교 시절 꿈이 시인이었기 때문이다. 절제된 단어들의 조합으로 무한한 감성을 담아내는 시인들을 보면 그렇게 멋질 수가 없었다.


 특히 이 시집은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마음 안에 감춰뒀던 이야기를 풀어낸 것에 그 묘미가 있다. 비장애인이 흉내 낼 수 없는 일상 속의 솔직한 이야기들.


 ‘삼 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이란 제목은 큰 의미를 담고 있다. 비장애인들은 살아가면서 삼 일은 별 의미 없이 흘러 보낼 수 있기도 하며, 매일 뜨고 감았다 하는 눈은 그 소중함을 잊고 살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시집에서는 잊고 사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감성이 펼쳐져 있다.


 이처럼 문화, 체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장애인들은 아마 그 짧은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알고 마음의 눈을 뜨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모든 장애인들이 마음의 눈을 뜰 수 있기를 바란다.


 할 수 없이 모퉁이서 볼 일 보는데/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건/ 이방인 대하듯 바라보는 따가운 눈총들. (난 원숭이가 아니다 중) <황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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