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반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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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반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의 현주소
  • 편집부
  • 승인 2008.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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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11일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 6개월을 넘긴 요즘, 그동안의 변화를 짚어보는 행사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주최로 지난 10일과 11일 양일동안 장애인과 법을 주제로 제16회 RI장애인재활대회와 지난 12일 한국장애인개발원 주최로 장차법의 실효성 있는 운용과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한·미 장애인정책포럼이 열려 장차법의 오늘과 내일을 진단했다.


▲장차법에 대한  인지도 매우 낮아
비장애인 64%가 장차법 들어본 적도 없어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16회 RI 장애인재활대회에서 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최원규 교수는 2008년 7월 21일부터 8월 30일까지 비장애인 1천명과 장애관련 전문가 12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 비장애인의 64%가 들어본 경험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장애관련 전문집단의 경우 95%가 알고 있다고 답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밝혔다.


 최 교수는 “비장애인이 장차법을 접하게 된 경로로는 TV에서 봤다 24.1%, 신문 6.6%, 인터넷 4.7% 순으로 조사됐으며, 연령이 낮거나 학력, 월소득이 높을수록 장차법의 인지도가 높게 나타나 연령이 높은 집단이나 저학력 집단을 대상으로 장차법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하면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비장애인집단은 장애인에 대한 이미지를 휠체어 27.5%, 불편함 27.2%, 불쌍함 17.0%, 차별 3.8%, 장애 3.5%순으로 표현해 아직도 기능적 결함이나 시혜적인 시각이 강하게 잔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장애관련 전문가들은 불편함, 차별, 휠체어, 장애 순으로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인식이 이미지 형성에 한 축을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설문에서 비장애인들은 매우 심각하다 24.3%, 차별이 거의 없다 7.6%이고 전문가들은 매우 심각 27.3%, 차별이 거의 없다가 1.7%로 나타나 전문가들이 차별의 심각성을 더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용관련 장애인 차별이 제일 많아

 ‘장애인이 되면 가장 차별받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는 질문에 비장애인들은 고용 38.7%, 이동·교통 21.8%, 시설물 이용 17.7%, 장애인에 대한 인식 7.8%, 교육 4.6% 순으로 나타났으며 전문가들도 고용, 교통, 신체적·정신적·언어적 폭력, 가족·가정·시설 등에서의 자기결정권 순으로 나타나 고용과 이용·교통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로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사실 등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이 우리 사회에 미흡한 것으로 보고됐다.


 장애관련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인권 침해나 차별이 심각한 곳은 어디인가?’라는 물음에 장애인차별이 심한 분야로 기업 및 개인회사가 34.9%, 요양원 등 복지시설이 10.9%, 검찰 등 수사기관과 고등학교 등 교육기관이 뒤를 이어 역시 고용과 관련된 차별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차법 시행 효력 “부정적”

 장차법이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로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다’가 38.3%, ‘장차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공감대 미비, 법·제도의 변화와 정부 지원의 부족’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장차법에 대한 홍보 및 인식개선 등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37.2%, ‘정부의 법집행 의지’ 28.1%, ‘시행에 따른 예산확보 및 지원’ 26.4% 등의 순으로 후속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애인의 차별에 대한 효과적인 권리구제 수단으로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이 24.4%, 직접 관련 당사자 또는 기관에 이의제기 및 시정요구 18.6%, 장애인단체 및 관련기관에 도움요청 14.5%, 언론기관에 제보 12.1% 순으로 나타났다.

▲장차법과 상충하는 국내법이 95개
헌법 제11조 평등권에 장애로 인한 차별금지 명시돼야

 장차법이 담고 있는 차별금지의 6가지 유형과 장애인 차별영역에 대한 22가지 지표를 바탕으로 현행 법제처에 등록된 법률, 대통령령 및 헌법기관들이 제정한 규칙을 포함한 총 4천124개의 법령 중에 95개 법령(2.3%)이 장차법과 상충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사렛대학교 인간재활학과 우주형 교수는 그동안의 연구결과 발표를 통해 “장차법과 상충법령으로 조사된 95개 법령 중 법률 66개, 법령 25개, 규칙 4개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상충부분이 많은 분야로는 헌법·국회·선거·정당·행정일반·국가공무원 분야가 36건이었고 사회복지 분야 14건, 교육·학술·문화·공보·과학·기술 분야가 13건, 법원·법무 분야가 11건순으로 나타났다.


 우 교수는 헌법 제11조 평등권 영역에서 ‘누구든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받지 아니한다’는 조문은 모든 법령의 근거가 되는 최고 상위법인 헌법에 차별금지 사유로서의 ‘장애’를 명시해 장애인 차별금지와 권리구제에 대한 헌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한 장애인이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헌법으로 보장한 제34조 제5항의 ‘신체장애인’이란 명칭을 ‘장애인’으로 변경해 그 대상을 명확히 할 필요성을 주장했다. 현행 법령의 검토과정에서 가장 많이 충돌이 나타난 부분은 정신지체와 관련된 법 조항으로 ‘금치산자 및 한정치산자’를 꼽은 우 교수는 “현행 민법상의 무능력자제도로서 정신지체장애라고 해서 당연히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법원의 선고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장애로 인한 차별 사유에서 제외했다”고 덧붙었다.

▲ 장차법이 사문화되지 않으려면 예산확보부터 해야

 방송대 법학과 곽노현 교수는 “약자의 인권법은 치밀한 연구조사와 통계, 적절한 예산과 인력, 내·외부의 감시·점검체계 등에 의해 종합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머지않아 사문화되기 마련이며, 그 빈자리를 강자의 편법과 불법이 채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7년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회복지지출의 GDP 대비 비율이 5.7%로 OECD 평균 20.7%의 1/4에 불과해 OECD가입 30개국 중 최하위를 차지했으며 사회복지지출 중  장애관련지출은 1/8 수준에 그쳤다. 곽 교수는 “장애인관련 예산과 지출이 지금처럼 OECD 국가 중 최저수준에 머무르는 이상 장애차별금지와 장애인권보장의 실효성 역시 최하위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단언했다. 

▲외부의 독립적 감시 및 신속한 권리구제절차 필요

 곽 교수는 “약자의 권리실현의 실효성을 확보하는데 있어서 강자의 의무이행에 대한 외부의 독립적 감시활동 및 신속한 권리구제절차 만큼 결정적인 것은 없다”며 “외부의 독립기구에 의한 전문적 감시활동이 없을 경우 책임방기와 부실이행을 변명하는 강자의 갖가지 내부논리가 판을 칠 것”을 우려했다.


 곽 교수는 또 “장차법의 실효성을 확보키 위해 장애차별과 관련된 공공논의의 장소엔 당사자 및 가족, 옹호단체의 참여가 제도화돼야 하며 장애인들이 아직도 차별받고 있고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면 이는 국가의 법률위반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지부, 장차법의 홍보강화와 인식개선사업 병행키로 

 보건복지가족부 장애인권익증진과 김홍중 과장은 “장차법의 실효성을 확보키 위해 정부는 장차법 전담부서인 장애인권익증진과를 신설했으며 복지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각 부처 담당국장이 참여한 정부합동대책반을 운영 중임”을 밝혔다.


 김 과장은 “장차법의 낮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홍보와 인식개선사업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며, 내년부터 차별개선 모니터링을 실시해 법의 실효성 확보와 우리사회 내 순조로운 정착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편의제공 주체와 수단이 명확치 않은 현행 장차법 중 방송관련 조항을 방송관계자, 전화사업자, 출판·영상물로 구분해 편의제공 수단을 특성에 맞도록 법령화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장애인희생 강요하려는 권력층의 압력 경계해야
 미연방대법원의 ADA 적용범위 제한사례

 18년이나 지난 미국의 장차법인 ADA(American with Disability Act)의 경우 장애인 보호라는 입법취지와는 달리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ADA의 적용범위를 좁게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차법의 실효성 있는 운용과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한·미 장애인정책포럼에서 미국 위스콘신대 특수교육학과 로버트 거비 교수는 “1990년 ADA 제정 후 교통과 재화 등의 공적 영역은 많이 개선됐으나 장애인에게 고용의 기회가 적은 것과 직장에서의 차별도 여전히 존재한다”며 “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ADA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간주되는 장애인 수가 더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고 말했다.

 엘라 윌리암스는 켄터키에 위치한 도요다자동차공장의 조립라인 근로자로 근무하던 중 양 팔목 터널증후군과 목, 어깨 팔 양측 건조염에 걸렸고 이로 인해 진동공압기구를 사용해야만 작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주치의는 엘라에게 활동을 제한해야 한다고 처방했고 그녀는 이제 대부분의 조립작업에서 일할 수 없게 되자 회사를 상대로 급여지불과 적절한 편의시설을 제공하지 않은 것에 대한 차별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중재했다.


 도요다는 엘라를 품질관리검사팀으로 보냈고 업무를 조정해줘 그녀는 손과 팔을 많이 움직일 필요가 없이 몇 년 동안 그 일을 잘 해냈지만 회사는 다시 하루에 몇 시간 동안이나 팔을 어깨위로 뻗어야 하는 직무를 그녀에게 할당하자 극도의 불편과 고통을 초래했다. 앨라는 예전 업무로 바꿔줄 것을 요구했으나 회사측이 거절하자 엘라는 사직했고 ADA가 요구하는 합당한 편의시설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류로 회사 측을 고소했다.

 이에 연방대법원은 ‘엘라가 손상을 가지곤 있지만 그녀의 장애가 대다수 사람들이 일상에서 중요한 활동을 심하게 제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애의 기준은 충족시키지 못하다’고 판시해 가장 심한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ADA조항을 적용하려는 태도를 노골화 했다.

 거비 교수는 캔터키에 위치한 도요다자동차회사 대 윌리암스 사건의 미 연방대법원 판례를 예로 들며 “장애 자격을 결정하는데 요구되는 분명한 정의와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개인, 특히 장애인을 희생시키려는 권력계층으로부터의 압력이 계속된다는 사실을 한국의 장애인들은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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