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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부
  • 승인 2018.07.20 09:46
  • 수정 2018-07-20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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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정착을 위해 마련될 기반들에 관하여

 

 
한명희/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먼, 그렇게 우리가 함께 산다는 것
 장애인수용시설에 나온 사람들에게는 그리고 일반의 시민 모두에게나 일종에 자신의 삶의 공동의 분모를 가진 공동체가 필요하다. 평생을 시설에서 살다가 나와 아무런 관계망도 없이 처음부터 시작을 해야 하기에 전자가 당연히 어렵고 힘들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가야할 곳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갈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도 만난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탈시설의 지원과정을 중심으로 지원을 하지만 모든 것에는 공백이 있고 그것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채워 가야 하는 것이 결국 중요하다. 
 오전 8~9시 노들야학의 상근활동가보다 더 일찍 와 있는 노들야학 발달장애인 학생들이 있다. 노들야학은 낮(1:30-4:30)의 주간반 수업과 저녁(5:00-9:00)의 수업이 두 가지로 진행이 된다. 낮 수업인 발달장애인 대상 수업의 시작은 그들의 삶의 여백을 채워가는 고민의 연장선상 중 하나였다. 하루 반나절 이상을 학교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고 개별적으로 문해교육을 하기도, 다른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이 프로그램들을 삶을 관통할 수 있는 수업의 형태로 꿰어내는 것이 중요했고 사람을 모았다. 현재는 인강원에 계시는 10명의 거주인들과 노들야학의 기존의 (발달장애인 당사자) 학생분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 한해 4년째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그중 시설거주인들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은 횟수로 2년째) 서울시 사업을 통해서 프로그램비(단순인건비, 홍보비) 정도 지원을 받고 있고 전체 사업의 규모에서 그중 1/4의 예산은 빠듯한 자체 경비에서 진행이 되고 있다. 
 그리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활동지원서비스의 부족으로 등하교 또한 자체적으로 상근활동가들이 지원을 한다. 지체장애인에게 활동지원사와 전동휠체어의 보급이 삶의 큰 전환점이 되었듯, 발달장애인 역시 그에 따른 활동지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한 개개인의 삶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현장에서 매일같이 하루의 프로그램을 끝맺으며 분투하고 있는 담당 상근활동가들이나 조력자가 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것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하고 있는 불투명한 예산으로 인해 연속성을 가지기 어려운 프로그램 속에서 그 사업들의 간극을 민간의 영역에서 투쟁하며 메꾸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지점이다. 대부분의 상근활동가, 조력자들이 민간의 영역에서 몇 개의 일을 중복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며 한두 명에게도 집중하기에 어려운 상황에서 노들야학만 해도 20여명의 사람들의 수업, 삶, 환경을 기록한다는 것, 그것이 누군가만의 버거움으로만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좀 더 안정적인 장애인의 자립생활의 든든한 지원예산과 사회적 관계망들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일상을 물어주고 나의 안부를 궁금해 하는 공동의 공간.
노들야학의 수업은 그렇게 교실 안과 밖을 넘나들며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익히는 과정이다. 글을 읽는 것은 내가 더듬거리며 조금은 느리지만 그렇게 세상을 읽어나가는 각자의 방식을 체득하는 과정 중에 하나이다. 그렇게 지역사회 정착을 하기 위해서는 (당장 사회에 그대로 던져지지 않기 위해) 그 삶을 함께 구축해야 하며 그 권리가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 또한 우리가 알아가야 한다. 
 또한 시설 밖으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기존의 정상성의 가족의 범주를 넘어선 새로운 대안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삶의 형태를 이루는 것이 당연하듯 우리가 상상하는 그 가족의 모습 또한 각자가 달랐으면 한다. 나의 삶의 여백을 채워 줄 수 있는 다양한 삶의 프로그램들을 함께 확장해나간다는 것은 아직도 서울시만 하더라도 지원 법인 수 38개, 수용 장애인 수만 3천명이 넘는 이 흐름을 끊어내고 장애인의 자립생활의 흐름으로 변화하는 것과 동반되어야 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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