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으로 편해지는 세상. 시각장애인도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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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으로 편해지는 세상. 시각장애인도 누리고 싶다
  • 편집부
  • 승인 2018.07.06 09:44
  • 수정 2018-07-06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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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기/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총장
4차 산업혁명은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하고 살아왔던 삶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생각과 삶을 요구한다. 이미 빛의 속도로 전개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이 결코 거부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변화된 4차 산업혁명 시대는 2차 산업사회에서 가장 차별받고 격리 및 배제됐던 장애인들에게 평등한 참여와 통합의 네트워크를 통한 새로운 사회 환경과 삶의 양식의 기회를 주고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의 과학기술 발달은 그동안 장애인의 장애문제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을 갖게 한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온다면 시각장애인들은 또 다른 소외와 차별이 더욱 가중될 염려가 있으며, 특히 정보접근권 관계에 대한 논의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도 아직까지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어느 날 TV에서 여성 시각장애인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선전하는 광고를 들은 적이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에게 애기 우유 먹는 시간 알려줘, 동화책 읽어줘 하는 음성인식으로 명령어를 내리면서 선전하는 광고였다.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되어 현재까지 약 2천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시각장애인을 위한 TV 음성안내 서비스 표준 보완 및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가 이 광고를 보고 “시각장애인은 다양한 가전제품을 음성인식으로 쉽게 제어할 수 있는데, 굳이 음성안내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터미네이터 영화가 나왔다고 해서 인공 로봇이 사람의 모든 영역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광고에 나온 인공지능 스피커 음성인식만으로 시각장애인의 모든 정보접근을 해결하기에는 아직 먼 나라 얘기인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 속에서 우리 사회는 나 혹은 우리 중 누군가가 시각장애인으로 살 만한 환경인가? 
 대부분의 국민들이 쇼핑, 결제, 예약, 금융, 방송, 공공서비스 등 생활의 필요한 서비스를 PC, 모바일 등 최신 기술로 혜택을 보고 있으나, 우리 시각장애인은 세상이 4차 산업혁명으로 좋아졌다고, AI 스피커가 음악을 틀어줘도, 스마트폰으로 대화나 길 찾기가 가능해도, 당장 눈감으면 10m 앞도 걷기 힘들다. 시각장애인들은 버스 타는 것을 도착시간, 도착순서, 승하차 등의 어려움을 이유로 아예 피할 정도이며, 미래의 삶은 더욱 암담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기술 혁신으로 비장애인 삶은 날이 갈수록 편리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제품 사용이 더 어려워져 오히려 불편함을 겪는 시각장애인은 스마트폰을 비롯해 많은 전자제품이 액정 터치를 인식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어려움, 보일러가 겨울에 켜져 있는지 꺼져 있는지 조차도 알 수 없는 암울한 실정에서 이를 해결하고자 시각장애인 개인이 지난 3월 30일에 정보접근권 보장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을 신청한 적이 잇다.
 하지만, 장애인 관련 청원은 아직 단 한 건도 20만 명을 넘기지 못했다. 장애인 관련 청원 중 많은 추천을 받은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해주세요’ 조차 간신히 5000명을 넘겼을 뿐이다. 시각장애인 사이에서 꽤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찻잔 속의 태풍’이었다. 우리 주변에서 겪을 법한 이슈에는 반응을 하지만 아직 많은 이들에게 ‘장애인’은 장애인들만의 일이다.
 비록 많은 동참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국민청원의 가장 큰 의미는 시각장애인 당사자 개인이 자신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직접 나섰다는 것이고, 시각장애인의 이런 다층적 사회적 차별을 알지 못하는 비장애인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함께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동참해 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를 ICT(Information Comunication Technology) 정보화 시대라고 한다. 현대 정보사회가 정보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정보를 통한 통신이 굉장히 중요한 화두인데 시각장애인은 정보는커녕 정보의 소외 때문에 통신에서도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는 현상인 것이다. 
 그리고 현재 시각장애인들에게 가장 절박한 문제는 여러 가지 전자정보기기 가운데 시각장애인 보장구에 점자정보단말기라는 보장구가 현재 건강보험 급여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보장구인 돋보기, 안경 등 몇 개 품목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고는 있지만 보장구 품목에 지정된 지 대부분 20년이 넘도록 단 한 가지의 품목도 추가가 없는 실정이다.
 현재 시각장애인들이 모든 정보들을 점자로 전환해서 일상생활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보장구는 점자정보단말기가 유일하다. 그래서 점자정보단말기가 건강보험 급여에 적용이 되어야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우리 시각장애인의 현재와 미래의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정보접근권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꼭 필요하고, 변화의 핵심을 주시하면서 시행착오 속에서 길을 묻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기술이 발전하고 이에 따른 사회적 환경이 급속하게 변화될 때 편익을 누리지 못하고 위험과 부작용에 더 강하게 노출되는 시각장애인을 위해서 정책적 개입이 요청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며 다양한 관계와 우려, 기대를 함께 고려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시각장애인의 관심과 요구를 고려하는 논의를 통해서 현재 기술-산업적 논의에 치우쳐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좀 더 사회 대화적인 방향으로 인도되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이 좀 더 포용적, 참여적인 방향으로 발전되기를 바란다.
 또한 무엇보다 제4차 산업혁명을 통하여 장애인의 직장과 일상생활에서 장애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의 발전이 기대된다. 시각장애인 보조공학기기(Assitive Techologic Equipment) 지원 사업이 제4차 산업혁명과 융합될 경우 보조공학기기의 발전을 통해 시각장애인의 능력향상에 획기적인 기여를 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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