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엄마가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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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엄마가 뿔났다
  • 편집부
  • 승인 2008.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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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순/인천광역시장애인부모회 회장

 인천의 미추홀학교가 개교하면서 중증장애인 엄마가 뿔났다.

 

특수학교가 인혜학교만 있을 때부터 연일학교도 지적장애, 자폐성장애인공립특수학교로 지정이 되고 이제 개교한 미추홀학교마저 지체중증장애인들이 밀려나면서 소외감을 느낀 엄마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지체장애인학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립으로 은광학교가 있으나 시설이 너무 열악하고 장소가 비좁은데다가 생활시설이 함께 위아래 층으로 구성돼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그 학교에 다니고 있는 많은 장애인 부모들은 마지못해 콩나물시루를 방불케 하는 그곳에 데리고 다니며 재단 측과 매번 부딪쳐 가며 학습을 받고 있다.

 

 미추홀학교가 개교하기 까지는 많은 사연이 있다. 나근형 교육감의 초선 교육감 출발 때 공립특수학교를 세워주겠다고 인천장애인부모회원들 6개 특수학교 대표들과 약속했었다. 초선에서 지키지 못하고 재선에서 다시 약속을 하면서 지어진 것이 미추홀학교다.

 

 당시 은광재단은 재건축을 할 의사가 전혀 없었고 재단이 학교법인을 포기하기 전에는 새로운 지체학교가 지어질 수 없다고 부모들을 비웃었다. 때문에 우리 부모들은 장수동에 짓는 특수학교는 두 동을 지어서 한 동은 넘쳐나는 지적장애친구들을 받고 한 동은 지체중증아이들의 학교로 지어지길 소원했었다. 그러나 환경단체의 반발로 장수동의 교육청 부지는 사용할 수가 없었다. 만수동에 개인소유의 땅을 교육청이 어렵게 구입해서 학교를 짓게 되었을 때 은광재단이 학교법인을 시설법인과 분리하여 다른 곳에 짓겠다고 결정하는 바람에 은광의 학부모회는 환영했다. 미추홀학교가 지적장애인학교로 지정되는 것에 별 불만 없이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그 당시 67억이라는 전국 최고의 금액을 받아내 타 지역 특수학교의 부러움을 받았다. 한편으론 SBS방송국에서 얼마나 부실한지에 대해 촬영을 나올 정도로 세상의 관심을 받기도 했었다.

 

 그러나 넓은 장소를 마련해서 새로이 학교가 지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여차저차 구구한 변명만 남기고 무산되고 교육부로 67억이 환수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런 결과를 빚은 것에 대해 인천시교육청은 일말의 책임도 느끼지 않았으며 마치 은광학교만의 잘못인 양 몰아가고 더 이상 관심도 없다가 현대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67억을 가져와 비좁아서 나가야 한다고 했던 그곳에 시설과 함께 다시 지으려고 한다.

 

 지체중증장애인들이 학교를 못가고 유예하거나 순회교육을 선택해야 하는 진정한 원인을 무시한 채 현재 다니고 있는 학생이 지체장애학생의 전부인 양 등교하고 싶어 하는 장애인들의 욕구조사도 없이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져야 하는 교육청이 마치 건물 지을 돈만 주면 제 소임을 다한 양 학부모들의 반발도 무시하고 기어이 그 좁은 곳에 중증장애인들의 학교를 새로 신축하겠다고 한다. 중앙에서 가져온 돈이면 인천시교육청에서 부지매입비를 마련해서 한 번에 많은 욕구를 충족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국민의 세금을 집행하는 공무원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일을 처리해주었으면 참 좋겠다.

 

 뇌병변지체학생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순회보다는 학교에 등교할 수 있게 하고, 학교 안에서 휠체어만 타고 수업하는 게 아니라 잠시 눕기도 하고 물리, 작업치료도 하면서 감각훈련과 놀이치료, 음악치료, 심리치료적 교육을 받고, 중증장애인도 시간이 지나면서 경증으로 경증장애에서 사회통합으로 직업훈련을 통해 사회의 한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는 학교가 된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

 

 제고 없이 은광학교 현부지에 좁지만 다시 짓겠다면 인천시교육청은 중증장애인들의 특성을 잘 살린 특수한 특수학교를 또 다른 곳에 부지를 마련해서 다시 지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이 결정은 장애인 속에서 또 다른 장애인의 차별을 가져오는 결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 나라 국민이면 누구라도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초등 중등 일반인들도 의무교육인데 중증장애인들은 부름을 받지도 못하고 있고 부름을 받아도 달려가지 못한다. 병원학교 만들어 놓고 학생이 없다고 이용자가 없다고 걱정하지 말고 제대로 된 지체중증 특수학교를 새로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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