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판결이었는데도 국가 배상 책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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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판결이었는데도 국가 배상 책임 없다?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8.04.25 09:36
  • 수정 2018-04-25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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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국가 상대 손해배상청구소송서 원고 패소 판결

“법관의 권한을 명백히 잘못 행사했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

 

염전에 감금돼 14년 동안 노동력 착취를 당한 지적장애인이 부실 재판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국가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송인우 판사는 지난 18일 ‘염전노예’ 사건 피해자 박모씨가 법원의 잘못된 재판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원고인 지적장애인 박씨는 지난 2001년부터 14년간 전남 신안군의 한 염전에 감금돼 염주 A씨로부터 노동력 착취 및 폭행을 당했다. A씨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2014년 10월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판결 선고 직전 A씨 측에서 제출한 ‘처벌불원서’를 근거로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공소를 기각했다.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집행유예 선고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해당 처벌불원서는 A씨 가족 등이 판결 선고 사흘 전 쉼터를 찾아와 박씨에게 시킨 것으로 박씨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 불원서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5년 1월, 항소심이 제기되었고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심에 이르도록 피해자와의 합의에도 이르지 못했다”며 1심 재판부의 위법성을 스스로 인정했다. 그러나 양형이 부당하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를 기각했으며 박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적징애를 고려하지 않은 1심 법원의 부실한 판결을 감싸 안았다.

송인우 판사는 “박씨 측 주장이 사실로 인정되지만 국가의 배상책임은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법관이 위법하거나 부당한 목적을 갖고 재판을 했다거나 법관의 권한을 명백히 잘못 행사했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번 염전노예 손해배상소송에 참여한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연구소)는 ‘가해자가 제출한 ‘가짜 합의서’ 인정한 재판부, 신안 염전사건 피해자를 끝까지 외면한 법원을 규탄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룰 19일 냈다.

연구소는 “이 사건의 피해자 박씨는 약 14년간 신안군에 소재한 염전에서 노동력 착취를 당한 지적장애인으로 당시 본인 이름 외에 한글을 읽거나 쓸 수조차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1심 재판부의 위법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판결을 눈앞에 두고도 책임회피에 급급한 법원의 행태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 특히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염전에서 장기간 노동력 착취를 당한 지적장애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제출된 문서에 대한 당사자 의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집행유예라는 안일한 판결을 내렸다”고 비난했다.

이어 “합의서의 진위를 입증할만한 기본적인 서류도 없이 달랑 문서 한 장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법부의 판단이 심히 의심스럽다, 향후 진행될 항소심에서도 사건을 끝까지 주시할 것”이라며 인권의 최후보루인 사법부 조차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사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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