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승강장 매점·자판기 2020년까지 철거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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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승강장 매점·자판기 2020년까지 철거 추진
  • 차미경 기자
  • 승인 2018.03.2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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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점운영자 상당수가 취약계층…협의과정 순탄치 않을 듯

서울교통공사가 2020년까지 서울 지하철 승강장 내 매점과 자판기를 모두 없애기로 했다. 비상 시 승객 대피 동선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취약 계층으로 구성된 시설 운영자들과의 철거 협상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공사는 지난달 서울시의회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승객 공간과 동선 확보를 위한 승강장 비움과 통합’ 계획을 보고했다.

공사 관계자는 “매점과 자판기 때문에 통행이 불편하다는 승객 민원이 꾸준히 있었다”며 “무엇보다 이런 시설물 때문에 비상 사태 시 승객 대피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승강장 주변을 단계적으로 정비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흔히 매점이라고 불리는 ‘통합판매대’는 지하철 승강장에 설치돼 신문, 스낵이나 음료, 잡화를 파는 장소를 가리킨다.

공사는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매점을 철거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부터는 승강장 매점 운영자를 모집하는 공고도 내지 않는다. 올해는 우선 매점 25곳이 철거 대상이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거나 운영자 없이 비어 있는 곳이다. 이어 내년에 임대 계약이 끝나는 95개, 2020년에 계약이 만료되는 40개 매점이 차례로 없어진다.

다만 공사와 취약 계층으로 이뤄진 시설 운영자간의 협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매점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 한부모 가족, 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에게 임대하는 조례대상시설물이다. ‘서울특별시 공공시설 내의 매점 및 식음료용 자동판매기 설치 계약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이 시설은 특정 계층에게 우선 임대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이 일을 생계로 삼고 있는 취약 계층 운영자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공사는 계약이 남아 있는 매점도 가능하면 승강장에서 대합실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승강장이 대합실에 비해 승객들이 머무르는 시간이 훨씬 길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점 운영자들의 이전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승강장에 놓인 자판기도 이전 대상이다. 서울 지하철에는 음료수 자판기 418대와 스낵 자판기 212대가 놓여 있다. 이 중 일부는 매점처럼 취약 계층이 운영하고, 일부는 민간 업체에서 맡고 있다. 공사는 이들 역시 계약이 만료되면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없애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한편, 현재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생계로 삼고 있는 사람들의 대안은 마련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철거만을 주장하는 공사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당장 재계약을 하지 못하는 상인들은 벌써부터 생계에 대한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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