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 가정폭력 지원체계 마련 정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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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장애인 가정폭력 지원체계 마련 정책포럼>
  • 오혜영 기자
  • 승인 2017.11.24 09:13
  • 수정 2017-11-24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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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장애인 가정폭력 지원체계 마련 정책포럼>

 
 지난 11월 9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는 여성장애인 당사자와 관계자 등 100여명이 모여 여성장애인 가정폭력의 실태를 파악하고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의견을 공유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이 실시한 실태조사는 17개 지역의 여성장애인이며,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가 있는 곳의 여성장애인 중심으로 총 432명을 분석하여 진행했다. <오혜영 기자>
 
 
때리고 욕하고 성폭행까지…여성장애인 피해 악순환
가정폭력특례법 개정과 가정폭력보호시설 확충 및 장애여성성인권교육진흥원 설립해야
 
신체적 폭력 한번이라도 경험이 35.3%
원치않는 성관계 강요나 당했다 12.9%
 
?여성장애인 가정폭력 실태
 본 조사 참여자는 50대가 가장 많고, 일반적인 여성장애인의 학력 수준과 달리 고졸, 대졸이 많아 대체로 고학력 여성장애인들이 참여했다. 그러나 이들은 월 소득이 50만 원 이하의 빈곤 가정으로 전체 조사 참여자의 절반이 넘었고, 1인 가구도 가구 형태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장애유형으로는 절반이상 차지하던 지체장애인은 줄고 지적(12%), 시각과 청각장애(약10%) 유형의 여성장애인이 참여했다. 
 조사결과, 신체적 폭력 경험은 ‘손바닥으로 뺨 또는 몸을 때린다’에 한 번 이상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15.7%였으며, ‘물건을 집어 던졌다’ 17.3%, ‘사정없이 마구 때린다’ 11.1%, ‘칼이나 몽둥이 등 흉기를 휘두르며 위협하거나 다치게 한다’라는 항목에도 한 번 이상 경험 한 여성장애인은 8.6%였다. 이는 2016년도 전국민 가정폭력 조사결과와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약 4000여 명의 여성을 조사한 가정폭력의 종류 중 부부폭력에서 신체적 폭력 결과는 여성의 신체적 폭력 피해가 3.3%인데 반해, 여성장애인의 가정폭력에서 신체적 폭력은 ‘한 번이라도 있었다’ 합계 비율이 35.3%로 전국민과 비교했을 때 약 10배 이상으로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여성장애인은 신체적 폭력 경험 이외에도 억압, 차별, 무시, 소외, 방임, 가족의 자해, 협박 등으로 인한 정서적 폭력도 당하고 있다. ‘소리를 지르거나 무시한다’ 항목에 한 번이라도 경험한 사람이 29.6%로 가장 빈번했으며. ‘장애와 관련해서 욕이나 심한 말을 한다’에 한 번 이상 경험 22.2%, 시설에 입소하기를 강요하는 경우도 8.9%가 경험했다. 전국민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모욕을 하거나 욕을 했다.’ 항목에서 한 번이라도 있음이 9.8%인데 반해 여성장애인의 경우는 한 번이라도 있음이 29.6%로 전 국민 대상의 정서적 폭력 중 언어폭력보다 약 3배 높은 수준이다. 
 생활비나 용돈을 주지 않는 경제적 폭력도 여성장애인의 경우 18.8%가 나타났으며, ‘동의 없이 내 재산을 임의로 처분한다’ 항목도 11.5%에 이르렀다. 
 또한 신체에 대한 비난을 하거나 성적으로 비하하고 욕하고 혈연관계를 악용한 강제적인 성폭력, 원치 않는 성적 행위를 강요하는 성적폭력도 심각했다. 가장 심한 성적 폭력인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강요받았거나 당했다’ 하는 항목에서 한 번이라도 있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12.9%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일상생활에서 자기결정권 및 선택권이 무시되는 행위에 대한 통제 경험은 분석결과 전혀 없다는 응답의 비율이 높았지만 여전히 집안 행사로부터 배제시키거나, 성차별로 교육의 기회를 박탈시키거나, 지인과의 교류 또는 외출에 대한 자유를 억압하거나, 무시와 냉담, 그리고 치료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경우가 번번이 존재했다. 
 
10대에 가정폭력 최초 경험 가장 높아
가정폭력 피해 어린시절부터 일찍 시작
 
 여성장애인이 가정폭력을 최초로 경험한 시기를 살펴보면 10대에 74명(39.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20대 51명(27.3%), 30대 32명(17.1%), 40대 18명(9.6%), 50대에 6명(3.2%), 60대 이상 6명(3.2%)으로 가정폭력 피해가 어린 시절부터 일찍 시작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여성장애인 가정폭력 가해자는 배우자가 60명(32.1%)으로 가장 많았고, 아버지가 46명(24.6%), 어머니가 18명(9.6%)을 차지하였으며 형제·자매가 20명(10.7%), 기타 20명(10.7%), 시부모·식구들이 14명(7.5%), 친인척이 8명(4.3%), 자녀가 1명(0.5%)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가해자는 전체 가족 구성원들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여성장애인에게 나타나는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더욱 드러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기혼일 경우 첫 가정폭력 발생 시기는 결혼 후 1년 이상 5년 미만일 때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을 겪은 여성장애인들은 거의 대다수가 불안하고 우울한 가정폭력 후유증을 앓고 있다. 
 가정폭력이 발생하였을 때 대응방법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가 250명 중 111명(44.4%)으로 가장 많았지만 2006년 여성장애인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 ‘아무런 대응도 못했다’ 125명(52.5%)에 비하면 다소 감소하였고, 전국민 조사에서 ‘그냥 있었다’는 응답 63.9%보다 약 20% 가량 낮아 폭력에 적극 대응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럼에도 여성장애인들이 가정폭력 발생 시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한 이유는 ‘무서워서’가 52명(28.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기타’ 38명(21.0%), ‘창피해서’가 34명(18.8%), ‘갈 곳이 없어서’가 26명(14.4%) 순으로 나타났다. 
 
부모님이 이름 부를 때 물건 날아와
 
?여성장애인 가정폭력 사례
 패널로 참여한 한국청각장애여성회 이금란·홍정예 씨는 청각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겪은 몇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어릴 때 오빠나 부모님이 이름을 부를 때는 물건이 가끔 날아왔다. 어느 때는 수건, 어느 때는 책, 어느 땐 신문 등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였다.” 
 “임신을 해서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자 너희를 통해서는 말을 배울 수 없으니 아이를 키워주겠다고 했다. 참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아이를 안고 잠을 잘 수도 없었고, 오직 기저귀 빨고 청소하고 밥 먹고 밖에 나갔다 오는 것도 허락을 받았다. 헤어지겠다 하니 자식 두고 어딜 가냐며 일만 시켰다. 아마 밥하는 사람으로 기억되었을 것”
 다음은 한국시각장애인여성연합회 전인옥 상임대표도 여성장애인 가정폭력에 대한 몇 가지 사례다. 
 “30대 초반 정도 목소리의 A씨는 중도실명 후 맹학교 고등부를 졸업하고 점역·교정사 3급 자격을 취득하였으나 지금은 집에서 갇혀 지낸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으니 집을 나갈 이유가 없다는 아버지의 반대 때문이라고 했다. 활동보조인을 이용하여 산책하고 싶으나 이조차도 허락되지 않아 집에서 혼자 지내다 보니 몸이 많이 약해져 5분을 채 걷지 못한다. 아버지는 남들 앞에서 ‘장애여성인 딸을 잘 키우는 훌륭한 아버지’로 존경받고 있다고 한다.” 
 “20대 초반의 한 시각장애여성이 초등학생인 여동생과 길을 가고 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나타나 ‘아가씨가 앞을 못 보시나 봐요.’ 하면서 시각장애여성의 몸을 만지고 갔다. 표정이 일그러진 언니를 보고 동생은 까닭을 물었으나 언니는 어린 동생에게 차마 말을 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김효진 장애여성네트워크 대표가 소개한 장애여성 가정폭력 사례다. 
 “37세 청각장애 3급 장애여성 A의 사례다. 취업을 해서 독립을 하려고 하는데 장애 때문에 일을 구하는 것도 힘들지만, 어렵게 일해서 받은 돈을 가족들이 관리해 주겠다며 뺏어가 버린다. 항의하거나 돈을 달라고 하면 아버지와 남동생이 마구 때려서 너무 힘들다. 경찰이 와서 간신히 해결되기도 하지만 진단서를 끊으려 해도 비용이 많이 들어서 그것도 힘들다.” 
 “34세 지체장애 2급 장애여성 B의 사례다. 퇴근해서 집에 가면 다시 집안 일이 기다리고 있다. 남편이 도와주는 것도 거의 없고 애들은 초등학생이라 너무 힘든데 활동보조 시간도 모자라서 방법이 없다. 시댁에서는 평소에 며느리가 장애인이라고 무시하면서 명절이나 시댁 행사에서는 여자가 그 정도도 못하냐고 함부로 얘기한다. 최선을 다하지만 언제까지 할 수 있을 지 걱정이다.” 
 이 밖에도 장애여성들이 겪은 가정폭력 일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현재 여성장애인들의 낙후된 권리와 가정폭력 실태를 확실히 입증한 셈이다. 
 
발달장애여성 수급비 다른 사람이 관리
 
? 장애유형별 가정폭력 경험과 이해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본 연구를 위해 농인 2명, 발달장애인 3명, 시각장애인 1명들과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이들은 장애유형별 가정폭력에 대한 이해도 달랐다. 특히 청각장애인의 경우는 자신이 원하지 않았는데 부모가 억지로 와우수술을 하는 것은 신체적 폭력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발달장애인은 배우자 폭력을 연상했다. 
 가정폭력에 대한 경험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농인이나 청각장애인의 경우는 수화를 사용하지 못하게 손을 때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수어를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감금하거나 팔을 묶어 놓았던 경험도 있다. 또한 농인은 유아시절부터 농학교에 입학하게 되는데 기숙사 생활에서 선후배, 동료들에 의해 몸을 만지고 옷을 벗기고 말을 안 들으면 맞았던 기억이 많다고 한다. 발달장애여성의 경우는 동네에서 ‘바보’라는 말을 수시로 들으며 살아왔다. 이들은 금전적인 관리가 안 된다며 수급비를 다른 사람들이 관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농인이나 청각장애인의 경우 가정폭력에 대해 대처방법을 아예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면접에 참여한 발달장애인 중 한 명을 실제 가정폭력으로 112에 신고한 경험은 있었으나 경찰은 왔다가 그냥 되돌아갔다고 한다. 시각장애여성 또한 자신이 가정폭력을 당해도 그냥 참고 주위에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장애유형별 가정폭력 예방이나 근절을 위한 방법에 대한 질문에는 청각장애인의 경우 안심지킴이, 비상벨 등 24시간으로 스위치를 누르면 위치추적이 되는 시스템이 시행되었으면 하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여성장애인가정폭력상담소에 가정폭력 등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과 수화통역이 가능한 상담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는 가정폭력은 나쁜 것이니까 만약 남편이 때리면 경찰에 신고할 것이라고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으며, 시각장애여성은 가정폭력과 성폭력 관련 교육이 장애유형에 맞게 실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정폭력특례법 개정이 필요
가정폭력 보호시설 확충 절실
 
?여성장애인 가정폭력 예방 정책제언
 이 날 정책포럼에서는 가정폭력에 노출된 여성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제언들도 쏟아졌다. 
 먼저 서해정 한국장애인개발원 부연구위원은 “비장애여성보다 포괄적으로 사용되는 장애여성의 가정폭력 용어, 개념 정의가 필요하다. 가정폭력특례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장애인당사자 교육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여성장애인의 가정폭력 후유증에 대한 체계적인 치유방법이 필요하다. 여성장애인의 가정폭력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가정폭력 발생 시 대처방법에 대한 교육과 장애인지적 사법체계 대응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후속 실태조사를 위한 제언은 5년마다 정기적인 조사가 실시되어야 하며, 이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여성장애인의 특수성이 반영된 가정폭력 설문문항 개발과 전국민 대상의 실태 결과와 비교분석 가능한 문항도 추가하여 신뢰성 확보를 위한 조사 표본수과 조사방법 등을 개선하여 설문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다양한 정책적 제언을 발표했다. 
 이상미 대구여성장애인통합상담소장은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정부지원 여성장애인가정폭력상담소 확대와 여성장애인 가정폭력 보호시설의 확충을 절실하게 요구한다. 장애인가정폭력상담소와 가정폭력보호시설의 종사자 인원 확충 및 종사자의 인건비 지원예산 확대로 종사자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 가정폭력예방교육 실시의무 대상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상담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효진 장애여성네트워크 대표는 장애여성성인권교육진흥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장애여성의 권리는 장애남성, 비장애여성에 비해 전반적으로 낙후되어 있다. 또한 장애여성과 소녀는 성폭력 및 가정폭력의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력·가정폭력 정책이 피해자 사후조치 및 보호정책에 집중되어 예방적 정책이 취약하고, 피해의 과도한 집중조명에 따라 장애여성을 취약집단으로 분류함으로써 보호와 관리의 관점에 한정되어 있다고 말한다. 장애여성의 성인권을 위해 가장 기초가 되어야 할 것은 장애여성과 장애소녀를 위한 성인권 교육과 성폭력 예방교육이기에 장애여성성인권교육진흥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현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연구개발센터 교수는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외국의 가정폭력 개념과 예방교육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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