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성장애, 조기치료 및 완치 가능하다’는 건보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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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성장애, 조기치료 및 완치 가능하다’는 건보공단
  • 한고은 기자
  • 승인 2017.06.07 10:40
  • 수정 2017-06-07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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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자료 배포한 국민건강보험공단 규탄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올해 배포한 영유아 건강검진 안내 자료 내용을 문제 삼고 공단 이사장의 사퇴 등을 요구했다.

부모연대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영유아 건강검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생후 4개월부터 71개월까지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성장 단계별 건강검진 프로그램으로 총7차례의 건강검진과 3차례 구강검진을 받게 되는데 해당 연령이 되면 각 가정으로 영유아 건강검진 안내 자료를 발송한다.

해당 안내 자료에는 영유아 건강검진이 영유아의 성장과 발달특성을 고려한 단계별 건강검진 프로그램, 아이 월령에 맞는 안전사고, 영양교육, 육아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고, 발육지연 및 과체중 등 아이의 성장과 발달이상을 조기에 진단,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등의 내용으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안내 자료 가운데 ‘자폐, 조기치료로 완치 가능한 질병입니다. 조기발견·치료를 하면 완치할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지면에 포함된 것.

부모연대는 “해당 문구를 보고 이것이 국가기관에서 나오는 안내물이 맞는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공단은 ‘장애를 나을 수 있는 질병’으로 규정하고 홍보했는데, 장애에 대한 기본 인식조차 안 되어 있는 것”이라며 지적했다.

아울러, “국가에서는 건강검진으로 조기발견에 대한 지원을 하지만, 그 이후 치료에 대해선 부모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그런 사회 환경 속에서 오로지 아이의 발달이상은 부모의 몫이 된다. 아이의 ‘발달을 돕기’ 위해, ‘장애를 낫게’ 하기 위해, 하루 몇 번, 몇 년간의 치료를 해야 하는가? 어떤 치료가 효과적인가? 현재는 이런 가이드를 잡아 주는 곳조차 없으며, 부모는 아이에게 좋다고 하는 치료는 다 하게 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모연대에 따르면 현재 일부 민간치료시설에서는 장애를 낫게 한다는 명분으로 고액의 치료비용을 요구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단은 자폐성장애를 치료가능한 질병으로 호도함으로써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고액의 불법적 치료행위를 오히려 장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국내는 물론 해외 학계에서는 ‘자폐를 완치’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물론 특별한 케이스가 1-2건의 연구보고서에서 언급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자폐가 완치된다고 보지 않는 것이 다수의 입장이다. 왜냐하면 자폐는 뇌의 특성에 기인한 것이므로, 자폐로 인해 발생되는 심리, 행동적 특성은 부분적으로 완화될 수 있으나, 뇌의 특성 자체가 정상 범주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완치되었다고 주장하는 연구(Deboorah Fein 등의 2009년 연구보고서 등)는 반복연구를 통해 그 효과가 지속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과학적으로 검증된 연구 결과라 할 수 없다. 또한 자폐는 그 범주가 다양하여 자폐범주성 장애로도 불리고 있으며, 특정 범주에 해당되는 자폐가 완치되었다고 자폐 범주에 해당되는 모든 장애가 완치되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자폐를 완치할 수 있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가설일 뿐이라는 것. 부모연대는 “가설적 수준에 불과한 자폐 완치 개념을 모든 국민이 보는 안내문에 싣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나아가 국가적 망신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유력한 자폐 전문 기관인 ‘Autism Speaks’ 역시 자폐가 완치되었다고 주장하기에는 아직도 증명해야 할 많은 쟁점이 남아있다고 하였고, 국내의 수많은 자폐 관련 전문가 역시 자폐 완치라는 말은 자폐의 기질적 특성과 현상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과학적 주장으로 간주하고 있다.”면서, “이번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안내 문구는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며, 본질을 호도하는 대국민 사기라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부모연대는 “우리는 국가기관의 장애에 대한 몰이해를 바탕으로 무책임한 정책결정과 안내 자료 발송과정이 영유아를 양육하는 부모들에게 혼란을 주었으며, 장애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 자괴감을 가져왔음을 명확히 밝혀둔다”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 △공단의 총책임자인 이사장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사퇴할 것, △‘자폐가 치료가능’하다는 내용을 안내 자료에서 삭제할 것, △두 번 다시 근거 없는 내용이 안내 자료에 포함되어 나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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