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없는 장애인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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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없는 장애인의 날
  • 한고은 기자
  • 승인 2017.04.2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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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4월 20일은 많은 장애 관련 행사가 열리는 날이다. 4월에 가장 비가 적게 온다는 통계를 바탕으로, 거동이 쉽지 않은 장애인들이 날씨 좋은 날, 마음껏 바깥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두환 정권이 제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천편일률적인 장애 관련 행사가 정말 장애인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음악도 나오고, 높으신 분들도 나와서 얼굴도 비추고, 선물도 주는데 뭐가 그리 고깝냐고 한다면야 할 말은 없지만, 윗분들을 위한 사교활동의 장으로 이용되는 것은 아닐까 싶은 것이다. 장애인들은 어렵게 겨우겨우 와서 결국 박수만 치다 가는 행사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혹시나 일 년 중 딱 하루인 장애인의 날에만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에 신경쓰고, 나머지 364일은 나몰라라 하는 것은 아닌가? 그러기 위해 제정된 장애인의 날은 아닐 텐데 말이다. 그날 하루 거창한 계획들, 앞으로의 미래를 약속하면 뭘 하나? 그 ‘언젠가’ ‘미래’ ‘나중’이 실현되려면 바로 ‘오늘’부터 달라져야 한다. 오늘이 있어야 내일도 있는 법이다.

대선 주자들 역시 장애인의 날을 기점으로 장애인 관련 공약들을 발표했다.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하나의 퍼포먼스라고 봐도 될 것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이 드는, 혹은 턱없이 불만족스러운 공약들을 선포라도 하듯 4월 20일 전후로 세상에 내놓는 저의에는 표심을 사로잡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동안 장애계의 요구에 묵묵부답, 회피,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며 고구마가 목구멍에 콱 막힌 듯 답답하게 하고, 애태우게 하더니 마치 전혀 다른 사람인양 장밋빛 가득한 반짝반짝한 공약을 ‘짠’ 하고 내놓는 일부의 ‘쇼’는 그저 기가 찰 뿐이다.

장애계는 냉정해져야 한다. 어떤 공약이 좋은 공약인지는 당연히 장애계가 요구했고 모범답안을 보여주었으니 누구나 알고 있다. 문제는 실현가능한 ‘플랜’도 함께 제시하느냐는 것이다. 장애인의 날, 단상 위에 올라가서 앞으로 장애인들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고 소리 높여 외치는 윗분들의 말도 잘 들어봐야 한다. ‘어떻게’ 하겠다는 말이 있는지 없는지 살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실질적으로 그들이 그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 고민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발이라도 한걸음 내딛겠구나, 하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 무엇을 무엇을 해주겠다, 란 식의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장애인의 날, 그날 딱 하루 나타나 ‘언젠가’ 이뤄주겠다는 투명한 선물 보따리를 내놓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환호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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