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링 없는 1인 미디어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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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링 없는 1인 미디어의 위험성
  • 한고은 기자
  • 승인 2017.02.23 10:20
  • 수정 2017-02-23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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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1인 미디어 사이트인 ‘유투브’의 한 채널에서 방송을 하고 있는 BJ 김모 씨가 지적 장애인을 공개적으로 비하하는 일이 있어 문제가 됐다. 이 사건을 취재해 본지에 실으며 기자는 이 태연하고 과감한 혐오 표현 방식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특정한 장애인이나 개인을 가리키거나 비하하려는 의도 없이, 습관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장애인 비하 표현들(‘정신병자’, ‘바보’ 등)은 가끔 개인적인 관계 속 대화에서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고, 또는 공중파 등의 방송에서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다 함께 배우고, 의식적으로 고쳐나가면 되는 일이다. 그 어원이 장애인 비하라는 사실을 알고 쓰는 사람보다 모르고 쓰는 사람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가 된 유투버는 다른 차원의 비하를 표현했다. 자신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이유로 한 지적장애인 시청자를 자신이 방송을 녹화하는 공간에 불렀고, 자신의 옆에 앉혀두고, 면전에 대고 해당 장애인의 부모를 포함해 장애특성을 비하하는 욕을 했다는 것이고, 더 큰 문제는 그것이 아무런 필터링 없이 유투브 채널을 통해 공개가 되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해당 욕설 영상은 현재 삭제됐지만, 비난이 불거지자 사과를 거듭하다 해당 지적장애인을 다시 출연 시켜 그를 ‘형님’이라고 표현하면서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는 등, 아무리 봐도 지적장애인에 대한 비하의 연장선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 사과 방송을 연속적으로 하면서 분노를 유발하게 하고 있다.

공중파 채널에서는 절대 이런 식의 비하 표현은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겠지만, 가끔 개그프로그램 등에서 지적장애인 등을 ‘캐릭터화’ 하는 식의 모습이 나온다. 그러면 해당 방송인의 의도가 있었건 없었건 간에, 그것이 특정 유형에 대한 비하로 비춰졌다면 방송인뿐만 아니라 그 방송이 전국적으로 송출이 되게끔 한,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는 해당 방송 제작진과 방송사에게도 책임이 물어진다. 그로 인해 매뉴얼이 생기고, 이것은 ‘방송에 적합하지 않다’라는 무언의, 또는 규제화된 룰이 생긴다.

하지만 유투브와 같은 1인 미디어의 맹점은, 그 필터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유투브는 중국 등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인터넷으로 시청이 가능한 미디어다. 채널에 따라 파급력은 대한민국의 공중파 채널보다도 클 수 있다. 유투브에서, 1인 미디어에서 공개되고 그것이 인터넷의 바다를 누리며 범람하다 보면, 대한민국 국민 4명 가운데 1명이라는 네티즌의 눈과 귀를 잠식하고 혐오와 비하의 표현의 유머를 겸비해 자연스레 소비되고 결국은 무뎌지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접근 장벽이 낮은 1인 미디어에 상식적이고 소양을 갖춘 사람들만 방송을 하거나 콘텐츠를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방송에 적합한’이라는 것은 있어도 ‘1인 미디어에 적합한’이라는 말은 아예 맥락이 성립하지 않는다.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것이 1인 미디어에는 충분히 적합한 것, 문제되지 않는 것이 된다는 그 둘의 전혀 다른 속성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것을 모니터링 하는 특정 장애인단체에만 맡기고 내버려두면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시민사회가 함께 해야 한다. 꼭 어느 사회운동, 장애인권운동 커뮤니티에 소속되지 않더라도, 이것이 문제가 있다는 걸 느낀다면 당당하게 해당 콘텐츠를 제공한 자와 그 콘텐츠를 만든 발판이 되는 플랫폼(유투브, 아프리카 등)에 항의를 하고, 그게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가끔은 ‘표현의 자유’라는 그럴 듯한 말로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무자비하고 뻔뻔한 사람들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혐오를 표현할 자유’라는 것은 없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표현할 시에는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는 경고를 행동으로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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