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특별기획> 일상이 된 ‘재난’, 보편적 재난관리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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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특별기획> 일상이 된 ‘재난’, 보편적 재난관리 대책은?
  • 한고은 기자
  • 승인 2017.01.23 09:45
  • 수정 2017-01-23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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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한반도에 일어난 ‘지진’은 더 이상 자연재해나 재난상황이 우리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게 했다. 화재와 폭발 등의 인적재난에서부터 태풍과 홍수 등 자연재해까지, 각종 재난·재해 상황에서부터 각종 응급 및 긴급상황에 이르기까지 특히나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많은 제약으로 더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재난취약계층 장애인의 유형·특성을 고려한 재난대응 욕구를 반영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 재난관리 지원 제공 기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6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는 ‘장애포괄적 재난안전 위기관리 시스템 현황과 과제’에 대한 세미나를 열고, 방안을 모색했다.  
 
장애인 재난관리 제도 및 체계가 전혀 없는 실정

장애인 안전 위한 ‘법’, 어디까지 왔나?
 
 최규출 동원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장애인 재난관리 정책 및 체계 적합성을 조사한 결과, 적합성과 체계성이 없다는 응답이 100%였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는 장애인 재난관리에 대한 제도 및 체계가 전혀 없다는 의미다. 즉 보건복지부에서는 장애인 복지정책을 수행하고, 국민안전처에서는 재난관리를 담당하고 있지만 어느 부처에서도 장애인 재난관리 담당부서나 담당자가 부재한 실정이며 장애인에 대한 통일된 재난관리정책이 없는 상황임을 지적하고 있다.
 ‘재난안전법’은 우리가 겪을 재난을 대비한 가장 기본적인 법률 규정이지만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내용만 규정하고 있다. 외국의 재난관련법이 다루고 있는 재난 발생시 ‘재난알림, 대피, 정보전달 방법, 시청각적 정보’ 등과 같은 장애인을 위한 규정은 없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말 개정된 ‘재난안전관리법’은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을 안전취약계층’으로 분류하여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 수립 시 안전취약계층 안전대책을 수립하도로 규정하고, 위기관리에 필요한 ‘장애인특성을 고려한 매뉴얼 표준안‘을 만들도록 하고 있어 장애인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건축법은 시행령에서는 건축물의 피난층 또는 지상으로 통하는 직통 계단을 설치하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법에서도 비장애인을 위한 관련 규정만 있고, 장애인 피난 관련 규정은 없다. 건축법이 규정한 방화구획 설치 등에 관한 내용이나 내화구조에 관한 규정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장애인의 재난안전이나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세부적인 내용이 부족하다. 비상용 승강기 설치에 관한 기준을 갖고 있으나 미국의 경우처럼 계단의 참 등에 일시적인 휠체어 대기공간을 설치토록 하는 규정은 없다. 또한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는 세대 별로 ‘대피실이나 인접실 대피 경계벽’을 설치토록 하고 있으나 장애인을 위한 규정으로는 사용이 어려운 기준이다.
 소방법은 모든 소방대상물에 화재예방시설이나 초기소화시설을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피난취약계층을 위한 소방시설로 ‘시청각경보기, 구조대’ 등을 노유자 시설에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구나 시설들은 유형별 장애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규정하고 있어 실제 화재 시 그 효용성이나 적응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은 재난취약계층을 위한 국내 관련법으로 유일한 법률 규정이다. 이 법의 제정 취지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이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과 설비를 이용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이들의 사회활동 참여와 복지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이 법에서는 장애인 등이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 가능하면 최대한 편리한 방법으로 최단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설치하여 장애인등의 시설 이용 편의성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편의시설에는 장애인들이 시설을 이용할 때 편의를 제공하는 시설을 주로 설치토록 하고 있으나 재난현장에서 활동이 부자유한 장애인을 위한 설치시설로는 ‘시각 및 청각장애인 경보 피난시설’을 규정하고 있다. 이 정도의 시설로는 다양한 재난현장에서 장애인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화재나 지진과 같이 극한 환경에서도 쉽게 안전장소까지 피난이 가능하고, 피난 도우미 없이 혼자서도 피난이 가능한 안전한 피난시설이나 피난공간의 설치가 필요하다.
 
장애인·비장애인에 대한 통합 서비스 제공 목적

‘포괄적인’ 장애인 안전관리란?
 
장애인 안전관리를 위한 ‘포괄적 접근(inclusive approach)’은 주류 내의 기관이나 서비스를 이용, 일반 서비스를 장애 이슈에 적절히 적용하고, 프로그램의 과정과 계획에서 최대한 장애와 비장애인의 통합을 이루어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모두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결국 장애포괄이란 장애문제를 우선하여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보장하여 모든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차별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모두에게 직접적인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정책을 수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방식 가운데 재난안전 유형에게 반드시 필요한 기준을 살펴보기로 한다.
 ① 건물의 내화구조 및 방화기준 강화 
 사회복지시설이나 장애인을 위한 공공시설물은 우선적으로 실내건축재에 불연재료나 내연재료의 사용을 확대하여 화재발생 시 급속한 확산을 막음으로써 피난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피난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하게 갖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② 수직피난보다 수평이동 기준 중시
 수평피난을 위한 방법으로 인접 건축물과의 경계벽이나 피난시간을 지연시키는 내화구조 도입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충분한 수평거리 확보를 통한 피난시간 벌기를 원칙으로 한 순환형식의 통로 설치나 긴 거리 이동을 통한 경사로 이동 등의 다양한 형태의 수
평이동 피난계획을 기준으로 피난대책을 수립하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장애인복지관이나 장애인이 생활 거주하는 시설에는 루프형 복도나 통로를 만들도록 하여야 한다. 건축물의 용도가 장애인을 위한 용도로 신축되는 경우에는 경사로 설치를 의무화 하는 방법도 설계에서부터 검토되어야 한다.
 ③ 피난공간이나 임시대기 장소의 설치 권장
 사회복지시설이나 장애인사용시설에는 층별로 대피공간을 확보하고, 대피공간에서 피난층까지 직접 피난이 가능한 경사로나 승강식피난기와 같은 장애인들이 사용 가능한 탈출 장치가 설치되어야 한다.
 층별 대피공간은 해당 층의 면적 10%에 해당되는 공간을 지정하여 대피실로 지정하고, 대피실 내 설치물은 난연재료나 내연재료로 구성하도록 한다. 해당 대피공간에는 비치되는 실내 가구나 시설은 최소화하여 피난 시 최대공간이 확보되도록 하여야 한다.
 임시 대피공간은 평상 시 재난 대피실로 지정되지만 평상시에는 일반 용도로 사용하고, 재난발생 시에만 대피실로 사용함으로써 공간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사용법이 된다.
 ④ 초기 소화설비 설치강화
 지난 2010년 포항 인덕원노인요양시설 화재사고 이후 복지시설로서 24시간 생활시설에는 면적과 관계없이 ‘자동화재탐지설비, 자동화재속보설비, 간이스프링클러설비’ 등을 의무 설치토록 규정하여 재난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이제는 설치대상을 24시간 노인생활시설에서 확대하여 모든 장애인이용시설에 설치되어야 한다.
 ⑤ 소방검사와 안전관리의 강화
 사회복지시설의 거주자 생활공간에서 피난층으로 직접 나갈 수 있는 피난로가 확보된 경우에는 소방시설의 강화기준을 완화 적용토록 하여 균형을 유지하는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⑥ 장애인 특성별 경보설치 강화
 소방법령 등에서는 장애인용 피난설비 등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비장애인용 피난설비 규정으로 적용토록 하고, 면적 2,000㎡ 이상의 학교, 병원, 진료소, 사회복지시설 등에는 소방법에 정한 유도등을 설치하되, 점멸장치가 있도록 정하고 시행하고 있다. 청각 또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 섬광경보(시각경보장치), 청각경보장치 등의 기능을 부가한 기구설치를 기준으로 설치토록 하여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경보활동이나 피난활동이 되도록 계획되어야 한다.
 이밖에도 ⑦ 안전구획 확보에 충실 ⑧ 두 방향 피난 확보에 주력 ⑨ 거실의 배연설비의 도입 등의 기준이 필요하다.
 
재난을 일상속에서 준비해야
장애인안전체험관 등 필요해
 
 이찬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은 ‘안전체험’을 통한 실질적인 대비 행동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무리 시설물이 준비되어 있더라도, 장애인들은 소방장비를 본적도 만져본 적도 없고 단 한 번도 대피훈련이라고 해본 적 없다면 결과는 빤한 것이다. 각 장애유형별로 체험을 통해서 재난의 상황을 예견하고 방어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훈련이 필요하다.
 생활 속의 훈련태세를 기르는 것도 방법이다. 뉴질랜드의 한 병원에서는 척수장애인들을 위한 사회복귀 훈련 중 하나인 리스크 매니지먼트(Risk management)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미리 비상상황을 예견하고 훈련하는 것이다. 휠체어에서 넘어져 바닥에 떨어질 경우를 상정하고 바닥에서 휠체어 위로 올라오는 등의 훈련을 한다. 이는 퇴원 후에 생활을 하면서 한두 번 이상을 겪어야 될 상황에 대한 생존본능을 교육하는 것이다.
 2012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렸던 재난에 대한 세미나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 중에 하나는 일상의 환경이 재난을 대비하도록 자연스럽게 몸에 익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쓰나미가 발생하면 고지대로 올라가야 하는데 고지대에 있는 공원이 평상시의 활동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면 훨씬 그 효과가 크다는 이야기이다.
 
당사자의 준비만으론 부족
전 국가적 ‘매뉴얼’이 있어야
 
 권영숙 도시삶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장애인복지시설에서의 대응매뉴얼도 중요하지만 구난을 수행하는 소방관 등을 위한 교육매뉴얼 개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국가뿐만 아니라 전국민이나 지역단체와 재난취약자인 장애인 당사자 또는 가족간의 네트워크 조성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난 시 지원자의 조력이 반드시 필요한 유형을 제외하고는 자력으로 대피가 가능한 유형을 위해서는 매뉴얼 개발 시 장애유형별로 재난에 대한 반응을 결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요소를 도출하기 위해 소속된 집단의 특성을 고려하고, 개인의 경험과 성격, 체력, 훈련정도를 체크해야 하며, 재해의 종류와 특성 그리고 위기감의 정도를 파악한 후, 거주 또는 시설에서의 가능한 도피방법과 마지막으로 집단 내에서의 주변행동 등의 모든 데이터가 기반이 된 장애유형별 매뉴얼이 개발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리고 개발된 매뉴얼은 개발에서만 끝내지 않고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활용 후 성과 및 문제점 보완을 위한 연구도 수행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재난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의 과제
 
 지난해 7월 재난안전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국회의원 이종명 의원실의 강윤묵 보좌관은 동 개정안에 필요한 향후 과제에 대해 제언했다. 먼저,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에 장애인 등 안전취약계층의 안전대책을 포함해야 하고, 위기관리에 필요한 매뉴얼 표준안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장애인 등 안전취약계층의 특성을 반영한 연구·개발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국민의 안전의식을 높이고 안전문화를 진흥시키기 위하여 장애인 등 안전취약계층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안전문화활동을 적극 추진할 것과, 매뉴얼 표준안을 토대로 재난안전 교육·훈련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첨언했다.
 이종명 의원은 개정안의 법적 실효성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장애인 당사자 단체와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과, 향후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 및 위기관리 매뉴얼 표준안이 장애인 당사자의 특성 및 지원요구에 맞게 제대로 반영·개발되고 집행될 수 있도록 국민안전처의 후속 조치사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필요한 사항을 개선해 나갈 것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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