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한 한라산 등반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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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함께한 한라산 등반을 마치고
  • 편집부
  • 승인 2016.11.18 10:00
  • 수정 2016-11-18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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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환/인천광역시지체장애인협회 사무처장

 

▲ 김종환/인천광역시지체장애인협회 사무처장

인천광역시지체장애인협회는 인천시 장애인가족돌봄휴식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아름다운 동행!, 도전!, 한라산 등정’이란 주제로 제주도를 지난 10월 27일부터 29일까지 다녀왔다.

처음부터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우리 협회가 지금까지 24회 동안 진행해왔던 합동결혼식을 올해 하지 못했기에 장애인합동결혼식 대상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사업으로 생각을 바꿨다. 적은 예산으로 5쌍, 7쌍을 해왔던 사업이기에 이번 기회에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제주도 여행의 기회 제공을 생각하고 제주도 한라산 등반으로 사업계획을 세웠다.
 
한라산 등반을 추진하자 장애인들이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걷기도 힘든 사람들한테 등산을, 그것도 한라산이라니….’ 푸념하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지만 계획을 세우고 강행했다.
1차 모집엔 비장애인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장애인회원들을 더 포함시켰다. 시각과 농아, 뇌병변장애인들을 대폭 포함시켰다. 그리고 활동보조인 15명도 한라산 등반에 도움이 크게 될 수 있는 군 장병들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군부대 후배 주임원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런데 들려온 소식은 부대가 한 참 바쁜 시기란다.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직접 부대를 찾아가 지휘관을 만나고 도움을 청했다. 며칠 뒤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부대 일정을 조정해서 군 장병들을 지원해 주겠노라고. 사업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는 터라 몹시 기뻐하며 다음 진행을 하는데, 또 다른 장애물이 있었다. 제주도 기상이 너무 안 좋단다. 하필이면 등산 당일 비가 온다고 한다.
 
행정부시장님께서 친히 출발하는 장애인과 참가자들에게 따뜻한 격려사를 해주시고 우리는 시에서 준비해준 리프트 차량 버스로 공항으로 출발했다. 이제 출발이다 하는 생각으로 계획된 시간표대로 출발하니 또 하나의 장애가 나타났다.
 
출발 비행기가 갑자기 바뀌어 우리 일행이 두 팀으로 나눠 출발하는 현상이 생겼다. 우리는 항공사측의 요구대로 두 팀으로 나눠 제주행 비행기를 탔고 제주공항에 도착해서야 합류할 수 있었다.
협회는 이번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슴 뿌듯한 깜짝 사업을 하나 준비했다. 우리들의 숙소로 결정된 서귀포 데이즈호텔 측과의 장애인 제주도 관광업무 협약식을 통해 제주도를 방문하는 인천시지체장애인들에게 숙박비 절감과 제주도 관광업무를 연계하는 협약을 채결했다.
 
새벽 일찍 일어나 비가 오고 있음을 확인한 후 참가자들에게 우의와 가벼운 간식 등을 나눠주며 우리의 목표인 윗세오름까지의 산행을 설명했다. 모두들 다 같은 마음으로 동참했고 우리는 비오는 어리목휴게소로 차량을 이동했다. 산악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우리는 휠체어와 함께 한라산 등반을 시작했다. 비가 오는 산행길에 휠체어까지, 목발을 짚으며 한 계단 한 계단 오르기를 한 시간 반 정도 앞에 드디어 장벽이 생기고 계단이 몇 개인지도 알 수 없는 직선 계단의 힘든 길에 낙오자가 생기고 활동보조 군인들이 옆에서 1:1로 부축하며 도전 또 도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한라산 등정은 쉽지 않은 터라 목소리를 높이며 다 같이 소리쳤고 우리는 한 계단 한 계단을 올랐다. 그러는 사이 짙은 안개와 쏟아지는 폭우는 우리의 목표까진 안내하지를 않았고 목표까지 한 시간을 남겨두고 앞이 보이질 않은 짙은 안개에다 위험의 순간도 보였다.
우리는 결정하고 남은 대원들과 함께 만세동산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참으로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다. 인원들을 격려하며 어리목으로 돌아오며 다음을 기약했다.
 
걱정해주시는 시 관계들과의 연락을 통해 산행을 수정하며 우리는 다음 일정으로 옮겨야 했다. 모두들 남은 시간이라도 정말 제주도의 분위기를 보고 가자며 계획된 해수탕을 뒤로 하고 여미지를 관광한 후 숙소로 이동했고 다음날 인천으로 돌아왔다.
 
무사히 행사를 마치고 헤어지는 동행자들의 뒷모습에선 ‘비록 몸이 불편하지만 목표를 위해 세우고 전진한다면 그 어떤 장애도 문제가 되지 않는구나!’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동행자들은 인천광역시지체장애인협회에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우리 협회보다 장애인들에게 이러한 기회를 제공해준 유정복 시장님과 시 관계자들에게 더더욱 감사를 돌리며 이런 행사를 한번으로 끝내지 않고 혜택을 보지 못한 더 많은 장애인들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되어 주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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