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피해 장애인 지원체계 어떻게?
상태바
학대피해 장애인 지원체계 어떻게?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6.08.23 09:47
  • 수정 2016-08-23 0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복지법 개정에 따라 시설 장애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거주 장애인의 인권보장 강화를 위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설치·운영될 예정인 가운데 ‘학대 피해 장애인 지원체계 기반연구 보고회’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주최로 지난달 27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보고서는 1권 학대피해 장애인 지원체계와 운영매뉴얼, 2권 국내외 학대피해자 지원체계의 총 2권으로 구성됐다.  
 
학대피해 장애인 마땅히 머물 곳 없어···재학대 상황 반복
가해자와 분리-자립생활 지원 등 담당할 ‘학대피해장애인지원센터’ 설립돼야
 
 이날 보고회의 발제를 맡은 이동석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지금껏 장애인학대에 대응할 만한 법적 기구 및 학대피해 장애인을 지원할 만한 시스템이 미비한 상황”임을 주장했다. 
 기존 아동, 노인보호전문기관이나 범죄피해자 지원체계는 장애인의 접근 자체가 어렵고 장애 관점이 반영되지 않았기에 적합한 지원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며 따라서 학대피해 장애인이 발생하여도 마땅히 머물 곳이 없기 때문에 노숙인 시설 등을 전전하다 다시 재학대 상황에 놓이게 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 위원장은 “학대 발생 시 어떠한 경로를 통해 피해 장애인을 지원할 것인지 등에 대한 지원체계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영국 등 외국의 학대피해 장애인 대상 지원체계를 소개했다. 
 
 영국, ‘No Secret' 가이드라인 운영 
 영국의 경우 학대의 위험에 놓일 수 있는 대표적 대상을 성인돌봄 서비스(Community Care Service) 이용자로 보고 취약한 성인에게 학대가 발생한 경우 어떠한 비밀과 은밀한 장소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No Secret’이란 가이드라인을 마련 운영 중이다.
 가이드라인은 발달장애인 등 학대에 노출되기 쉬운 성인에 대한 학대 방지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해 △학대위험에 있는 사람과 상황에 대한 정의 △기관 간 협력 기준 △정책개발 △전략의 구성요소 △개별적 사례들에 대한 대응 절차 △관계 주체들에 대한 정보공유와 확산 등 학대 관련 기관들의 공동정책 및 절차 개발, 절차 실행 등을 안내하고 있다.
 ‘모든 시민은 학대와 폭력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하에 90개 이상 지방정부 사회서비스국은 책임공무원(Safeguarding manager) 주도로 거주시설 이용자 등 학대피해 예상 개인단위의 안전보호 계획 수립·시행, 직원 및 자원봉사자 대상 학대신고와 대응절차 교육 등 성인보호(Safeguarding Adults)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학대 상황에 대한 대처는 학대가 서비스 제공 상황에서 발생한 것인지, 학대 피해자가 독립적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 분리, 은행계좌 비밀번호 변경, 거주지 개조 등 본인의 의사에 따른 지원이 이뤄지며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한 경우 가해자 분리, 지원주택으로 이주, 돈 관리법 배우기 등이 지원된다.
 
 독일, 모든 사회적 영역에 ‘장애인 대의원’ 임명
 독일의 장애인학대에 대한 가장 기본적 이해는 ‘학대는 차별이다’란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학대를 단지 누군가를 괴롭히는 행위를 넘어서 피해자가 사회에 통합하고 인간으로서 존재적 가치를 잃어버리게 하는 차별적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독일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은 제3조에서 장애로 인한 차별금지를 선언하고 있으며 ‘장애인동등지위법’ 제3조 제13항에선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소송에 참여하기 어려울 경우 본인의 동의하에 장애인단체가 소송신청에서 재판 참여 등을 대신할 수 있다.
 연방정부의 공적책임으로 모든 사회적 삶의 영역에서 장애인의 동등한 삶을 조성하기 위해 장애인의 이익과 이해를 지원하는 ‘장애인 대의원’을 임명하는 것을 제도화하고 있다.
 시설 장애여성대의원은 장애인자립 작업장이나 거주시설에 살고 있는 여성의 모든 문제를 상담하고 있는데 이는 장애여성이 그들의 문제를 스스로 다뤄 나가는 임파워먼트(역량 강화)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학대 예방을 위해 범죄 발생 가능한 시설환경 및 사회환경의 개선과 장애인의 자기결정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과 시스템 구축을 병행하고 있다.
 시설 내에서의 성적학대 대응절차인 ‘작센주의 모델’의 경우 피해자지원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시설 내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범죄행위가 발생할 경우 시설장과 학대피해지원협회 담당자에게 신고한다.
 위기팀은 피해자 및 가해자와의 대화, 사실관계 확인 후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피해자 및 법적대리인과의 지속적 의견청취, 가해자에 대한 형사소추기관의 신고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지원기관은 장애인학대 피해자만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일반 학대피해자 지원기관에서 장애인학대 피해자를 포함할 수 있도록 시스템 및 환경을 구축 운영 중이다.
 독일의 경우 각 지자체마다 구축된 네트워크를 활용 장애인학대 피해자들에게 그들의 요구에 맞게 지원이 제공되고 있다.    

 미국, P&A기관서 장애인학대 차별-인권침해 증진 업무 
 미국 또한 장애인학대 피해만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는 없고 장애인학대를 포함한 차별, 인권침해, 인권증진 관련 업무를 P&A 기관에서 담당하고 있다.
 P&A와 함께 뉴욕주 등 일부 주에선 조사권한 외에 기소권한을 갖는 Justice Center(정의센터) 등이 운영 중이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P&A인 PADD가 1975년 생겨났고 그 이후 연방법률에 의해 직업재활 장애인 등을 위한 CAP, 보조기구 이용 장애인을 위한 PAAT, 사회보장을 받는 장애인을 위한 PABSS, 외상성 뇌손상 장애인을 위한 PATBI, 투표보장을 위한 PAVA 등 각 영역별로 8개의 P&A 프로그램이 현재 운영 중이다.  
 P&A는 주로 학대 등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조사를 담당하고 있으며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서비스 제공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다.
 학대 등 범죄 피해장애인에 대한 사법지원체계가 운영되고 있으며 피해자 지원을 위해 재판 전 재판과정과 관련 사전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사법지원센터(NCCJD)는 미국 법무부의 법무지원국으로부터 교부금을 지원받아 발달장애인이 피해자일 때뿐만 아니라 혐의자, 가해자, 증인일 경우에도 사법체계 내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학대피해 장애인 지원체계를 학대피해 취약 성인 등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 장애인만을 위한 지원센터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학대피해지원센터, IL센터-장애인인권단체 역할 중복
진술지원인, 법무부 진술조력인 양성시스템 도입돼야 
 
 이어진 토론에서 장애여성공감 배복주 대표는 “연구소에서 제시한 학대피해 장애인 지원체계는 1차 대응기관이 아닌 2차 기관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럴 경우 장애인인권센터와 수사기관이 1차 기관이고 지원센터는 2차 기관으로 후속 지원을 맡는다고 볼 때 그 연결과 구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대표는 “학대 주체로부터의 분리와 수사지원 절차 조력이 가장 중요함에도 지원센터는 2차로 피해자 권리회복에 중점을 뒀다.”며 “이는 장애인IL센터와 장애인인권단체 역할 중복”임을 주장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보고서에선 센터의 업무 중 학대피해 장애인 전담 진술 지원인 교육을 포함하고 제도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는 성폭력특별법상의 진술조력인의 역할과 동일”함을 주장했다.
 지난 2013년 12월부터 시행 중인 ‘진술조력인’ 제도는 의사소통이나 표현이 어려운 13세 미만 아동이나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를 위해 수사 및 재판과정에 참여해 의사소통을 중개하거나 보조함으로써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고 실체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제도다.
 법무부는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진술조력인 양성을 위해 6개월 간의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염 변호사는 “의사소통 및 의사표현의 장애가 있을 경우 그 장애인에게 형사·사법 절차에서 조력 받을 권리보장을 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 제6항을 근거로 성폭력특별법 상 진술조력인 제도와 같은 개념과 내용으로 진술지원인 제도를 설계해야 할 것”임을 주장했다.    
 
--------------------------------------------------
학대피해장애인 지원, 피해자 회복과 욕구 반영된 자립이 목적 
 
 가칭 ‘학대피해장애인지원센터
 
 이날 보고회에선 가칭 ‘학대피해장애인지원센터(이하 센터)의 지원대상 및 지원방안에 대한 초안이 공개됐다.
 지원대상= 미등록 장애인 포함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장애인으로 센터는 학대사건을 신고 받고 조사 및 현장 개입하는 1차적 대응기관이 아닌 학대사건 피해자를 지원하는 2차 기관으로 수사기관, 장애인인권센터 등의 의뢰를 받도록 했다.
 지원목적= 학대피해 장애인 지원의 궁극적 목적은 학대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휴유증을 치유하고 안정적이고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며 학대로 인해 상실된 권리의 회복과 역량강화 및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궁극적으로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원방법= 피해자에게 지원을 제공함에 있어서 학대요인을 제거하거나 감소시키고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변인을 고려한 단기목표와 중장기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학대피해 장애인이 원 가정이나 이전 거주시설로부터 벗어나게 되는 경우 초기 자립정착금과 일정기간 자립생활지원금 등의 경제적 지원과 취업훈련, 사회관계기술, 통장관리기술 등의 자립역량 강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지원센터= 학대피해장애인지원센터는 중앙과 지역센터로 나눠 중앙은 장애인학대 시스템·정보관리, 지역센터 업무지원, 협력체계 구축 및 연계 등의 업무를 맡도록 했다.
 지역센터에선 장애인학대 사례 접수, 학대 관련 정보제공, 사례판정위원회 운영, 학대피해 장애인 직접지원, 위기 거주홈 설치 및 운영, 사후관리 및 모니터링 등의 업무를 맡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