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당사자가 말하는 ‘장애인건강법’ 한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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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당사자가 말하는 ‘장애인건강법’ 한계점
  • 오유정 기자
  • 승인 2016.08.05 09:39
  • 수정 2016-08-05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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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권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건강법)’이 내년 12월 30일 시행을 앞뒀지만 장애인당사자의 특성에 맞는 건강검진 및 의료접근성 보장 등 의료정책은 미흡하다는 평가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등 총 7개 단체가 모인 장애인당사자건강권보장위원회는 지난 27일 서울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당사자가 바라본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패널 모두 당사자로 구성해 당사자의 입장과 시각에서 건강권법을 바라보고 법률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장애당사자 없는 장애인건강법…당사자의견 적극 반영해야
‘장애인’ 정의, ‘장애인복지법’ 아닌 ‘장애인차별금지법’ 따라야
 
장애인건강법 문제점과 개선방안
 장애인당사자건강권보장위원회는 이날 토론회에서 장애인건강법 법률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임상욱 장애인당사자건강권보장위원회 위원은 “먼저 제1조 제정안의 목적에 당사자가 빠졌다.”고 꼬집으며, “‘장애인의 입장에서’라는 조항을 포함시켜 당사자 의견을 반영할 것”을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제정된 ‘장애인건강법’은 건강보건관리종합계획 수립과 건강주치의제도 도입, 재활의료기관 지정, 중앙 및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운영 등 총 15개 사업으로 구성됐으며, 제1조 목적에서 ‘장애인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지원, 보건관리 체계 확립 및 의료접근성 보장 관련 사항을 규정해 장애인의 건강증진에 이바지할 것’을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임상욱 위원은 장애특성에 맞는 건강검진 및 의료접근성 보장 등을 위해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임상욱 위원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제3조 장애인 정의 또한 사회적 모델이 반영된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장애인 정의는 ‘신체적·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이다. 
 
건강검진 강제조항으로 수정해 비용 지원해야 
건강주치의 자발적 시행 위해 수가 조절 필수 
 
 임상욱 위원은 권고사항에 그친 제7조 장애인 건강검진사업 조항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법안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의 건강증진 및 질환 예방을 위한 건강검진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 연구보고서 중 중증장애인 건강권 실태 및 욕구 사항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신장을 모르는 장애인은 15.9%이고, 몸무게를 모르는 장애인은 16.8%이다. 또한, 사보험에 가입한 적이 전혀 없는 장애인이 56.8%이며,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장애인이 정기적 진료나 치료 검사는 ‘받아 본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임상욱 위원은 “많은 장애인들이 의료기관에의 낮은 접근성과 의료비용 등으로 기본적인 검진조차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권고에 그친 법안을 ‘시행해야 한다’인 강제조항으로 수정하고 건강검진 비용 또한 장애인과 그 가족의 경제적 부담능력 등을 고려해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제16조 ‘건강주치의제도’ 조항에 대해, ‘시행할 수 있다’는 내용뿐 세부적인 항목이 없는 점을 지적하며, “주치의제도를 지정된 병원에서 법과 제도로 강제적으로 할당하는 게 아닌 병원이나 의료진들의 자발적인 시행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이를 위해서는 “수가 조절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중앙장애인보건의료센터 업무 분담
장애인단체가 건강보험사업 평가할 수 있어야
 
 장애인건강법 제19조에는 보건복지부장관 및 시·도지사는 ‘중앙 및 지역장애인건강보건의료센터’를 지정하는 의료전달체계를 마련하도록 돼 있다. 
 장애인건강보건의료센터는 장애인의 건강검진, 진료 및 치료 등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련 의료종사자에 대한 교육훈련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동네 의료기관에서 진료하지 못하는 질환 등에 대해서는 장애인이 거주하는 가까운 거리에 지정된 장애인건강보건의료센터를 이용해 진료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중앙 및 지역장애인건강보건의료센터’가 모든 장애인 건강권 사업을 진행하도록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임상욱 위원에 따르면 장애인건강법의 핵심인 건강검진, 관리, 연구사업 등을 진행할 중앙 및 지역장애인건강보건의료센터의 업무가 방대하다는 것.
 중앙 및 지역장애인건강보건의료센터가 수행할 업무 중 홍보 및 정보제공 사업을 유관기관이나 장애인단체에 분담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임상욱 위원은 제26조 ‘권한의 위임 및 업무의 위탁’을 장애인단체가 건강보험사업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평가를 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상욱 위원은 “장애인단체가 건강보건사업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평가를 할 수 있는 근거 조항으로 삼고 시행규칙을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법조문에 모니터링 또는 평가라는 용어를 확보해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건강권은 인권 문제
시행령·시행규칙, 당사자의견 반영돼야 
 
 주제발제를 맡은 우주형 나사렛대학교 인간재활학과 교수는 “장애인건강법으로 건강권 증진을 돕는 제도마련의 근거는 확립되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건강법이 더 현실적인 법률이 되기 위해서는 장애유형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가 지원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장애당사자의 의견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주형 교수는 “장애인건강권 보장문제는 장애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인권의 측면에서 이해돼야 한다.”고 장애인건강권은 인권문제임을 강조하며, “이는 장애인권리협약(CRPD) 제25조 ‘장애인이 장애를 이유로 차별 없이 최고로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건강을 향유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당사국은 의료관련 재활을 포함해 성별에 민감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에 잘 나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주형 교수는 장애인건강법을 통해 비용을 이유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당사자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 연구보고서인 ‘장애인건강권 증진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장애인 당사자 중 27%가 비용을 문제로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이에 우주형 교수는 “의료서비스를 받는 당사자가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가 제공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장애인건강법에는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주형 교수는 장애인건강법의 향후 과제로 △보건복지부내 장애인보건과 신설 △장애유형 및 연령에 맞는 건강검진시스템 구축 △장애인건강계획 수립 및 통계자료 구축 △장애인을 위한 공공의료 및 비영리 민간의료기관 확대 등 법체계 마련을 제시했다. 
 
장애인 당사자 자기결정권 우선시해야
기존 법률에 영향받은 장애인건강법 비판 
 
 백혜련 장애여성네트워크 대표는 “과거 장애인등록제가 그랬듯이 장애인건강법이 전반적으로 장애인을 관리의 대상으로 보고 있음을 지울 수가 없다.”고 주장하며, “장애인건강법이 장애인건강권에 대한 당사자의 요구를 담은 것이 아니라 기존의 법률들에 영향을 받아 현재 장애인계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혜련 대표는 “장애인건강법이 제정됐다면 장애인건강권과 관련된 국가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며 “하지만 장애인건강권법의 내용은 이러한 요구에 부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한 각 조항들이 건강법에 접근하는 사회방식, 당사자의 자기결정권, 주치의제도와 의료지원, 장애여성과 관련한 성인지 관점에 의한 생애주기별 접근보장을 강조하며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을 위한 당사자의 주도적이고 구체적인 논의필요를 언급했다.
 더불어 백혜련 대표는 장애남성과 다르게 특수한 의료 상황을 요구하는 장애여성의 건강권에 대해 매우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법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산 확보…시행령·시행규칙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이상훈 서울시복지재단 사회복지공익법센터 센터장은 장애인건강법 시행에 따라 예정하고 있는 예산부족과 확보의 문제점, 시행령·시행규칙의 가이드라인이 될 법률 기준 부족의 아쉬움을 우려했다.
 이상훈 센터장은 “장애인이 치료를 받지 않는 이유로는 앞서 발제문에 밝혔듯이 ‘경제적 부담’이 크다. 따라서 장애인건강법의 핵심은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치료 기회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예산 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상훈 센터장은 “장애인 건강검진사업의 범위와 대상, 방문진료사업의 대상, 장애인에 대한 의료비 지급 대상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을 전부 시행령·시행규칙으로 넘기고 있다.”며, “시행령·시행규칙 제정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인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관심과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건강에 대한 개념 재정립 필요
비의료적 요소와 비전문가를 통한 접근 제시 
 
 이권희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사무처장은 “장애인건강법이 기존의 편협한 건강개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의료적 차원에서 질병이 없는 상태 또는 장애가 발생되지 않은 상태 등이 아닌 소득, 주거, 지역환경, 감정기복, 스트레스, 사회참여도, 문화생활 등의 비의료적 사회적 요소도 건강에 영향을 끼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권희 사무처장은 의료전문가가 주도하는 장애인건강보건관리 전달체계에서 지역사회 및 장애시민사회가 주도하는 의료전달체계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장애인복지서비스 전달체계가 수용시설·의료시설·재활시설·복지관 등 비장애인 전문가였다면 시행을 앞둔 중앙장애인보건의료센터와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광역)의 2단계 전달체계를 기초지자체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를 포함한 3단계 전달체계로 세분화해 장애인 개개인이 자신의 지역사회 안에서 일상적으로 각종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예로 재가장애인 방문건강서비스, 자기건강관리를 위한 운동 및 식단처방 서비스, 각종 건강관련 정보제공 및 교육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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