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장애인문학공모전' 수상작 소개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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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전국장애인문학공모전' 수상작 소개 - 4
  • 편집부
  • 승인 2016.05.1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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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부문 동상 수상작

   인천광역시중구장애인종합복지관은 매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전국장애인문학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제8회를 맞은 올해 공모전은 지난 4월 19일 치러졌으며, 운문과 산문으로 나눠 대상, 금, 은, 동상, 가작, 장려상 등  총 17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에 본지는 부문별로 주요 수상작을 5회에 걸쳐 소개한다. 네 번째는 산문 부문 동상 수상 작품이다. 
 

<동상>


바위 나라의 이끼별

김현진(정신장애 2급, 경기도)
 
산허리 비스듬히 자리 잡은 바위 위로 뜨거운 햇살이 비출 때마다 바위 속 검은 알맹이와 하얀 알갱이들이 뒤섞여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처럼 눈부시게 빛나고 있어요. 초록 색 곱슬곱슬한 모양의 이끼는 땅과 맞닿은 가장자리부터 바위의 갈라진 틈새까지 뻗어 바위를 덮고 있어요. 
지난겨울 이끼의 아빠는 하늘에 별이 되었고, 이끼는 바위에서 가장 먼저 태어나 홀로 외로운 시간을 보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하늘에서 우르릉 쾅쾅 번쩍 하고 비가 내리는 날이었어요. 이끼는 무서운 소리에 홀로 두려웠지만 내리는 비를 꿋꿋하게 견뎌내었어요.
다음 날 맑게 갠 푸른 하늘의 따사로운 햇볕이 바위를 비추었고, 바위 틈새 쪽에 초록색 줄기에 아주 조그만 잎을 갖고 있는 꽃 한 송이가 피었어요.
‘드디어 친구가 생기는 걸까?’
이끼는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에 바위 꽃에게 ‘안녕’하고 인사를 했어요.
바위 꽃은 눈을 깜박이며 초록색의 곱슬곱슬하고 큼직 한 몸집의 이끼를 보고 자신과는 다른 모습에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눴어요. 바위 꽃과 이끼는 함께 무럭무럭 자라, 바위 꽃의 몸은 길어지고 꽃잎도 생기고 잎도 더욱 커졌어요. 
바람이 많이 부는 어느 날 바위 꽃의 잎 위에 노랗고 조그만 알갱이가 하늘에서 떨어져 살포시 앉았어요. 여름이 되자, 바위 꽃의 잎에 붙어있던 노란 알갱이에서 조그만 초록색 애벌레가 태어났어요. 이끼와 바위 꽃은 신기한 듯 애벌레를 바라보았어요. 이끼는 새로 태어난 친구나 바위를 지나가는 다른 이웃들에게 항상 상냥했어요. 초록 애벌레는 처음엔 너무나 작아서 눈에 띄지도 않았지만, 이젠 몸집이 제법 커지고 다리도 많아져서 예전보다 빨라졌어요. 
하루하루가 지나 무척이나 덥고 습한 여름이 되었어요. 이런 날에는 땅 속도 후끈후끈 달아올라 밤이 되면 땅 속에 사는 이웃 친구들도 바위로 놀러 나오기도 하고, 어떤 친구들은 낮 동안 그늘에 숨지 않고, 누워서 오랜 시간동안 햇볕을 쬐기도 하는데 마치 일광욕 하는 모습 같기도 했어요. 
“휴~, 좀 덥지만 이 계절이 지나면 하늘을 훨훨 날 수 있으니 이런 날씨쯤은 괜찮아.” 
바위 위에 지쳐 누워 쉬고 있는 초록 애벌레가 혼잣말을 했어요. 이 말을 듣고 있던 바위 꽃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초록 애벌레에게 물어보았어요.
“너는 평생 바위만 보고 하늘은 볼 수도 없잖아? 그런데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 나처럼 예쁜 꽃으로 태어나면 예쁜 하늘도 볼 수 있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도 할 텐데 말이야.” 
바위 꽃의 말을 들은 초록 애벌레는 어깨에 힘을 주며 바위 꽃에게 말했어요.
“지금은 낡은 초록 옷을 입고 있지만, 우리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이 계절이 지나면 이 옷을 벗고 멋진 날개를 활짝 피며 하늘을 훨훨 날고 있을 거야. 이 바위 나라에서는 내가 가장 멋지게 될 거란 말이야. 바위 꽃아! 너는 움직일 수도 없으니 나처럼 따가운 햇볕을 피해 그늘에 숨는다거나, 비를 피할 수도 없잖아?! 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가장 멋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해.”
바위 꽃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어요. 초록 애벌레는 햇살이 비추는 낮 동안 바위 꽃 앞에서 자신의 멋지고 많은 다리를 뽐내며 왔다갔다 움직이곤 했어요. 이런 모습을 볼 때 마다 바위 꽃은 왠지 모르게 슬퍼져서일까요? 자신 만만하게 세우고 있던 허리가 할미꽃처럼 쪼그라져 버리고, 꽃잎들도 함께 움츠러들었어요. 
햇빛은 차차 사라지고 바위가 자리 잡고 있는 온 땅엔 낮 동안 머물러 있던 더운 공기들이 서서히 식어 산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며 어둑어둑한 땅거미가 지고 있었지요.
바위 아래 깜깜하고 축축한 흙이 조금씩 솟아오르기 시작하더니 분수처럼 사방으로 튀며 거뭇거뭇한 형체의 집게발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아~, 정말 답답했는데, 이제 살 것 같네. 하하하.”  
커다란 덩치의 땅강아지가 호탕하게 웃으며 바위 위로 순식간에 올라와서는 멋들어진 집게발과 넓은 가슴을 자랑하듯 당당하게 서 있어요. 
“오늘은 너무 더워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었어. 하루 종일 집에서 웅크리고 있었더니 몸이 쑤셔서 혼났네!” 
땅강아지는 길고 멋들어진 다리를 쭉 펴고 집게발 두 개는 딱딱 마주치며 몸을 풀었어요.
“낮에 너희들의 얘기를 들었는데, 참 재미있더라고. 애벌레 너 말이야. 너는 곧 날개를 가질 것이라는 허풍을 떨고, 바위 꽃 너는 예쁜 것 말고는 재주도 없잖아!”
이 말을 들은 초록 애벌레가 피식 웃으며 말했어요. 
 “그럼 너는 뽐낼 것이 있다는 거야?” 
땅강아지는 빛나는 집게발로 가슴을 탕탕 치며 호기롭게  말했어요.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순식간에 바위 아래 흙을 파낼 수 있는 집게발, 늠름한 가슴이 있지. 바위 위나 아래 어디든지 살 수 있어. 하하하.” 
땅강아지는 웃으며 마음껏 자랑하였어요. 초록 애벌레는 조금 기분이 상했는지 입술을 씰룩이며 속으로 생각했어요.
 ‘흥! 나는 이 계절만 지나면 날개를 달고 훨훨 날면서 너희들을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게 될 거야’ 
바위 꽃은 밤이 되자 움츠렸던 허리와 꽃잎들을 기지개켜듯 활짝 펼쳤어요. 그리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어요.
“그래도 나는 예쁜 내 모습에 만족해. 움직일 수 없고, 집게발 같은 것도 없지만, 나는 아름다움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땅강아지는 초록애벌레와 바위 꽃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웃었어요. 그리곤 그 때 마침 바위 위를 지나가는 개미에게 쑥스러운 듯 쭈뼛쭈뼛하며 물어봤어요.
“에헴... 흠... 개미야, 네가 보기에 나와 초록 애벌레, 바위 꽃 중에 누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니?” 
개미는 어리둥절했지만 곧 침착하게 주위의 초록 애벌레와 바위 꽃, 땅강아지 모두의 눈을 한 번씩 마주쳐 보았어요. 그러고는 난감한 표정으로 대답했어요.
“글쎄, 나는 이런 일에 관심이 없어서... 누가 더 뛰어난지...”
초록 애벌레가 발끈하며 개미에게 말했어요.
“왜 너는 이런 일에 관심이 없다는 거야? 그럼 너는 무엇에 관심이 있는데?”
개미는 담담한 말투로 모두에게 말했어요.
“나는 일개미야, 하루하루 내가 해야 할 일하는 것만으로도 바빠. 비가 오든 날씨가 덥든 일을 해야 모두가 살 수 있으니까.” 
그렇게 말한 개미는 일을 해야 한다며 자신의 갈 길을 가버렸지요. 그리고 땅강아지는 먹을거리를 구하러 땅 속으로 내려간다며 바위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아아악! 쾅~!” 
땅강아지가 뭔가에 걸려서 미끄러져 넘어져버렸네요.
“아니, 이건 뭐지. 어두워서 전혀 보이질 않잖아.” 
짜증 섞인 말투로 땅강아지는 혼잣말을 했어요. 초록 애벌레와 바위 꽃은 무슨 일인지 궁금하여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어요.
“아이고, 미안, 미안. 정말 미안해.” 
울먹이며 어수룩하게 말하는 곱슬곱슬하고 너비가 아주 큰 초록이끼가 보였어요. 이끼의 몸은 바위 꽃이 있는 곳부터 땅까지 닿아 더욱 큰 몸집을 가지고 있었어요. 땅강아지는 곱슬곱슬한 모양의 이끼에게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어요.
“너는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 거야? 너무 미끄러워 하마터면 내 멋진 집게발에 상처가 날 뻔했잖아!”
이끼는 어쩔 줄 몰라 당황한 듯 두 뺨이 빨개졌어요.
“땅강아지야, 곱슬곱슬한 초록 이끼는 나와 같은 계절에 태어났어. 나는 여기 바위의 갈라진 틈새에서 태어나고, 이끼는 바위 아래쪽에서 태어났지. 그런데 어느 새 몸집이 엄청나게 커져서 바위의 틈새까지 커져버렸구나!”
지켜보고 있던 바위 꽃이 말했어요.    
“나는 남들처럼 아름답지도 않고, 뽐낼만한 재주도 없어. 괜히 몸집만 이렇게 커져서 다른 친구를 다치게 하는 위험에 빠뜨리기나 하고.” 
이끼는 왠지 모를 슬픔과 미안함 때문인지 고개를 숙인 채 나지막이 중얼거렸어요. 이 말을 들은 초록 애벌레는 이끼를 위로하는 듯 말했어요.
“너도 나처럼 초록색이니, 너는 나를 대신하여 내가 잡혀 먹지 않게 도움이 되잖아. 우리 엄마는 초록 이끼 네 곁 항상 가까이에 있으라고 말씀하셨지. 나는 바위 나라에서 가장 멋지게 될 몸이니까! 하하하.” 
초록 애벌레의 말을 듣던 이끼는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으며, 뭔가를 다짐하는 듯 하늘의 별을 보면서 아빠가 해주신 말씀을 떠올렸어요.
‘하늘의 수많은 별들처럼 너도 저 별 중의 하나란다. 이 세상에 별들이 태어나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고, 의미가 없는 별은 하나도 없단다.’
모두 잠이 들고 새벽녘이 되자 산처럼 큰 먹구름들이 온 땅을 덮었어요.
‘우르릉 쾅쾅! 우르릉 쾅쾅! 번쩍! 쿵! 번쩍! 번쩍! 쏴아아’ 
“홍수다, 홍수! 모두들 어서 피해.” 
아침이 되자 개미는 바위 나라 친구들 모두가 듣도록 큰 소리로 외치고는 홍수를 피하려고 땅굴 집으로 숨었어요. 바위 나라엔 물난리가 나서 다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어요. 
초록 애벌레는 두려워서 숨을 곳을 찾았지만, 바위 아래는 위험해보여 내려갈 용기가 나질 않았는지 안절부절 못하고 있어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은 바위 꽃도 마찬가지였어요. 바위 꽃은 바위 틈새에 서서 장맛비를 맞아, 슬프게 울면서 힘겹게 말해요.
“나 말이야. 허리에 점점 감각이 없어지고, 발끝이 저려오기 시작하는데 곧 쓰러질 것 같아.”  
이 때였어요. 
“바위 꽃아 쓰러지면 안 돼! 발에 힘을 주고 나에게 기대보렴. 지금 있는 힘껏 너를 받치고 있어” 
이끼가 어제 밤보다 커진 몸집으로 바위 꽃이 쓰러지지 않게 자신의 몸으로 밀어 세워주면서 외치고 있어요.
“초록 애벌레야, 내 몸은 넓으니 어서 이리 들어와서 숨어.”
이 말을 들은 애벌레는 재빨리 이끼 몸속으로 숨었어요. 심장이 두근두근 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바깥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어요. 장맛비를 흠뻑 맞은 곱슬곱슬한 이끼의 몸은 시간이 지나자 많은 비를 맞아 더욱 커져 무거운 몸이 되었지만, 이를 악물고 온 힘을 다해 바위 나라 친구들을 지켜줬어요. 
비는 그렇게 한참을 내리더니, 산처럼 큰 먹구름이 물러가고 다시 화창하고 무더운 날씨가 되었어요.
 “휴, 이번 비는 내 집까지 들어올 뻔해서 정말 큰일 날 뻔했단 말이지.” 
땅강아지가 땅 속에서 나와 바위 나라 친구들에게 말했어요. 
이 말을 들은 초록애벌레가 곱슬곱슬한 이끼의 몸에서 나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나도 큰일 날 뻔했어. 하늘을 날아 보지도 못하고 죽는 줄 알았으니까. 초록 이끼 덕분에 목숨을 구했어.”   
“나는 곱슬곱슬한 이끼의 몸이 내 집 앞을 막고 있더라고, 덕분에 빗물을 막아줬어” 
땅강아지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숨을 쉬면서 말했어요. 빗물을 머금은 이끼의 몸은 여기저기 터져 상처투성이가 되었고, 얼굴까지 풍선처럼 퉁퉁 부풀어 올라 힘들어 보였어요. 모두들 이끼의 모습을 보자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땅강아지와 바위 꽃, 애벌레는 이끼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이끼는 뿌듯한 마음에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어요. 
하루가 지나자 퉁퉁 부었던 이끼의 모습은 원래대로 돌아 왔고, 더욱 짙은 초록색으로 빛났어요. 바위나라 친구들은 하늘에서 번쩍 번쩍 하며 비가 내린 다음 날엔 키가 커진 바위 꽃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어요. 밤이 되자 어제보다 더 많은 별들이 하늘에 반짝이는 것 같았어요. 이끼는 행복한 표정으로 밤하늘을 바라보며 생각 했어요. 
‘나도 저 하늘의 많은 별들 중에 하나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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