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장애영·유아 교육권보장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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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장애영·유아 교육권보장의 현실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6.02.25 10:08
  • 수정 2016-02-25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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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 인권증진 실태조사의 일환으로 ‘장애영·유아 교육권 보장 및 증진방안’이란 주제의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기 위한 ‘장애영·유아 교육권 보장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를 지난 18일 인권교육센터 별관에서 개최했다. 인권위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부 등 관계부처에 정책권고할 예정이다. <이재상 기자>  

학부모의 장애영유아 교육적 방임이 45.3%나 돼
정부차원의 인권-교육참여 증진계획 부족…교육기관-가정 연계 프로그램 운영해야
 
가정과 연계 인권증진 프로그램 운영 필요
 이날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기룡 사무총장은 장애영유아 인권증진 방안과 장애영·유아 교육권 증진방안으로 나눠 대안을 제시했다.
 인권 증진= 현재 정부 차원에서 ‘제4차 특수교육발전5개년계획’과 ‘제4차 장애인종합지원 5개년계획’ 등이 운영되고 있지만 장애영유아 인권증진 및 교육참여 증진계획이 포함돼 있으나 다양한 인권증진 과제를 이행하는 데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국가 차원의 장애영유아 인권증진 지침을 통해 장애유형별 인권침해 사례 및 대처방안, 피해 장애영유아 보호 및 권리구제 방안, 유아교육기관 내 장애영유아 인권증진 프로그램 운영 및 그에 필요한 행정, 재정적 지원 방안 마련, 장애영유아 인권실태 모니터링 지표 개발 및 모니터링 활동 등이 필요하다. 
 유아교육기관에서는 장애영유아가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고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등 기관 차원의 장애영유아의 아동 기본권을 존중하기 위한 ‘통합교육계획’ 또는 ‘인권증진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특수교사가 주도해 특수학급 내에서만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유치원 차원의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1조 규정에 따른 특수교육대상 학생의 배치, 교육과정 조정, 보조인력 지원, 학습보조기기 지원 등이 포함된 ‘통합교육계획’이 수립, 시행돼야 한다.  
 유치원과 특수학교의 경우 통합교육과정 운영 등을 법률로 보장하고 있으나 어린이집의 경우 이에 대한 규정이 없다. 따라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등에 어린이집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운영규정에 ‘장애영유아 통합교육’ 사항을 포함시켜야 한다.
 또한 조사 결과 학부모에 의한 교육적 방임이 45.3%로 나타남에 따라 유아교육기관에서 수행되는 인권증진 프로그램에 가정과의 연계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
 장애영유아 부모의 경우 양육뿐 아니라 의사표현 어려운 자녀의 권리옹호 역할도 담당해야 하므로 역량강화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장애영유아 부모를 대상으로 자녀의 자기보호 역량강화를 위한 가정 연계 프로그램 운영 및 인권침해 사건 발생 시 비상대응 매뉴얼 보급과 대처기술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국립특수교육원은 지난 2012년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장애자녀 대상 인권침해 대처법 등 장애학생과 가족의 자기역량보호 강화를 위한 교육자료를 발간했다.

정보제공-조정-연계 통합지원체계 구축 필요
 교육권 증진= 장애진단 이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고 이를 조정, 연계해 줄 수 있는 통합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설문조사 결과 장애영유아 부모들은 조기발견 및 중재, 장애인등록 이후 특수교육 또는 장애인 복지서비스 이용 관련 정보취득 및 기관의뢰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기발견 및 중재는 장애아동의 교육적 성과를 좌우함에도 관련 지원체계는 무상, 의무교육제도 도입 이후에도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다.
 김 총장은 “이 같은 기관을 별도 설립할 경우 비용이 많이 소용되므로 중앙에서 국립특수교육원이나 중앙발달장애인지원센터, 지자체에선 특수교육지원센터, 지역발달장애인지원센터 중 한 곳을 선정해 통합조정업무를 실시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함을 주장했다.
 또한 장애영아를 위한 특수교육 수혜율이 추정 특수교육 요구 장애영아의 5.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장애영아의 특수교육 기회 확대를 위한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유아특수교육기관과 장애아어린이집의 경우 특수교사 인건비, 장애유아 1인당 교육비, 급식비 등에서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근 유아교육과 보육을 통합하기 위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교육격차가 심화됨에 따라 상향 평준화를 위한 대책 마련 또한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 2007년 장애인 등 특수교육법 제정
장애영아 무상교육-장애유아 의무교육 실시
 우리나라에서 장애영·유아 교육권과 관련한 변화는 지난 2003년 장애아동 무상교육이 실시되면서 시작됐고 2007년 장애인 등에 관한 특수교육법이 제정되면서 장애영아 무상교육, 장애유아 의무교육이 실시됐다.
 그리고 2011년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이 제정됨에 따라 장애아 보육과 복지의 여건이 강화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인권위의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아교육기관에서의 장애영유아에 대한 보호권과 관련해선 ‘안전사고로부터의 보호’, ‘나이에 맞지 않는 노동강요 금지’는 95%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생존권과 관련된 ‘어쩔 줄 모를 때나 기분이 언짢을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플 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등의 항목에서 90% 이상이 ‘그렇다’고 답하는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긍정적 답변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장애영·유아의 권리보장에 대한 긍정적 답변은 발달권, 생존권, 보호권, 참여권의 순이었다. 

교육장애유아, 교육유아수의 0.6%~0.7% 불과
 이어진 토론에서 울산 인애어린이집 백운찬 원장은 “이번 조사는 유아교육기관 이용 장애영유아 부모 등 1,21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조사는 이미 장애영유아 교육관련 전문가들이 배치된 곳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여기에서 배제된 장애영유아가 훨씬 더 많음을 상기시켰다.
 장애유아의 경우, 의무교육 대상임에도 우리나라 장애출현율인 5.59%에 훨씬 못 미치는 보육유아수 대비 1.7%~1.9%, 교육유아수 대비 0.6%~0.7%에 불과하며 장애아전문어린이집과 통합어린이집의 장애영유아수는 감소 추세다.
 백 원장은 “장애영유아의 감소가 출현율 감소나 재활기술 발달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녀가 장애인 복지서비스 해당자인줄도 모르고 특수교육서비스 제공을 못 받는 사례가 있다면 문제”라며 “이것이야말로 국가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인권적 책무”임을 주장했다.   특히, 주기적 석션이 필요한 아동, 기도삽관이나 인공호흡기를 장착한 아동, 식도관이나 위장관 삽관 착용 아동, 대사이상 및 만성질환 등으로 투약과 장기, 항시적 의료적 처지가 필요한 아동 등 최중증 중복장애영유아의 경우 교육적 지원과 함께 의료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하는데 현재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서 이 둘을 함께 지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백 원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3조에 따르면 교육기관이나 어린이집은 장애아동의 입소를 거부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이 배치되지 않은 기관에서 교사가 의료적 처치를 한다면 그것은 의료법 위반이며, 입소 거부하면 장차법 위반”임을 밝혔다.
 이어, “시설거주 장애영유아 중 의료적 서비스를 받아야 함에도 계속 병원에서 생활할 수는 없어서 의료기기를 장착하고 어린이집에 오는 아이들, 이들의 부모, 교사 치료사, 기관 운영자 등 각자의 입장이 반영된 조치 또한 필요한 상황”임을 주장했다.
 한국 경진학교 김은주 교장은 “유치원에 특수학급 증설, 장애영유아 의무교육기관의 확대 등은 이전에도 수없이 지적됐던 것”이라며 “그러나 유치원에 특수학급 설치와 교사를 배치했는데도 유아가 오지 않아 학급을 폐쇄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김 교장은 “학급 설치와 교사 배치 후 교육제공도 필요하지만 해당 유아에게 현실적으로 편리한 기관이나 가정에서 적절한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함께가는마포장애인부모회 정미영 홍보팀장은 “유치원은 교육청 소속이라서 굳센카드 발급으로 보조를 받을 수 있는데 각 구마다 장애통합반이 개설된 유치원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장애통합반이 있는 유치원 증설을 요청했다.  
 육아정책연구소 김은영 연구위원은 “연구보고서에서 제시한 장애영유아 교육권 증진을 위해 제시한 정책개선방안이 25건에 달해 본 연구결과뿐 아니라 그동안 선행연구를 더해 마련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임을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중요성과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서 단기, 중기, 장기 정책 로드맵을 마련하고 예산이 필요한 경우 재정규모나 조달방안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이 실현 가능성이 높을 것”임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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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아동권리협약, 영·유아를 권리행사 주체로 인정
 
 아동의 권리보장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구체화된 것은 지난 1989년 ‘아동의 권리에 대한 협약’의 제정부터로 협약 제정 전까지 아동의 권리에 대한 인식은 수동적, 낮은 인식에 머물렀으며 특히 영유아는 미성숙하고 장기간 의존, 보호받아야 할 존재, 권리주장의 주체라기보다는 성인에 의해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에 불과했다.
 그러나 인식의 변화, 교육 가능 연령의 확대, 가정 또는 유아교육기관에서의 아동에 대한 유기, 학대, 방임 등과 같은 인권침해 사건의 발생 등 영유아에 대한 사회환경 변화는 영유아를 단순 보호 객체가 아닌 온전한 인격을 보유한 권리행사의 주체로 인식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조성됐다.
 영유아를 권리행사의 주체로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1989년 제정된 UN 아동권리협약부터로, 협약은 당사국이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의 아동에 대한 4대 권리와 아동 최선의 이익을 고려한 조치를 규정하고 있으며 영유아 또한 권리행사의 주체임을 명시하고 있다. 
 협약에 따르면 영유아도 학령기 아동과 마찬가지로 부모나 교육기관 등으로부터 안전하게 생활하고 보호받을 수 있으며 발달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제공받을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주체로 규정하고 있다.  
 장애영유아의 경우 아동권리협약에 따른 아동기본권 보장과 장애로 인한 차별금지 및 적절한 조치 등이 필요하지만 관련 실태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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