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책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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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책을 낼 수 있다
  • 편집부
  • 승인 2016.01.27 09:29
  • 수정 2016-01-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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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 출판 에이전시 서정 대표
▲ 김준호 / 출판 에이전시 서정 대표
 필자가 근무하는 1인1책 사무실에는 ‘당신이 곧 콘텐츠입니다’는 캐치프레이즈가 걸려 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고유한 콘텐츠를 갖고 있다. 장애인도 예외는 아니다. 우연인지 모르겠으나 그동안 몇몇 장애인 저자를 만나 책을 펴낸 바 있다. 혹자는 내게 장애인 전문 출판기획자라는 별칭을 불러주곤 했다. 
 청각장애인 노선영 작가. 서른 살 정도의 젊고 아름다운 이 여인은 태어날 때부터 청각을 잃었다. 아동과 청소년 시절 장애를 갖고 살아간 그녀의 아픔은 매우 크다. 하지만 노 작가는 10대 후반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인정하고, 장애를 딛고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국토대장정, 다보스포럼 등 비장애인에게도 쉽지 않은 영역에 참여해 성과를 냈다. 이 이야기는 <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책이 나왔다. 이 책을 기획하기 전까지 필자는 청각장애에 대해 무지했다. 그런데 노 작가와 자주 만나 기획을 의논하다보니 청각장애에 대한 이해가 생기게 됐다. 간단한 수화를 배우는 것은 덤이었다. 
 최근에는 2015년 초에 1급 시각장애인 판정을 받은 양일용 교수와 <아빠 음악이 뭐예요>를 펴냈다. 음악에 대한 청소년을 겨냥한 교양서인데, 아빠와 딸 사이의 음악에 대한 소통과 지식을 담았다. 이 책을 쓴 양일용 교수는 음악을 전공한 분이지만 노안으로 시력을 상실했다. 이에 전문작가와 함께 작업을 해서 책을 펴낼 수 있었다. 양 교수는 시각을 잃고 독거노인이었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음악 지식을 후대에 남길 수 있다는 일념으로 책 쓰기에 도전했다.
 장애인을 만나서 책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청각, 시각을 잃은 분들과 기획을 논하고, 진행하는 일이 버겁기도 하다. 하지만 그분들이 갖고 있는 콘텐츠의 양질을 따져 볼 때 비장애인과 비교해서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더욱이 그들이 지니고 있는 장애라는 어려움이 그들의 가치를 더욱 빛내주었다고 본다.
 한국에 장애인의 비율이 비장애인과 비교해 10퍼센트 내외라고 들었다. 10명 중 1명은 장애인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출판기획을 하면서 만난 장애인을 통해서 난 장애인에 관한 편견이 깨졌다. 그들은 깊은 인식 수준과 불굴의 실천을 보여주기도 했다. 장애인과 함께 일을 진행해보아라. 그들의 재능에 감탄하고 비장애인보다 높은 경쟁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앞으로도 장애인과 함께 책을 기획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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