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현장에서 장애학생 언어폭력피해 실태와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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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현장에서 장애학생 언어폭력피해 실태와 대책
  • 오유정 기자
  • 승인 2015.11.23 09:24
  • 수정 2015-11-23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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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와 국립특수교육원은 삼성화재 본사 인재홀에서 ‘학교현장에서의 언어폭력 실태 및 현장지원 방안’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현직 특수교사와 학생 등이 참여해 학교 현장에서 장애학생이 겪는 언어폭력 피해와 심각성에 대한 사례를 발표하고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오유정 기자>

 

학생 100명중 56명이 장애비하 표현 경험

장애비하 표현이 ‘언어폭력’임을 인지한 학생은 8명뿐

언어폭력이 ‘학교폭력’ 인식이 언어폭력 예방의 첫걸음

 

▪ 통합교육현장의 장애학생 인권실태

오랜 시간 동안 사회는 장애인의 존엄성과 권리 등을 무시한 채 비장애인 위주로 생활했다. 또한, 장애인을 사회적으로 소외하고 억압해 동정이나 자선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편견과 차별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장애인에 대한 이분법적 인식은 근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계속됐고 최근 청소년 사회로 스며들어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통합교육현장의 장애학생 인권 실태조사(2014년)에 따르면, 장애학생 인권침해 유형 중 언어폭력이 25%로 편의제공 미지원(29.9%) 다음으로 높게 조사됐다. 실제 신도림고등학교 김주영 학생이 신도림고등학교 학생 100명을 조사한 결과, 학생의 56%가 장애인에 대한 비하 표현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비하 표현이 언어폭력임을 인지한 학생은 8%밖에 되지 않았으며, 학생 92%인 대다수가 자신이 사용한 비하 표현이 장애인에 대한 언어폭력임을 인지하지 못함을 나타냈다.

이처럼 장애학생은 일상 속에서 언어폭력에 쉽게 노출돼 있음에도 그 심각성이 인식되지 않아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가볍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현장지원 방안도 부족한 실정인 것.

설문조사를 주관한 김주영 학생은 “학생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필요성에 대해 질문했더니 95%의 학생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저조한 장애인에 대한 언어폭력 인식과는 다르게 청소년들이 장애인식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하루빨리 인식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람 통제하는 강제적‧부정적 힘을 갖는 순간 언어와 낱말은 폭력

 

▪ 학교현장에서 장애학생에 대한 언어폭력의 정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김형수 사무국장은 ‘어떤 사람을 <언제>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고 부르는가.’에 초점을 맞춰 학교 현장에서 장애학생에 대한 언어폭력을 정의했다. 김형수 사무국장에 따르면, 우리가 장애를 가진 사람을 ‘장애인’이라고 칭할 때는 법리적, 이론적으로 사회적 존재로서 사회적인 활동을 할 때, 지원을 한정된 자원으로 해야 할 때, 예를 들어 장애인 화장실을 사용해야 할 때나 학교 특수학급의 지원이 필요할 때처럼 제한적인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공급하기 위해서 어떤 개인에게 국가적인, 사회적인 지원을 할 때로 약속됐다. 이 약속 자체에는 혐오와 차별이 없지만, 이 대상이 한정적인 자원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분류된 장애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하면 오히려 한정적인 지원을 빼앗아가는 사람으로 공격받기 시작한다.

이는 존재하는 실체를 의식적으로 인지하는 자의적인 연결고리였던 언어가 사람들 간의 관계를 결정하는 힘을 갖기 때문이고 사람을 통제하는 강제적이고 부정적인 힘을 갖는 순간 언어와 낱말은 폭력이 되기 때문인 것.

이어서 ‘장애란 한 개인에게 객관적인 사실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가치판단에 의해 필요에 따라 규정되어지는 것’이라고 사회학자 메이어슨(Meyerson)이 한 말을 인용하며, 장애란 다른 사람이 그 사람과 사실에 대하여 충분한 이유가 있든 없든 간에 사회적으로 그런 사람에게 불리한 제재를 가하게 되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병신(病身)이라는 단어가 처음에는 어떤 사람 몸에 병이 들어있는 사실 자체나 그런 육체를 지칭하는 의학적 용어였으나 어느 순간부터 그런 사실이 없는데도 그렇게 부름으로써 그 용어를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와 모멸감, 수치심을 주는 힘을 갖는 도구가 된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므로 장애인이라 분류된 학생들이 학교에서 사회적 소수자가 되거나 약자가 되어 차별이나 모욕이 일어날 때, 또는 가해자들에게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 때, 그런 의도로 언어가 불러질 때 장애인이라 불리어지는 어느 학생이나 법적으로 장애인학생으로 지정된 학생들은 언어를 폭력으로 인식하게 된다.

 

교사 태도 또한 학생에게 영향 미쳐

 

▪ 학교현장에서 대표적인 언어폭력

<사례1> 교장 선생님이나 담임교사 또는 특수교사가 장애학생의 동의도 받지 않고 아침 조례시간 등에 비장애학생 등에게 누구누구는 어디어디가 아픈 장애인이므로 만나면 잘 배려하고 도와주라면서 공개적으로 장애를 아웃팅 하는 경우.

 

<사례2> 당사자나 부모 동의 없이 외부강사 등에게 장애학생의 개인정보나 장애유형이나 장애등급이 적힌 문서를 프린트해 줄 때.

 

위 사례는 장애인을 아픈 사람으로 표현하면서 무조건 도와주어야 할 사람으로 만드는 것으로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대표적인 언어폭력이다. 이런 자세는 학생들에게 비장애인은 우월한 존재, 장애인은 열등한 존재로 인식할 수 있는 위험을 전이한다. 장애학생을 함께 협동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치료하고 돌봐야 할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

또한 장애학생에게 ‘장애’ 자체가 자신의 정체성으로 완성되어 있지 않거나 완전히 수용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어른이나 권위가 있는 교사가 장애학생 당사자의 동의나 준비 없이 교실에서 자신의 장애에 대하여 타인이 이야기하는 것은 그 자체로 반인권적일 뿐 아니라 당사자들을 더욱 약자로 만드는 낙인 효과를 증대시켜 오히려 차별 행위를 가르치게 된다.

마치 장애이해교육을 하면 할수록 장애인 당사자를 도움이 필요한 불쌍한 존재임을 각인시키고 장애인 당사자를 강제로 아웃팅시켜 배제시키는 지침을 알려주는 꼴이 된다.

이어 김형수 사무국장은 오랫동안 인권 원칙이 아닌 다른 가치로 학생들을 계급화했고 평가해온 우리 교실이 부끄러운 위험을 직면하여 인권의 가치를 내세운 것은 ‘학교 폭력’이 뜨겁게 이슈화된 2~3년, 장애인 문제로만 보더라도 영화 도가니로 불거진 때로 채 5년을 넘지 못한다. 여전히 우리의 사회는 자신의 구성원 중에서 어느 누구를 밀쳐내고 싶어 한다. 인정하고 존중하고 싶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분리시키는 방법이 바로 그 사회의 권력 테크닉이며, 도덕지수라고 주장하며 구성원 모두가 인권의 가치와 그 구현을 위해 협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애’ 부각시키지 않는 대안 표현이 필요

 

▪ 언어적·사회적 측면에서 장애인에 대한 언어폭력

중앙대학교 이길용 아시아문화학부 교수는 언론에 비친 장애인의 이미지를 예로 들며 언어적·사회적 측면에서 장애인에 대한 언어폭력을 이야기했다.

장애인 관련 기사가 아직도 온정적인 경향이 많다는 점, 사람 자체보다는 장애를 부각하고 있다는 점, 어린이 집단에서 장애아동이 제외되는 등 장애인을 별개의 집단으로 바라본다는 점, 장애인을 비하하는 용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는 점으로 정리하며 장애의 다양성을 인식하기 어려운 현 세태를 비판했다.

또한, 현행 장애용어의 문제점으로, 시각장애인에 포함되는 ‘애꾸눈’, ‘사팔뜨기’ 등은 ‘맹인’, ‘장님’과는 장애 내용에 차이가 있지만 그 의미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무뇌아, 정신박약자, 저능아 등을 나타내는 ‘지적장애인’이라는 용어가 일반인들에게 인지되지 않는다는 점 또한 현행 장애용어의 문제점으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차별성이 강한 그룹으로 평가를 받는 용어들(병신, 저능아, 애꾸눈, 무뇌아 등)은 대체로 욕설에 쓰일 수 있는 비속어적인 어휘들이 많고 인간의 지적능력에 관계되는 어휘들이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 용어들은 장애를 부각시키지 않는 대안 표현이 요구되는데, 병신, 불구자, 절름발이, 앉은뱅이 등의 용어를 몸이/다리가 불편한 사람으로 풀어 쓸 수 있다.

아울러, ‘동질성의 추구와 효율성의 추구’라는 한국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에 근거한 것이고, 따라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위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학교와 지역에서 장애학생을 보호하는 단기적인 방안으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활용하는 것도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아리 ‘굿 프렌즈’는 비장애-장애학생 유대감 형성 유도

 

▪청소년 입장에서 장애인식개선 방안

안양해솔학교 류소운 교사는 청소년의 입장에서 장애인식개선 방안을 이야기했다. 청소년기의 2차 성징으로 인한 호르몬의 변화가 청소년들에게 불안정한 정서를 야기한다. 이에 자연스럽게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이 일어나 청소년들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없어 자신도 모르게 과장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게 된다.

또한,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에서 실시한 ‘2015년 청소년 통계’에 의하면 공부, 장래 직업, 외모를 청소년기에 겪게 되는 스트레스 요인으로 밝혔다. 청소년들의 학업 스트레스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이는 자살충동으로 이어지는데, 통계청의 분석과 발표에 따르면 13세에서 19세 학생들의 자살 이유 중 성적·진학 문제가 39.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환경에서 비장애학생 사이에서 언어폭력은 양심에 가책이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며, 언어폭력의 화살은 자연히 자기방어 능력이 약한 장애학생에게 향하게 된다.

류소운 교사는 청소년기에는 실패보다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기 때문에 청소년 뇌의 특성을 이해하지 않고 하나의 이상행동으로 간주해 성인의 기준으로 그들의 감정과 생각을 통제하고자 하면 청소년과 공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류소운 교사는 개선 방안으로 동아리 운영을 제시했다. 2010년 시작한 ‘굿 프렌즈’는 연 80명의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학생도우미활동 프로그램으로 장애학생의 통합학급 적응과 비장애학생과 장애학생 사이의 유대감 형성을 유도했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여행하기, 체육대회, 음식, 지역기부 등 비장애학생에게 장애인식개선과 유대감, 성취감을 안겨준 이 프로그램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통합교육 우수교에 선정되게 했으며, 2015년 장애인권 우수학교로 표창할 수 있는 큰 이유가 되었다.

 

‘언어폭력=학교폭력’ 인식이 예방 첫걸음

 

▪ 비장애학생의 현장지원 방안

경기도시흥교육지원청 손인석 교사는 모든 사회적 문제는 하나의 원인으로 일어나지 않는다며 ‘인성교육’이든 ‘장애이해교육’이든 모든 교육이 궁극적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언어폭력을 예방하는 첫걸음은 언어폭력을 신체폭력에 비해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를 개선하고 언어폭력이 심각한 학교폭력임을 인식하는 것부터이며 언어폭력으로부터 자유롭게 되기 위해서는 학교의 물리적·심리적·사회적 환경이 인권 친화적이어야 하며, 학교 구성원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학교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립특수교육원에서 개발 보급한 장애학생 및 자기보호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자료를 토대로 장애학생이 언어폭력 상황을 인지하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언어폭력을 당했을 경우 의사표현이 어려운 장애학생이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그림판 제작 등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정에서는 장애학생 학부모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학교에서는 통합학급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학교 뒤편 사각지대에 학습장을 설치하고, 복도·계단을 밝은 색으로 도색하는 등 폭력 유발요인을 감소시키는 범죄예방 환경설계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화장실 안에서 폭력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화장실 안에 학교폭력 예방 스티커를 부착하고 모니터를 통해 학교폭력 예방 동영상을 상영한다.

아울러, 통합학급 환경을 조성하고 대학원에 특수교육을 전공한 교사 또는 통합학급 경력 교사를 지원하고 우선 배치해야 한다. 교육지원청을 중심으로 지역 내 인권 유관기관 협의체를 구성하고 학생의 인성교육 프로그램과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대중매체에 대한 언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매체 자체의 자정 노력을 유도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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