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학생의 ‘의미 있는’ 일자리…미국 ‘프로젝트 서치’ 프로그램
상태바
발달장애학생의 ‘의미 있는’ 일자리…미국 ‘프로젝트 서치’ 프로그램
  • 한고은 기자
  • 승인 2015.10.12 10:01
  • 수정 2015-10-12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0월 1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는 미국의 지적 및 발달장애 청소년에게 의미 있는 고용을 달성하도록 하기 위한 현장 중심의 고등학교 전환프로그램인 ‘프로젝트 서치’에 대한 이해와 현장 활용, 국내 적용 가능성 모색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다. 이를 통해 발달장애학생의 취업 연계에 관한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에 대해서 들어본다. 
 
지역사회-기업 손잡고 ‘현장’ 중심 직업재활
 
미국 발달장애학생 취업 프로그램 ‘PS’
 ‘프로젝트 서치’(이하 PS)는 미국의 발달장애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1년 간 진행되는 취업 프로그램이다. 400여 가지의 다양한 직무가 있어 경쟁고용을 목표로, 완전한 작업장 투입을 통해 경력 탐색 및 작업 기술 획득을 위해 인턴십 순환 형태로 실시되며, 학생의 개별적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직업 탐색을 지원한다. 물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 재학의 마지막 해에 해당해야 하고, 18세에서 21세이며, 서비스 적격성, 개인위생, 사회적 의사소통 기술, 지시를 수용해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능력, 신원조사 통과, 일하고자 하는 욕망 등 다양한 자격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이러한 다양한 지적 및 발달장애를 가진 10명 내외의 학생들은 자격증을 가진 개인지도 강사 및 직무지도원과 함께 기업이 제공하는 현장으로 나가 한 학년 동안 해당 직업 문화에 몰입해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으면서 무급 인턴십을 순환하고, 지역사회 고용까지 이어지게 된다.
 ‘PS’의 실행을 위해서는 ‘모든 파트너’의 참여가 필요하다. 그 파트너들이란, 교육 관계자[교육청, 진로기술학교(우리나라의 경우 특성화고, 전문계고, 직업훈련 실시 학교 등), 교육서비스센터, 여러 인근 교육청], 직업재활 관계자, 지역사회 재활기관 관계자(우리나라의 경우 지원고용, 직업재활 서비스를 실시하는 장애인복지관·직업재활시설 등), 발달장애기관 또는 정신장애 서비스 제공자, 인턴을 실시하는 사업체, 가족 등이다. 지역사회가 ‘합심’해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파트너들이 모여 협의하고, 적극 참여하겠다는 점을 무엇보다 명확히 하는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모인 각 파트너에 맞는 교육과 훈련 등을 실시하고, 프로그램 전문가의 기술적 지원 역시 필요한 만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다.

PS 참가 학생들은 각 10주씩 3차에 걸친 인턴십을 체험하고 졸업과 동시에 작업장 혹은 지역사회에서 일하게 된다. 학생들은 아침 8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직업능력 기술, 인턴실습, 점심식사, 검토, 계획, 일지 작성 등의 계획적인 일과를 소화한다. 학생의 개별 특성에 맞도록 짜인 인턴십은 시장성 높은 기술들, 질과 생산성에 초점을 두고 평균 하루 4-5시간동안 사업 간사, 강사, 직무지도원과 함께 치러낸다. 
 핵심은 ‘가장 쉬운 직업’이 아니라 ‘복잡하고 체계적인 직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의 핸디캡을 보조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거나 조정 및 지원하기도 한다. 인쇄물의 크기를 확대한다든가, 단어 대신 사진을 사용한다든가 하는 것이다. 또한 단순한 직무교육뿐만 아니라, 출근 시 대중교통 이용법은 물론, 화가 나거나 감정을 제어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한 연습과 교육, 인사하기, 도움 요청하기 등의 사회적 기술도 학습한다.
 그 결과 PS 프로그램 이후 발달장애학생의 취업률은 70%나 향상됐고, 취업 후 직장생활 유지 비율 역시 80%가 넘는 결과가 나타났다. 자판기 관리, 병원 내 소독과 살균, 내시경 검사기 오염제거, 안내원, 자동차정비사, 보안요원, 열쇠제작, 자료기입 등 다양한 직종의 다양한 직무가 존재한다.                                                           
장애인 문제는 사회적 책임이란 연대 있어야
정부 주도적인 정책 및 예산 마련 필요
 
우리나라 전환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유경미 감사는 “소개된 PS 프로그램은 발달장애학생의 취업률과 고용유지율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 특수교육 및 전환교육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우리나라 전환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 몇 가지를 제언했다.
 먼저, 개인별 장애특성과 적성을 고려해서 개인별 전환계획을 세우고 직업평가를 하고 작업 과제를 분석하여 개인에게 맞는 직종을 찾아주고, 사업체에서 인턴십을 통해 직업에 숙련되게 하는 것이다. 개인별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학생이 동일한 직업교육을 받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볼 때 꼭 지향해야 할 점이다.
 
 또한 자격증을 가진 개인지도강사와 직무지도원이 학생과 함께 사업체에 배치돼 학생의 적응을 돕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도 직무지도원 제도가 있지만 직업을 익힐 정도로 충분한 기간 동안 배치되지는 않고 있다.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잡코치가 배치되어야 한다고 유경미 감사는 주장했다.
 다음은 직업유지 기술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장애학생들은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직업유지를 위한 기술들을 지속적으로 교육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직업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아울러 사업자문위원회로 대표되는 전환교육팀을 구성해, 인턴의 직업 탐색을 보조하고 고용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또한 특수교사뿐만 아니라 직업재활사나 사업적인 마인드를 가진 담당자를 특수교육지원센터에 배치해 장애학생들에게 적합한 직종을 개발하고 지역사회 사업체를 개발 및 연계해주는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가족의 참여도 중요하다. 가족이 학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팀과 함께 직업목표를 세우고 가정에서 이 목표에 도달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학생의 전환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아울러 전환교육 계획을 수립하고 과정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장애학생에게 자기주장, 자기결정,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가장 만족도가 높으므로 제도적으로 장애인의 자기결정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한국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전금자 영월지부장은 여기에 조금 더 우리나라의 상황을 덧붙여 이해를 도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달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학교와 일반학교 특수학급, 일반학교 통학학급에서 각 학교의 교육 매뉴얼에 따라 수업을 받고 있다. 때문에 학교의 특성과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의 경험과 능력에 따라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직업교육은 학교에서 정해놓은 매뉴얼 중에 선택할 수 있는 정도다. 그마저도 지역적 특성과 소규모 학급의 경우 체계적인 직업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학교에서의 직업교육으로 졸업 이후 직업과의 연계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고, 직업연계의 대다수가 보호 작업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직업의 개념보다도 낮 시간 활동지원의 보호 및 훈련의 개념으로 근로소득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많은 기업에서 발달장애인과의 의사소통과 직장에서의 직무능력 및 개별지원의 부담감, 생산활동의 효율성 등으로 일자리 제공의 필요성을 공감하지 못하고 있어 발달장애인을 위한 직업지도를 계획하는 것은 기대하기조차 어렵다.
 발달장애인의 취업 경로는 단순조립과 포장이 많고 일부 서비스업, 바리스타, 제과·제빵 등 기술을 익혀 취업을 할 수 있는 경우 사회복지 관련기관 등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연계되고 있다. 또 공공기관에서 장애인기업으로 운영되는 곳은 기회제공이라는 이름으로 몇 년간 직업 활동을 하고 나면 다음 대기자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나가야 하는 경우 또한 많다. 이마저도 할 수 없어 장애인재활시설에 입소되거나 집에서 방치되는 수도 적지 않다. 
 
 탈시설을 위한 정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생활시설의 80% 이상이 발달장애인이고, 특히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을 양육하는 가정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갈등에 놓이는 상황이다.
 전금자 지부장은 이 ‘프로젝트 서치’와 같은 노동권리를 제공하기 위한 교육을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책마련을 통해 예산과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노력과 지역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장애인 문제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인식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학생에게는 직업현장이 교과서
현장교사에 대한 지원 강화돼야
 
 대전시교육청에서 지난 2007년 고등학교 특수학급 재학학생들의 직업교육을 중점 지원하기 위해 시작해 현재 고등학교 특수학급 33개교 43학급 390여명 학생의 직업전환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대전전환교육지원거점센터(이하 거점센터)의 임수진 교사는 장애학생 직업교육은 직무습득, 직업적응능력 향상, 직업인식 및 직업인성과 태도 등 다양한 방면에서 준비되고 교육되어야 한다며, 이러한 교육을 종합적으로 실시하기 좋은 장소는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체의 환경 자체가 배워야 할 많은 요소를 담고 있으며, 학생의 기능적인 향상만 교육할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근로자들의 대화, 작업방법, 분위기만으로도 학생들은 배울 수 있으며, 교사들이 그 배움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임 교사는 거점센터의 경우를 들어, 장애학생의 진로준비를 지원하는 교육-복지-노동 세 부처의 정책에 따라 지역에서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지원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지원서비스의 혼재로 인해 각각의 목적과 추진 내용에 적합한 학생의 참여와 진로연계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개별학생의 진로목표에 따른 적절한 과정 선택을 위해 진로상담 지원이 필요하고, 외부기관 학생참여 실습과정에 대해 교사들이 이해하고 함께 협력해 활동해야 한다는 것.
 
 또한, 보건복지부에서 한국장애인개발원 주관으로 특수교육-복지 연계형 복지일자리, 공공기관 및 시장형 일자리로 졸업반 학생의 근로를 지원하고 있고, 노동부 산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워크투게더센터를 통한 기업 연수제는 고등학교 2-3학년 학생들의 장기적인 직업훈련에 활용되고 있어, 매우 좋은 현장실습의 기반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부기관 연계실습 참여시 학생의 훈련정보가 배치된 실습기관 또는 수행기관에 전해지지 않는 편이어서 학생의 직업준비 역량강화와 진로방향에 적절한 지원을 유관기관 담당자와 함께 모색하는 적극적인 협력자세가 필요하므로, 이러한 협력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돼 현장교사들의 진로지도 역량강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