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활동지원제도 5년의 진단과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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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활동지원제도 5년의 진단과 대안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5.09.04 09:38
  • 수정 2015-09-04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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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지난 2007년 시행된 활동보조서비스부터 거슬러 올라가보면 올해로 9년차를 맡고 있다. 한국장애학회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 5년의 진단과 향후 5년의 대안을 말하다’란 주제로 지난 8월 24일 이룸센터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념과 현실의 갈림길에 선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성인장애인 사회활동-재원확보 등 질 향상 위한 중장기계획 수립돼야

 

▪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김동기 교수 발표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동기 교수는 ‘이념과 현실의 갈림길에서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이하 제도) 어디로 갈 것인가?’란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뒤죽박죽 얽혀 있는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김 교수가 첫 번째로 지적한 문제점으로는 제도의 신청자격은 만 6세~ 65세 미만의 사람으로 규정돼 있는데 “6세~18세 미만의 장애아동이 삶에 대한 선택과 결정에 대한 책임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라는 것.

김 교수는 “삶에 대한 선택과 결정에 기반한 자립생활은 성인 이후에 필요하며 장애아동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 돌봄과 학습지원 일 것”이라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둘째, 지난 2013년 발표된 중증장애인 보호대책 연구에 따르면 활동지원급여 안에 주간보호와 장애인공동생활가정, 장애인단기거주시설, 거주시설 등 장애인거주시설 급여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으며 또 다른 연구엔 활동지원급여의 일부를 주택개조 및 보조기구 구입 등 다른 급여로 대체하는 것에 약 40%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제도의 급여유형 안에 지역사회가 아닌 시설보호 급여를 포함하자는 주장은 제도를 더욱 뒤죽박죽 엉키게 만들 뿐”이라며 반대했다.

또한 2013년 12월 기준 활동지원 전체 이용자 중 지적, 자폐성 장애인이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현행 서비스 내용은 지체장애와 뇌병변장애 위주로 구성돼 있어 서비스 이용을 포기한 대상자가 1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의 경우 장애인활동지원 수급자를 자기관리 및 타인에게 지시가 가능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발달장애인 등 장애유형에 맞는 서비스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셋째 가족을 활동보조인으로 포함하자는 움직임과 관련해선 보건복지부는 올 하반기 활동보조인과의 매칭이 어려운 행동장애가 심한 발달장애인, 신변처리가 곤란한 사지마비 와상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가족에 의한 활동지원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며 결과에 따라 내년 본격 시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장애인수급자가 섬 등 외딴 곳에 위치하는 등 지리적, 물리적 여건상 활동보조인을 구하기 어렵거나 천재지변, 전염병 등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공적연금으로 기여식 연금인 국민연금의 장애연금과 비기여식 연금인 장애인연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상의 생계급여의 3층 소득보장제도가 있음에도 장애인가구의 열악한 소득보장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가족에 의한 활동지원급여를 허용하자는 주장엔 공감하지만 그 해결수단이 활동지원제도여서는 위험”함을 주장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가구의 소득수준이 노인가구의 2/3 수준밖에 되지 않음과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이 노인과는 다르게 매월 고정비용으로 지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노인과의 형평성 논리와 기준으로 기초연금을 장애인연금과 동일하게 책정한 것이 문제이며 따라서 열악한 중증장애인가구의 소득보장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가족에 의한 활동지원급여 허용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기존 공적소득보장체계에 대한 개혁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넷째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활동지원 하루 24시간 제공과 관련해 감사원은 사회보장법을 근거로 복지부가 제공하는 13시간의 활동지원시간 외에 지자체에서 추가로 지원하는 것은 중복지원으로 허용할 수 없다고 통보함으로써 앞으로 지자체 독자 예산으로 활동보조 추가지원이 불가능해 졌다는 것.

김 교수는 “중복지원이란 동일 시간대에 활동보조를 2명이 하는 것”이라며 “현재 거주시설의 경우 장애인 4.7명 당 2명의 생활재활교사가 지원돼 2교대로 하루 24시간 공적지원인력이 장애인을 지원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11시간의 차이가 나는 근본적 원인은 비장애인이 다수인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정책은 시설이 우선됨을 반증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이어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기 위해 필요한 하루 24시간 활동보조가 1년에 1억원 가까이 들어 현실적으로 정부가 수용하기 어렵다면 장애인활동지원제도라는 명칭 대신 장애인장기요양제도로 바꾸고 목적도 자립생활지원이 아닌 노인장기요양보험처럼 장애인의 건강증진 및 생활안정 도모 정도로 바꿔야 할 것”이라며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활동지원제도는 이념과 현실 사이의 갈림길에 서 있음을 개탄했다.

 

“활동지원 제공단가 1만1000원 이상은 돼야”


▪ 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송성민 소장 발표

제2발제를 통해 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송성민 소장은 “현재 시간당 단가 8,810원에서 대다수 기관들이 76%에 해당하는 6,700원을 시급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그 나머지 2,110원으로 4대 보험료, 퇴직금, 복리후생비, 전담 관리인력 인건비, 지원기관 운영비 등으로 소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활동보조 단가는 시범사업 기간까지 포함해 무려 9년이 지나는 동안 불과 11.25%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그간 물가상승률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것”이라며 “활동보조인에 대한 근로기준법 보장 등 처우개선을 위해선 시간단가를 최소 1만1000원대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25% 수준인 지원기관 수수료율로는 임금상승분과 함께 오르는 보험료 등을 커버할 수 없으므로 30%대로 인상시켜야 한다는 것.(일본의 경우 지원기관 수수료로 40%를 보장하고 있다.)

또한 “현행 제도 하에서 근육장애인이나 루게릭장애인과 같은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활동보조인의 서비스 단가가 시각장애인 등의 활동보조 단가가 동일하기 때문에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활동보조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장애특성별 노동강도에 따른 차등수가 적용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송 소장은 “정부는 활동지원제도 법적 시행횟수 5년째를 맞아 기본 로드맵은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장애인 당사자의 사회참여와 자립생활을 증진 및 제도의 질 확보’라는 목표와 재정 중장기 계획 수립, 제도의 보장성 강화와 질 높은 서비스 지원, 공공성 확보 및 서비스 중심형 전달체계 강화로 3대 분야별 추진과제로 구성된 기본 로드맵을 예를 들어 제시했다.

이어, “현재 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의 업무로 발달장애인 기본계획 수립 및 평가, 여성장애인 관련 정책개발, 장애아동 및 가족지원, 활동지원 관련 사항 등을 담당하고 있어 제대로 된 서비스가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장애인활동지원제도과와 장애인활동지원운영과로 업무를 이원화해 제도과는 법령 및 제도 사항, 급여기준 및 비용, 기본계획 등을 담당하고 운영과는 활동지원기관 운영계획, 지침개선 등 업무 이원화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하루 4시간 정도 급여량,

밥밖에 못 먹는 시간…지원 확대돼야

 

이어진 토론에서 한국근육장애인협회 정영만 회장은 “최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 24시간 보장에 대한 요구는 대소변이 마려워도, 모기가 물어도, 목이 말라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임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6월 사망한 오지석 회원의 경우 활동보조인 퇴근 후 혼자 있다가 호흡기가 빠져 119구조대가 15분만에 도착했다. 호흡기가 빠지고 5분 이상 경과되면 뇌사에 빠지고 만다.”며 “활동보조 24시간의 대안으로 복지부가 진행 중인 응급알림서비스는 말도 안되는 것”임을 주장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서해정 연구원은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 수단으로 장애인복지법 제53조(자립생활 지원)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중증장애인의 자기결정에 의한 자립생활을 위하여 활동보조인의 파견 등 활동보조서비스 또는 장애인보조기구의 제공, 그밖에 각종 편의 및 정보제공 등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또한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 제1조(목적)엔 ‘신체적, 정신적 장애 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제공하는 활동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해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 연구원은 “현행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취지에 맞도록 지원시간 확대가 필요하다. 지금의 하루 4시간 정도의 급여량으로는 중증장애인이 밥밖에 못 먹는 시간”임을 주장했다.

 

“정부, 장애인활동지원제도 개선시점 모색 중”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임예슬 사무관은 평소 복지부 공무원의 자료집에 토론문 게재 없이 준비한 원고를 읽어온 것과 달리 토론문도 자료집에 게재하는 등 ‘지자체 활동지원은 중복지원으로 통폐합하라’는 지난 7월 감사원의 지적 보도 후 장애인의 성난 마음을 의식한 듯 어느 정도의 성의를 보였다.

임 사무관은 “올해 5년째를 맞고 있는 활동지원제도는 그간 자격확대와 급여확대 등 양적 성장을 거듭해 1인 최대 월 345만1천원(약 392시간), 연 수급자 약 6만8천여 명이 지원받는 사업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2015년 장애인활동지원 관련예산은 전년도 대비 9.2% 증가한 4,679억원 규모로 보건복지부 소관 장애인 관련 단위사업으로 장애인연금(올해 5,618억원)과 함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가족에 의한 활동지원급여 대상 확대와 관련 임 사무관은 “발달장애인 중 공격성이 심한 경우 활동보조인을 구하기 극히 어렵고 활동보조인이 있다 하더라도 어차피 보호자가 동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현장의견이 계속 접수되고 있다.”면서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지역적 요인만이 아니라 장애특성도 활동지원을 이용하기 어려운 범주에 포함시킬 필요도 있어 정책적으로 고려중이지만 일부 장애계 언론보도처럼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임을 강조했다.

이어, “장애특성상 활동보조인 매칭이 힘든 장애인을 대상으로 그 가족에게 활동보조인 자격을 인정하자는 것이지 급여가 장애인가정의 생계를 위한 현금급여로 왜곡되어 소득보장의 목적으로 사용돼서는 안 될 것”임을 강조했다.

65세 이상 장애인에 대한 노인장기요양보험과 선택문제는 급격한 재정부담 증가 외에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의 균형 및 형평성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임 사무관은 “현재 상태에서 65세 이상 장애인에게 활동지원과 장기요양 중 선택하라고 할 경우 대부분이 더 많은 급여비용을 주는 제도를 선택할 것이기에 먼저 양 제도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활동보조인의 처우개선 관련 사항엔 “활동지원인력에게 적절한 임금이 지급돼야 서비스의 질이 향상되며 천차만별의 장애정도와 급여 제공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단가가 제공된다는 것이 활동보조인의 역선택 문제로 나타나는 것에 정부 또한 공감하고 있다.”면서 “복지부는 활동보조인의 임금인상과 서비스 난이도 등을 개선하기 위한 재원확보를 위해 노력 중”임을 밝혔다.

끝으로 임 사무관은 “앞서 토론을 통해 지적된 근육장애인 등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활동보조 추가 지원 필요성 등 현행 제도의 문제점이 많다는 것은 정부도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라며 “정부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이것(장애인활동지원제도)을 열기(개선) 위한 시점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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