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계층이 메르스의 애먼 희생양 돼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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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계층이 메르스의 애먼 희생양 돼서야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5.06.2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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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가 전국을 강타한 가운데 힘없는 소외계층이 메르스 사태의 또 다른 희생양이 되고 있어 비판이 일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등 공공병원들이 메르스 격리치료 거점병원으로 지정되면서 메르스 환자 치료를 위해 기존의 다른 질환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소외계층 환자들을 병원에서 쫓아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갈 곳이 없어 부담이 덜 되는 공공의료기관에 의지해 온 소외계층이 메르스 사태의 애먼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대표적인 공공의료기관으로서 기초생활수급자와 노숙인 등 소외계층이 많이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따로 갈 곳이 없는 소외계층 환자들이라 막막할 뿐이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가뜩이나 보건의료가 취약한 소외계층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이 같은 조치는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정부의 차별정책이 아닐 수 없다.

이들 소외계층 환자들은 당장 다른 병원에 입원해야 할 처지지만 경제적 부담으로 이마저 어려운 데다 메르스 감염 우려 때문에 다른 병원 입원마저 쉽지 않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립의료원에서 치료받던 에이즈 환자 13명도 내쫓겼다. 게다가 일부 단체들이 무료급식을 중단해 무료급식소를 찾던 이들의 끼니 해결이 당장 어렵게 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경기도는 무료급식소 대부분이 급식을 잠정 중단했으며 서울 등에서도 급식 중단을 시작했다고 한다. 급식소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메르스 전염 우려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가 하면, 자원봉사자들의 방문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무료급식소 운영이 힘들어진 이유도 있다고 한다. 무료급식이 필요한 사람들은 대부분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들이다. 이런 재난사태를 대비해 정부가 이들을 보호할 방안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이 취약한 장애인, 노인 등이 이용하는 사회복지시설 입장에서는 이번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더욱 답답할 수밖에 없다. 경기도내 일부 장애인복지관이 휴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고 순천시의 경우 노인과 장애인시설 733곳의 운영을 일시 중단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질병이나 재난·재해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지침이 없다 보니, 사회복지시설의 장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사와 관련 종사자들은 안전지침에 질병과 관련한 항목도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관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시설임에도 지도점검 항목에 질병과 관련한 보건 및 위생 항목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사회복지시설이 메르스 사태와 같은 재난을 당했을 때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공공의료기관이 필요한 이유를 절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공공의료 비중은 2013년 말 병상수 기준 10%도 안 된다. 이번 메르스 사태와 같은 국가적 재난 사태에서 공공의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이유다. 공공의료기관이 메르스 전담 병원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소외계층 환자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까지 생겼다. 장애인들의 의료기관 이용 역시 어렵다. 국립의료원이 서울 한 곳에만 있어 지역별 보건의료 지원에 불균형이 초래되고 체계적인 대책 수립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지역 거점별로 국립의료원을 설립하거나 지방의료원을 국립으로 전환해달라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는 이번 메르스 사태를 교훈 삼아 의료 영리화의 꿈을 접고 공공보건의료체계를 강화해 소외계층이 차별 없이 보건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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