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챙겨주는 복지서비스는 안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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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챙겨주는 복지서비스는 안되는가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5.02.0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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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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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구 수성구에서 날아든 두 자매의 사연이 또 한 번 세상을 슬프게 했다. 30대 지적장애 1급인 언니를 홀로 돌보던 20대 여성이 생활고 끝에 세상을 버린 것이다. 발견된 유서에는 할 만큼 했는데 지쳤다며 혼자 남은 언니를 좋은 보호시설에 보내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장기는 다 기증하고 빌라 보증금도 사회에 환원을 바란다고도 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통령이 나서서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대책을 발표하고 정책을 내놓는데 왜 이런 비극이 계속될까. 장애인 가정에 대한 세심한 지원 부족을 원인으로 꼽는다. 지난해 2월 송파 세 모녀 사건 때도 누구하나 긴급복지지원제도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한 이른바 ‘세모녀법’은 제정됐지만 일선 현장에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장애인 가정에는 붙잡을 지푸라기조차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6만원짜리 원룸에서 살던 동생은 마트 아르바이트를 하며 홀로 언니를 돌봐왔다고 한다. 생활이 어려워져 언니를 보호시설에 맡겼지만 언니가 동생과 같이 살기를 원해 퇴소해서 얼마 전부터 함께 생활해왔단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인 20대의 어깨로 언니 수발노릇까지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운 무게였던 모양이다. 경찰은 두 달 치 월세까지 밀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봤다. 동생은 숨지기 열흘 전쯤 주민센터를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장애인시설에서 퇴소한 언니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생계비 49만원뿐이라는 말만 들었다. 장애인이 지원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를 물어봤는데, 500만원의 시설퇴소 자립정착금과 장애인 돌봄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제도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것이다.

대책 없는 시설 퇴소도 문제다. 정부가 장애인시설의 규모를 줄이고 탈시설을 통한 자립생활을 돕는다고 하지만, 막상 퇴소를 하면 갈 곳이 없어 막막하다. KBS 보도에 따르면, 가정과 직장을 함께 묶는 방식으로 자립에 성공한 장애인은 3천여 명에 불과하다. 아직도 1만7000여 명의 장애인이 30인 이상을 수용하는 대규모 시설에서 통제된 생활을 하고 있다. 본인이 원하면 시설에서 퇴소해 자립훈련을 할 수 있는 소규모 체험홈에서 일정기간 지역사회 복귀를 위한 준비단계를 거치는 제도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정부가 제대로 지원하지 않아 훈련교육이 부실하고 체험홈수도 220곳에 불과하다. 각종 인권유린 사건이 빈번한 시설에서 벗어나 자립생활을 꿈꾸는 장애인들이 많지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말 따로 시행 따로인 정부 정책이 대구 두 자매의 비극을 불러온 것이다.

대구 자매의 비극은 지난해 세 모녀 사건이 터졌을 때 정치권과 정부가 나서서 그렇게 떠들고 즉효일 것처럼 내놓았던 처방도 실효성이 없음을 반증한다. 송파 세 모녀는 월세 단칸방에 살면서 소득 없이 몸까지 아픈 데도 건강보험료는 매달 5만140원씩 내야 했다. 반면에, 재산 5억6000만원에 매년 4000만원 연금수급자인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퇴직 뒤 직장가입자인 부인의 피부양자로 올라 보험료는 한 푼도 안낸단다. 이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이 한참 잘못됐음을 말해준다. 정부는 ‘정부 3.0’을 내세우면서 국민 개개인을 위한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를 약속했다. 속속들이 소득과 재산파악이 가능한 ‘정부 3.0’을 통해 복지재원 부정수급을 감시하겠다면서도 대구 자매와 같은 곤경에 처한 취약계층을 찾아 알아서 챙겨주는 복지서비스는 왜 안 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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