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가 부족하다는데 뒷짐만 져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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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가 부족하다는데 뒷짐만 져서야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5.01.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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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수학교 입학을 앞둔 장애아 학부모들이 새 학기가 다가오면서 벌써부터 시름이 깊다. 먼 거리까지 어떻게 통학시켜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장애학생이 다닐 수 있는 특수학교가 턱없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에 사는 50대 어머니는 고2 뇌성마비 아들의 통학을 위해 매일 6시간씩 5년째 운전 중이라고 한다. 집 근처에 중·고교가 없어서 경기도 광주에 있는 특수학교를 다니면서 겪어야 하는 장애아 가정의 서글픈 이야기이다. 뇌성마비 학생이 다니는 특수학교가 서울에는 5곳뿐인데 모두 멀고 정원도 차 있어서 갈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최근 방영된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에 나오는 히말라야 오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경제규모 세계 14위이자 교육순위 세계 2위라는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니 믿기 어려운 우리 자화상이다.

2014년 기준 전국의 특수학교수는 166개교, 전체 4374개 학급, 학생수는 2만5317명, 학급당 학생수는 전체 5.8명, 교원수는 8297명이다. 이중 서울시의 경우 특수학교수는 총 29개 학교(국립3, 공립7, 사립19개 교)에 불과하다. 학생은 느는데 2002년 이후 13년째 학교를 설립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서울시 동대문구와 중랑구에는 특수학교가 한 곳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 사는 장애학생 90여 명은 매일 10~15㎞ 거리를 통학한다. 이 지역 학부모들은 2012년에도 새 학기를 앞두고 특수학교 배치를 받지 못해 특수학교에 배치해 줄 것과 특수학교를 설립해 줄 것을 요구하는 시위까지 벌였으나 여전히 설립 소식은 요원하다. 강서구와 양천구에도 특수학교가 한 곳뿐이어서 장애학생 170여 명이 타 구에 있는 학교를 다녀야 하는 형편이란다.

이처럼 서울에서 특수학교가 부족한 이유는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중앙정부와 지자체 및 교육청의 의지결여가 가장 크다. 그 결과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예산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에서 교육하는 통합교육 정책의 추진 과정에서 빚어진 혼선에서 비롯된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해당지역 주민들이 특수학교를 혐오시설로 간주해 특수학교가 가까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가 크다. 서울시교육청이 강서구 공진초등학교 가양분교 자리에 특수학교를 세우려 했으나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선 일이나 인천시 남동구청이 만월중학교에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해 논란이 된 사례도 같은 이유에서다. 지역 주민들이 혐오시설이라며 ‘내 집 뒷마당은 안된다’는 ‘님비현상’(NIMBY=Not In My Back Yard)이 장애아들의 교육권까지 빼앗고 있다.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는 증가하는 장애학생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2014년까지 특수학교 21개교와 특수학급 2300학급을 신․증설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었다. 그러나 계획뿐이었다. 교육부는 2013년에도 ‘제4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을 내놓으면서 연차적으로 공립학교 특수교사를 7000명가량 늘려 2017년까지 학생 4명당 교사 1명인 법정정원을 확보하고 특수학교 20개교, 특수학급 2500개를 신·증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및 교육청은 주민 반대라는 이유로 뒷짐만 지고 더 이상 공약(空約)만 남발할 게 아니다. 특수학교에 대한 주민들의 선입견과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주민들과 갈등을 극복한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필요하다면 관련 법령을 개정해서라도 특수학교 신설의 걸림돌을 제거해 장애아들이 거주지에서 마음 놓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특수학교를 적극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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