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장애아 어머니 비극, 그릇된 장애인식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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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장애아 어머니 비극, 그릇된 장애인식이 원인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4.12.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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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울산시 북구에서 시각장애 아들을 둔 어머니가 아들이 입학할 초등학교를 방문했다가 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로부터 공문도 없이 어떻게 들어갔느냐는 추궁 전화를 받고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숨진 35세 어머니는 아들이 배정받은 초등학교를 미리 알아보기 위해 학교를 둘러봤다. 그는 학교 방문 직후 울산 강북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로부터 사전에 공문도 받지 않고 어떻게 학교에 들어갔는지 따지는 듯한 전화를 세 차례나 받았다고 한다. 사전에 공문과 전화 등을 통해 정당하게 학교를 방문했다는 해명에도 담당 장학사가 학교에선 공문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추궁했단다. 외부인에게 노출되기를 꺼려하는 장애학생들이 공부하는 특수반 교실에 함부로 들어가 수업을 보고 교과서를 받아온 것처럼 따지자 심한 모욕감과 억울함을 느껴 빚어진 비극이다.
 
 장애인부모연대에 따르면 특수교육 담당 장학사는 아무런 절차적 문제없이 학교방문을 마치고 나온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학교에 무단 침입하여 교사의 교권을 침해했고 수업을 무단으로 참관해 장애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며 학교에 서면으로 사과를 하고 수업을 참관한 장애학부모들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인권침해에 대해 사과하도록 몰아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나라의 세금으로 만든 교과서를 무단으로 가져갔으니 반납해야 한다며 장애학생의 인권침해자로, 교과서를 무단으로 가져간 도둑으로 몰았다는 것이다. 이에 장애아 어머니는 장애아를 둬 당하는 모멸감과 설움이라 여겨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는 “내가 도둑으로 몰린 상황에서 내년에 우리 아이를 어떻게 그 학교에 보낼 수 있겠는가”며 고민했다. 비장애아 어머니라고 달랐을까.
 
 이날 초등학교 방문은 취학을 앞둔 장애어린이를 위한 초등학교 적응훈련 프로그램으로 울산시육아종합지원센터가 사전에 학교 쪽에 방문 요청 공문을 보냈고 센터 측 특수교사와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특수교사가 동행했다. 경찰 조사결과 공문을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공문을 받고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민원을 넣은 학교측과 확인 절차 없이 단정적으로 학부모에게 책임을 추궁한 장학사의 과실이 불러온 비극인 것이다. 그런데 울산교육청에서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10년 전인 2004년 10월에도 유아담당 장학사의 장애인 비하발언이 논란이 됐었다. 이 장학사는 공립유치원교사들 모임에서 “단설유치원을 만들 때 장애아들을 위한 특수반을 만들지 말라. 특수반 엄마들은 자기들이 특수한 줄 알고 더 기가 세게 구니 골치가 아프다”는 등 장애아와 부모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 두 사건은 단순히 해당 장학사 개인의 도덕적 문제로만 치부될 수 없는 일이다. 장애학생과 학부모를 대하는 교육행정가들의 인권의식과 감수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라 할 것이다. 정부차원에서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부르짖고 있지만 해가 지나도 별반 나아진 게 없는 이유가 분명해졌다. 최일선에서 모범을 보이며 실천하고 지도해야 할 교육청의 특수교육 담당 장학사의 수준이 이 정도이니 갑남을녀(甲男乙女)들이야 말할 나위 있겠는가. 장애아의 부모는 비장애아의 부모에 비해 높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양육으로 인한 심리적 신체적 경제적 부담과 함께 장애아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산다. 이번 비극도 이런 장애아 어머니의 내면을 헤아리지 못한 처신에서 비롯된 요인이 크다 하겠다. 특수교육과 장애인식개선 교육이 밀실행정과 폐쇄적 교육으로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교육행정가들의 장애인식개선이 우선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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