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건강, 위협받는 이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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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건강, 위협받는 이유 있었다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4.12.08 10:00
  • 수정 2014-12-08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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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날씨가 추운 겨울이면 장애인들의 건강문제가 더욱 걱정되기 마련이다. 그런 가운데 중증장애인 절반 이상이 경제적 어려움 등의 이유로 정기 건강검진과 치과진료를 받은 경험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의 장애인에 대한 허술한 보건의료정책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의뢰로 서울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서울에 사는 20살 이상 중증장애인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한 중증장애인의 52.9%가 정기 건강검진을 받아본 경험이 없었고 55.3%는 치과진료가 필요해도 진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주로 경제적 부담과 가까운 곳에 해당 병원이나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갖춘 병원이 없어 제때 검진이나 진료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건강이 좋지 않으니 경제력이 열악하고 경제적 부담으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2011년에도 경제사정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못한 장애인이 57.3%에 이른다는 통계가 나왔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에 대해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사이 인권위가 나서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조사를 벌인 것이다. 인권위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병·의원을 이용하거나 진료를 받을 때 가장 불편한 점으로 의사들의 장애특성 이해/배려 부족(34.8%), 경제적 부담(33%), 장애인편의시설 부족(26.8%)을 들었다. 장애인재활병원 및 전문의사 부족, 의사소통과 정보접근의 어려움, 긴 대기시간 등도 문제였다.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장애인의 저조한 건강검진 수검률이 지적됐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의 경우 비장애인은 건강검진 수검률이 73.2%인데 반해 장애인은 66.63%, 2013년에도 비장애인은 72.49%인데 장애인은 65.92%에 머물렀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장애인들은 장애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건강보험 적용(22.6%)과 독거장애인 및 장애인부부를 위한 간병인 지원(20.3%)을 확대하고 장애인전문병원과 전문인력을 마련(17.7%)하는 보건의료정책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장애인 건강권 조항이 포함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가입했다. 국제협약에 따라 장애인의 건강권을 실현하기 위한 국내 여건과 향후 과제를 점검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장애인들이 접근할 수 있고 재활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시설과 공공의료복지시설이 굉장히 취약한 것으로 보고됐다. 장애인 건강권 보장을 위해서는 공공의료체계를 강화해야 하나 이를 위한 인프라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건강보험 역시 장애인재활서비스 지원이 매우 제한된 만큼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입장이다. 

장애인의 건강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이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장애인 건강권 보장을 위한 의견을 수렴하고 개선방안을 내놓을 모양이다. 그러나 인권위의 개선방안은 어디까지나 정책권고에 그칠 뿐 강제성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일 수밖에 없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장애인이 건강권을 누리기 위해서는 장애인 개개인의 건강상태 파악과 자료구축이 먼저 이뤄져야 하지만 정부는 이런 기초자료조차 없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장애인들의 건강권을 확보하려면 먼저 건강할 권리를 만들어주고 건강보호, 질환의 예방과 진료에 대한 접근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장애보건법 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장애인건강권 운운은 뜬구름 잡기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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