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안 국회통과 미루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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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안 국회통과 미루지 마라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4.11.21 10:06
  • 수정 2014-11-21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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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살던 장애인이 또 화마에 목숨을 잃었다. 올해 들어 알려진 화재로 만 세 번째다. 지난 11월 8일 서울시 송파구 마천동 2층짜리 다가구주택에서 불이나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9분 만에 꺼졌지만 지하1층에 살던 지체장애인(51살)은 미처 피하지 못했다. 지난 6월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요구하던 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호흡기가 떨어져 숨졌을 때도 활동지원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5월 뇌병변장애 4급인 50대가 서울 관악구 셋방에서 불을 피하지 못해 화를 당한 직후라 더했다. 4월에도 자립생활을 꿈꾸던 중복장애인(뇌병변5급·언어장애3급)인 50대가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장애인용 연립주택 화재로 3도 화상을 입고 나흘 만에 숨졌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혼자 사는 장애인들이 최소한의 활동지원마저 받지 못해 아까운 목숨을 잃는가 하면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장애계가 줄곧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고 나몰라 하고 있는 사이 힘없는 장애인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없다. 오히려 장애등급심사는 강화되고 있고 서비스의 질은 늘지 않고 본인부담금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장애계의 하소연이다. 송파 피해자 역시 활동보조를 받을 수 있었지만 장애등급이 떨어질까 두려워 장애재진단을 받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지난 1991년 기계사고로 오른팔이 절단돼 장애2급 판정을 받고 가족이 있었지만 오랫동안 홀로 생활했다고 한다. 1996년 이후 장애등급을 다시 진단받지 않아 활동보조인 없이 생활해왔다는 것이다. 2002년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최근까지 매달 71만원을 받아 근근이 생계는 유지해왔다.

이처럼 장애등급 판정기준이 한층 까다로워져 일부 장애인 중에는 기존 등급에서 더 내려갈까 봐 장애등급 재진단을 일부러 안 받기도 한다는 것이 장애계에선 비일비재한 사실로 알려져 있다. 현재 장애3급부터는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산부족을 이유로 활동지원서비스가 절실한 수요자가 서비스를 받지 못하다보니 희생자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예산에 맞춰 지원 대상을 제한하는 현행 장애등급제를 폐지해야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의 죽음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앞의 연이은 피해 사건에서 보듯이 특히 혼자 사는 중증장애인의 경우 부족한 지원시간 때문에 활동보조인의 도움이 끊기는 시간에는 마치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같다. 부양의무자가 사실상 부양의무를 다하지 못하거나 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부양의무를 져야 하는 규정도 문제다.

그런 가운데 현재 장애1·2급으로 제한하고 있는 활동지원서비스 기준의 등급규제를 풀고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보장을 내용으로 하는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 법률안에는 부양의무자 삭제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 특히 개정안에서는 모든 등록장애인에 대해 활동지원서비스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지원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쉽게 통과될 것 같지는 않다. 장애인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오히려 개정안 내용 대부분에 대해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에게 생존권인 활동지원 문제를 앞장서 해결해야 할 주무부서가 딴지를 거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이번 법률개정안을 신속히 통과시켜 더 이상 장애인의 안타까운 희생이 없도록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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