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시설 인권침해, 대책만 세울 것인가
상태바
장애인시설 인권침해, 대책만 세울 것인가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4.11.11 09:57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인권유린 문제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민관이 합동으로 시행한 전국 장애인거주시설 602곳을 대상으로 인권실태 전수조사를 한 결과 44곳에서 인권침해 의심사례 63건이 발견됐다는 보건복지부 발표가 나왔다. 이 중 8곳을 수사 의뢰하고 3곳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조사를 맡겼다고 한다. 유형별로는 폭행 26건, 성추행 22건, 체벌 8건, 성폭행 3건 등이다. 이밖에도 시설안전, 편의시설, 청결상태 등 시설 운영과 환경 부분에서도 1400건이나 지적받았다. 조사결과만 보더라도 장애인거주시설 내부의 인권유린과 열악한 환경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실정이다. 허나 그동안 사례를 보면 장애인들이 의사표시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것이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복지부가 사후 약방문식으로 또다시 인권보호 대책을 내놨지만 어느 정도 먹혀들지도 의문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 서울 도봉구에 있는 한 사회복지법인 시설에서 발생한 장애인 학대·착취 및 보조금 유용 등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족벌운영으로 자행된 인권유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문제가 됐던 것이 계기가 됐다. 지난 2011년에는 청각장애인 특수학교인 광주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이 영화 ‘도가니’로 상영되면서 사회복지시설의 인권유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인화학교는 폐쇄되고 사회복지법인 우석에 대한 법인허가는 취소됐다. 일명 ‘도가니 사건’ 이후 재발방지를 위해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되고 성폭행 사건의 발생시 사업의 정지, 시설의 장의 교체를 명하거나 시설의 폐쇄 등 강력한 처벌조항이 생겼다. 거주시설에 차별감시단을 두고 공익이사제가 도입되기도 했다. 일부 사회복지시설에서 끊임없이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가 족벌운영 때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실태조사 결과, 시설의 인권상황에 대한 외부 감시체계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또다시 시설별 ‘인권지킴이단’을 구성해 외부감시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되뇌고 있다. 시설에 공익이사를 두면 비정상적 운영을 막을 수 있고 보다 투명하게 운영될 것이라는 취지에서 공익이사제까지 도입했지만 별 효과를 못 본 것이다. 몇 달에 한 번 회의만 참석하고 운영자가 제공하는 정보나 자료에 의존해 설명을 듣는 것이 고작인 공익이사가 시설 사정을 얼마나 파악할 수 있겠는가. 시간이 지날수록 공익이사가 운영자측과 친분관계가 형성되어 오히려 운영자의 대변인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공익이사제도의 한계가 분명한 마당에 인권지킴이단 또한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관련 법령을 개정해 시설장과 종사자들이 의무적으로 인권침해 예방교육을 받게 하겠다는 대책도 중요하다. 가해자 처벌과 인권침해 발생 시설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사회복지공무원수를 늘려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대책마련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도가니법으로 성범죄자에게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법이 강화됐지만 장애인 성폭력 범죄는 오히려 늘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 대상 성범죄 발생건수는 2009년 293건이었으나 2010년 321건, 2011년 494건, 2012년 656건, 2013년 852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복지부는 경찰이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해당 시설과 구체적인 사례들을 밝힐 수 없다고 한다. 유사 유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물론, 대다수의 헌신적인 사회복지법인 운영자와 종사자들을 위해서라도 인권침해 해당 시설들과 침해 사례들을 밝히고 행정조치 내용까지 공개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