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복지지원, 능동적 서비스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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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복지지원, 능동적 서비스를 기대한다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4.10.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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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사건과 같이 생계곤란 등의 위기상황에 처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1개월간의 생계비 등을 신속하게 지원하는 ‘긴급복지지원제도’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제도 신청건수 대비 지원결정 건수는 평균 77%에 사업 집행률은 64%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이 사업을 위해 정부는 지난해 본예산 624억원과 추경예산 347억원을 합해 971억원이나 확보해 놓고도 작년 사업 집행률은 절반 수준인 55.2%에 그쳤다. 나머지 예산은 써보지도 못하고 불용처리된 것이다. 돈이 없어서 지원을 못해주는 것도 아니고 예산이 남아도는 것은 정부가 말로는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떠들어대지만 실상은 구제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는 ‘위험할 땐 119, 힘겨울 땐 129’라며 긴급복지지원제도의 콜센터 전화번호를 홍보했다. 그래서인지 129에 걸려온 생활고 상담전화는 올 2월 2757건에서 세 모녀 사건 뒤인 3월 1만263건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이들 중 자격요건을 갖춰 지원받은 경우는 2298건뿐이다. 2010부터 2012년까지 정부의 긴급복지 예산은 해마다 적게는 579억원에서 많게는 589억원 규모였다. 허나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지원제도 자체를 몰라 2010년 74억원, 2011년 32억원, 2012년 242억원이 남아돌았다. 지난해에는 경기 침체를 감안해 추경예산까지 971억원을 배당했지만 또 435억원이 불용 처리됐다. 매년 돈이 남아돌자 올해 예산은 대폭 줄여 499억원만 책정했다가 세 모녀 사건이 터지면서 지원제도가 알려져 지난 5월까지 419억원을 쓰는 바람에 남은 예산이 간당간당하다.

복지부는 또다시 내년도 긴급복지 예산을 올해 499억원에서 1013억원으로 2배 이상 늘려 잡았다고 발표했다. 지원 대상을 올해 8만4000건에서 내년 15만6000건으로 7만2000건(86%) 늘리는 것을 가정한 예산 편성이라고 한다. 국회 심의과정이 남았지만 사실상 작년 971억원에 비하면 불과 42억원(4.32%) 늘어난 것에 불과한데도 정부가 생색을 내는 듯한 모양새다. 신청해도 제때 지원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신속한 지원이 중요한 만큼 신청 후 3일 이내(의료는 5일 이내)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2011년 3일 이내에 지원율이 95%(지원건수 4만1947건 중 3만9743건)이던 것이 2012년 94%(3만8862건 중 3만6511건)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91%(8만3212건 중 7만5450건)로 떨어졌다. 사후 약방문인 셈이다.

세 모녀 사건이 터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의 긴급복지지원제도를 활용했다면 세 모녀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있는 복지제도도 활용하지 못하면 사실상 없는 제도나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언뜻 듣기로는 지원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활용하지 못한 국민을 탓하는 책임전가로도 들린다. 현행 우리의 복지제도로는 생활이 어려운 국민이 알아서 정부에 손 벌려 자기 밥그릇을 챙기지 않는 한 정부가 찾아서 떠먹여주기를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정부 돈’은 ‘눈먼 돈’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능력 있는 사람들은 알아서 꼬박꼬박 찾아 먹지만 진정 필요한 약자들이 소외되는 제도로 전락했다. 이제는 국민이 손을 벌리기 전에 정부가 알아서 가려운 데를 긁어주고 필요한 것을 챙겨주는 능동적이고 수요자 중심의 복지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관계자들의 전향적인 의식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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