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고용의무제도, 이대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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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고용의무제도, 이대로는 안된다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4.09.2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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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반기 취업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공채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취업에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의 취업문은 여전히 좁다. 정부가 장애인의 취업을 늘리겠다고 법으로 ‘장애인고용의무제도’를 만들어 이행하고 있다지만 별로 효과가 없다. 국방부, 교육부, 해양수산부, 국무조정실 등 정부중앙부처는 물론 장애인복지를 책임지고 있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산하기관마저 법을 어기고 있는가 하면 국내 경제와 일자리를 좌지우지하는 30대 그룹 가운데 24개 그룹의 계열사 99곳은 돈으로 장애인고용 의무를 때우고 있는 형편이다. 강제 제재만으로는 장애인 고용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방증이다.

장애인고용의무제도는 비장애인에 비해 취업이 힘든 장애인의 일자리 확보를 위해 지난 1991년부터 국가와 지자체, 민간 사업자에게 일정 비율의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2.23%), 국방부(2.78%), 해양수산부(2.81%), 경찰청(2.84%), 원자력안전위원회(2.88%), 국무조정실(2.93%) 등은 물론 보건복지부 산하기관들 중 절반가량이 장애인 평균 고용률에 미치지 못한다는 자료가 나왔다. 산하기관의 평균 장애인 고용률은 2.92%로 기준율 3%가 안 된다. 18개의 산하기관 중 여덟 곳이 기준율에 미달했고 한국건강증진개발원과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은 장애인 직원이 한 명도 없었다. 재계순위 30대 기업 중 지난해 의무고용률을 준수한 기업은 9개 기업뿐이었고 21개 기업은 이를 어겼다. 삼성은 지난해 의무고용률 1.86%에 그쳐 올해 143억여 원의 고용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LG 역시 1.55%로 137억여 원을 내야 하고 SK도 62억여 원을 돈으로 때울 처지이다.

정부는 장애인고용의무제 활성화를 위해 규모와 상관없이 의무고용률 초과인원에 대해 고용장려금(국가·지자체 제외)을 지급하고 있다. 반대로 1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고용률에 미치지 못하면 고용부담금을 납부하게 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부처와 장애인복지 개선에 앞장서야 할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이 이를 무시하고 있는가 하면 민간기업의 경우 장애인 고용보다는 돈으로 때우는 것이 오히려 이득이라는 식의 고용부담금제도를 악용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도 정부당국은 공공기관에 대한 이행강제 의지도 없다. 이렇다보니 대기업들의 행태를 계도하고 바로잡아야 할 정부의 권위마저 내세울 수 없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내년부터 민간기업의 의무고용률을 현재 2.7%에서 3.1%로, 국가·자치단체 공무원과 공공기관은 3.0%에서 3.4%로 상향 조정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벌금에만 의존하는 현행 제도로는 또다시 올려봐야 실효성이 없을 것은 뻔하다. 정부는 얼마 전 제1차 사회보장기본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장애인의 자아실현의 경로로서도 맞춤형 고용복지를 지향한다’며,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기반 강화 방안으로 장애인 의무고용 이행 활성화를 제시했다. 아무리 번드르르한 정책을 쏟아내더라도 실제로 적용하고 이행하지 않는다면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속이는 혹세무민(惑世誣民)에 다름 아니다. 이제라도 정부는 장애인의 고용률 등 양적인 지표만으로 장애인 고용실적을 부풀리지 말고 질적인 부분까지 포함해 장애인의 실질적인 취업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적 손질을 단행해야 한다. 아울러 장애인 개개인별 맞춤형 적합직종 개발은 물론 폭넓은 직업교육 역시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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