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장애인에게도 관심을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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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장애인에게도 관심을 기울일 때다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4.09.0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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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얼음물 뒤집어쓰기가 국내에서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해 지난 7월 미국에서 시작된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BucketChallenge)’ 얘기다. 이는 참여자가 얼음물을 뒤집어쓴 뒤 3명을 지목하면 지목된 사람은 24시간 안에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100달러를 기부해야 한다. 이 동영상이 SNS를 통해 알려지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와 빌 게이츠 MS 공동창립자 등이 참여하면서 세상의 주목을 끈 것이다. 국내에서는 연예인들을 시작으로 유정복 인천시장, 김영수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장, 김성일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장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여했다. 이를 두고 불치병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기부문화 확산이라는 평가와 함께 소수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덩달아 나오고 있다.

루게릭병(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은 1930년대 뉴욕 양키스의 야구선수 ‘루 게릭’이 걸려 알려지면서 그의 이름을 따 붙여진 질환이다.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하는 질환으로 서서히 사지가 쇠약해지고 위축되면서 결국 호흡근 마비로 수년 내에 사망하게 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때문에 루게릭병 환자들은 스스로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타인의 도움 없이는 생활할 수조차 없다. 매년 10만 명당 약 1~2명에게서 루게릭병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0대 후반부터 발병이 증가하며, 남성이 여성에 비해 1.4~2.5배 정도 더 발병률이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2500여명 가량의 루게릭 환자가 있다고 한다. 아직 발병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치료제조차 없는 무서운 병이다.

그러나 얼음물 뒤집어쓰기와 같은 기부 행위로는 근본 해결책은 못 된다. 사회적 관심이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루게릭 같은 희귀난치성질환은 환자 개인이나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제도권 안에서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이다. 그런데도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은 생존에 관한 모든 것을 가족이나 기계에 의존해야 한다. 희귀난치성질환자에 대한 산정특례제도 시행으로 진료여건이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행 제도만으로는 부족한 실정에다 실제로 혜택을 받는 환자가 적은 게 현실이다. 때문에 상당수의 환자와 가족들이 여전히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희귀난치성질환자들과 가족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관련 법률안이 18대 국회에서 5건이나 발의됐건만 폐기됐고 19대 국회에서도 5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 서랍 속에 처박혀 있다.

루게릭병은 그나마 루 게릭이라는 유명한 야구선수와 스티븐 호킹 같은 천재 물리학자가 이 병에 걸려 다른 질환들보다 널리 알려진 편이다. 우리나라 250만 등록장애인 중 유형별 1%가 채 되지 않는 소수 장애인이라 불리는 일부 장애유형은 그 존재감마저 없다. 언어장애, 자폐성장애, 심장장애, 호흡기장애, 간장애, 안면장애, 장루요루장애, 뇌전증장애 등이 그들이다. 소수이다 보니 제 밥그릇 찾기 위한 목소리마저 내기 힘들다. 이들 역시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희귀난치성질환자는 물론 소수 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이 미흡한 현실에서 의료비뿐만 아니라 생활지원 등 보다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지원과 혜택을 위해서는 제도 점검과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법률 제정이 시급하다. 정부와 국회는 이들의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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