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여, 아픔과 눈물을 어쩌란 말이냐
상태바
‘프란치스코’여, 아픔과 눈물을 어쩌란 말이냐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4.08.22 11:34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4박 5일 한국 방문은 우리 사회가 어떻게,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이정표를 남겼다. 교황은 “막대한 풍요 곁에서 매우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난다.”며 물질중심 사회에서 인간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그러면서 “도움을 간청하는 사람들을 밀쳐내지 말라, 그래서는 안 된다.”며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진정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줬다. 교황이 말과 행동으로 보낸 메시지들은 우리 현실을 뒤돌아보게 했다. 그런 교황에게서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리더십, 힘들 때 기댈 수 있고 아플 때 위로받을 수 있는 리더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체감했다. 국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치유해줄 리더십과 신뢰를 갖춘 우리 사회 리더들은 어디에 있는지, 교황은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한국을 떠났다.

교황이 방한 동안 각별히 관심을 쏟았던 이들의 면면은 하나 같이 우리 사회의 아픔이자 눈물이었다. 세월호 유가족의 손을 맞잡고 고통과 아픔을 보듬었다. 위안부 할머니, 용산참사 유가족, 꽃동네 환자 등 약한 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교황은 밀양 송전탑 문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갈등, 쌍용차 해고사태 등 우리 사회의 갈등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까지 보듬어 안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약하고 상처받은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위로했다. 충북 음성의 꽃동네를 찾아서 장애를 갖고 태어나 가족에게서 버려진 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볼을 부비고 입을 맞추고 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교황은 진정성이 담긴 언행으로 병들고 소외된 이웃과 함께 했다. 모두가 우리 정치권과 정부를 비롯한 사회지도층이 애써 외면해온 약자들이자 소외계층들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 원을 지급하겠다던 약속을 뒤집었다. 세월호 참사가 터지자 "사고원인을 제공한 사람들과 침몰 과정에서 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사람, 책임을 방기했거나 불법을 묵인한 모든 사람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필요하다면 특검을 해서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자”며 “진상조사위원회를 포함한 특별법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고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지도자들이란 사람들은 이를 외면하기에 급급하다. “올해 들어 잇따라 발생한 사건 사고들은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쌓여온 비정상적인 관행과 적폐를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며, “민관유착의 부패 고리를 끊어내고…잘못된 병영문화와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했지만 낙하산 인사는 여전하고 몸통을 감춘 꼬리 자르기에 여념이 없다.

교황은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세월호 유족들에게 다가가 위로했던 행동들이 정치적으로 오해될 것을 우려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인간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유족의 통렬한 고통마저 외면하는 중립이 과연 인간다운 리더의 덕목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교황은 자신을 낮추는 참 마음가짐이 어떤 것인가를 우리 사회 리더들에게 보여줬다. 남들이 바뀌기를 바라고 남들을 바꾸려고 하기 전에 자신부터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모범을 보였다. 교황의 메시지는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들을 외면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을 절대로 놓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더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의 고통을 치유하고 눈물을 닦아줄지, 우리 사회 리더들에게 묵직한 과제를 남겼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