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특수교육은 교육청과 기업,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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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특수교육은 교육청과 기업,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해야”
  • 차미경 기자
  • 승인 2014.08.08 09:52
  • 수정 2014-08-08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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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성 과장 / 인천시교육청 창의인성과

▲ 김윤성 과장 / 인천시교육청 창의인성과
지난 29일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그들이 일하는 사회적 기업 (주)씨드 교육 현장에서 인천시교육청 창의인성과 김윤성 과장을 만나 특수교육과의 인연에서부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차미경 기자>

 

Q. 처음 장애를 가진 아이들 특수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주안초등학교에서 근무할 당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교육하시고 케어하시는 특수교사분이 계셨어요. 항상 웃는 얼굴로 아이들을 대하시는 그분을 보며, 참 좋은 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제 자신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부족한 아이들’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것이 지적능력이든 뭐든지 간에 비장애 아이들보다 조금은 부족한 아이들이라 생각했는데, 제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느끼게 해준 일이 있었어요.

겨울 어느 날이었는데, 특수학급 한 여학생이 학교 건물 현관 앞에서 품속에 뭘 품고 있는 거예요. 뭔가 하고 계속 바라보고 있는데, 자신을 케어해주시는 그 선생님이 오시니까 품 속에 가지고 있던 걸 내놓더라고요. 그 선생님 실내화였어요. 선생님이 따뜻하게 신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품고 있었던 거죠.

조금 부족한 아이들이라고 생각했던 저에겐 충격이었어요. 저 아이들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넘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말예요. 그래서 그 순간 저렇게 순수하고 따뜻한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특수교육 교사분을 통해 정보를 얻어서 대구대학교에서 특수교육 연수를 10주간 받았던 것이 지금의 제 자리의 첫발이었어요.

그렇게 특수교육에 대해서 알고 활동하다 보니 점점 더 눈에 보이는 것들이 많은 거예요. 우리 아이들도 모두 공교육의 대상자인데도 불구하고 특수교육 시스템은 너무나 미비했던 거죠. 그러면서 ‘내가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고 행정직에 도전, 장학사가 된 거에요.

 

Q. 교육행정직에 몸담으시면서 특별히 생각나시는 일화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제가 처음 행정직에 몸을 담으면서 가장 첫 번째로 손꼽았던 것은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갖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우리 아이들은 비장애인 아이들보다 조금은 느리고 더디지만 계속적인 학습과 연습, 그리고 반복을 통한다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으로 진행했던 프로그램이 ‘큰 꿈 그리기 대회’였어요. 기존의 사생대회나 미술대회는 현장에 와서 주제를 보고 자유롭게 그리는 방법이지만, ‘큰 꿈 그리기 대회’는 1~2달 전에 주제를 미리 주고 아이들이 반복적으로 연습한 후 현장에 와서 연습했던 그림을 다시 그려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어요.

당연히 아이들은 성공적으로 그림을 완성해서 제출했고, 그림을 제출한 모든 아이들에게 교육감상을 수여했어요.

우리 아이들 입장에서는 자신을 포함해 주변 아이들은 학교장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상을 받는 것도 쉽지 않은 건데, 교육감상을 받았으니 얼마나 들뜨고 기쁘겠어요.(웃음) 아이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어요.

우리 아이들에게 어려운 걸 주입시키려 한다는 건 교사나 부모들의 욕심이에요. 할 수 있는 것을 극대화시켜주는 교육이 필요하거든요. 그리고 난이도 역시 조금씩 조금씩 높여가는 거예요. 갓난쟁이들이 처음 숫자를 배울 때 1을 배우고 2를 배우듯 눈높이에 맞춰 조금씩 익힌다면 장애를 가졌다 하더라도 충분히 배울 수 있고 습득할 수 있으며,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 믿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Q. 현재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학령기일 때는 교육청의 보호를 받지만 학령기가 끝나고 취업이나 자립에 대해서는 공단 등에서 관리하는 등 단절된 시스템 속에서 혼란스러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교육의 연장으로 학령기를 졸업한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도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물론 저희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청이 가지고 있는 성격상 학령기 아이들을 위한 업무 등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도 사회의 일원으로 우뚝 설 때까지 지원해주고 싶지만 분명 그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교육청에서는 학령기의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충분히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 전념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분명 칼로 무 자르듯이 졸업했으니 이제 우리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관점은 아닙니다.

모든 일이 1단계를 통과하고 2단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그 단계 속에도 과정이 있는 것 만큼 교육청과 공단과 회사, 또 취업이 아닌 자립 등을 추구하는 아이들을 위한 보호시설이 서로 연계해 지속적으로 관심과 지원을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Q. 그렇다면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졸업 후 성공적으로 사회 속에서 자립하기 위해서는 어떤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예를 들어 현재 특수학교에서 진행되는 전공반의 경우 전공반 수업을 듣고 취업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해서 그 곳에서 원하는 인재상에 맞춤 교육을 하는 것입니다. 또 자립홈 등으로 가는 친구들을 위해서도 자신이 갈 곳을 어느 정도 정해 놓았다면 그곳의 구조나 시스템에 맞게 예행연습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거죠. 취업을 하는 경우에는 때에 따라 전공반 수업의 일부는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연계한다면, 이론만 공부하고 현장에 나가서 시스템 차이로 인한 실패를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들을 채용하려는 기업도 많아져야 할 뿐더러 공단과 업체 시설 등을 운영하시는 분들의 마인드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일자리와 취업의 경우 장애인부모회와 고용공단, 인천시, 상공회의소 등 아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해 줄 수 있는 민·관 기관이 협력하는 것만이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Q. 장애인들에게는 학령기 교육을 넘어서 ‘평생교육’의 중요함이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과장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교육청의 주 임무는 학령기 학생들의 교육입니다. 하지만 저 역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전공과 등을 마치고 학교를 떠난다 하더라도 평생학습 시스템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중증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하루 1~2시간 정도의 기본생활에 관한 교육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러한 평생교육 시스템은 교육청은 물론, 가정이나 복지관 등 어느 한 곳에서 모든 것을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관련된 모든 기관이 공조체제를 가지고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학교가 아닌 복지관이나 시설 등으로 가되, 어디에 있든 지속적인 관심은 이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삶의 질과 교육은 항상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Q. 장애아이를 둔 부모님들과 비장애 아이를 둔 부모님들 간의 이해관계로 인한 문제 역시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부분입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이 부분은 참 조심스러운 부분이에요. 누구 한쪽에 ‘양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도 없고요. 우선 비장애인 아이를 둔 부모님들께는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교육권은 우리가 배려해주는 것이 아닌 ‘그들의 당연한 권리’라는 것을요.

우리나라는 자연스레 학령기가 되면 누구나 학교를 가고 공부를 할 수 있어요. 그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죠. 이 기준이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도 부합되는 부분이에요. 그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학령기가 되어도 지리적으로나 학교 또는 학급의 과부화로 그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또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님들께는, 부모님들께서 가지고 계신 조급함이 오히려 비장애인분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해주시길 바란다는 거예요. 장애아이들 부모님들은 마음이 굉장히 급하세요. 짧은 기간 내에 결과물을 보고 싶어 하세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점진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니 만족을 못하시는 거죠. 그리고 그 심정과 답답함은 이해하지만 전반적인 환경을 인정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는 어찌 보면 비장애인들의 마음을 오히려 잃게 하는 일일수도 있어요.

우리 모두 한 사회 구성원인 만큼 내가 누구를 봐준다, 양보한다가 아닌 이해를 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분쟁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Q. 마지막으로 인천시의 특수교육 발전과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건강하게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포부를 말씀해 주세요.

벌써 오랜 시간을 특수교육에 몸담으면서 사실 장애인 당사자들과 그 부모님들은 만족하시지 못하겠지만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은 있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어요.

처음 특수교육이라는 개념도 생소했던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많은 분들이 이해해주시고 도와주시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이 부족하고 보안해야 할 점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교육청은 물론 특수교육 현장에서 노력해주시는 선생님들 그리고 학부모님들, 비장애인분들, 기업 모두가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인천 시민이자 인천의 꿈나무들이라는 생각을 항상 마음 속 깊이 가지고 있다면 지금보다 좀 더 발전된 내일이 찾아 올 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날을 위해 저 역시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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