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폐지와 그 이후’를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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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폐지와 그 이후’를 진단한다
  • 고은별, 이재상 기자
  • 승인 2014.08.08 09:49
  • 수정 2014-08-08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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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3월 28일 제14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지난 3월부터 ‘장애종합판정체계 개편추진단’을 구성해 오는 2016년부터 현행 장애등급제를 완전 폐지하고 새로운 장애판정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인연금제도’ 및 ‘서비스전환의 현안과 과제 토론회’가 지난 7월 29일과 30일 이틀 연속으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의 주최로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정리= 고은별, 이재상 기자>

 

예산확대 없는 새 종합판정도구, 장애등급제 명칭변경에 불과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쟁점은 소득보장과 ICF의 사회환경적 내용 반영 문제

 

장애등급제 폐지, 크게 달라질 것 없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장애등급제가 폐지된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약속했고 정권 출범 이후에도 수차례 약속을 하고 있지만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큰 것이 사실”이라며 “활동보조와 같은 서비스제도는 별도의 인정조사 기준이 있으므로 장애등급제가 폐지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부분이 없고, 결국엔 장애인연금을 비롯한 소득보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가장 핵심적인 쟁점이 될 것”임을 주장했다.

지난해 한국의 장애인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OECD 회원국 평균의 3배인 반면 장애급여 지출은 1/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08년 기준 한국의 장애급여 수급률은 1.6%로 OECD 7%에 크게 차이가 났고 GDP 대비 장애급여 지출 비중은 0.2%로 OECD 평균 1.2%와 큰 차이를 보였다.

박 대표는 “이는 한국 정부가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적은 사람에게 가장 적은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등록 장애인들이 최소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인연금 수급자를 OECD 평균 수준으로 확대할 것과 급여수준 또한 현재의 4~5배 수준은 확대돼야 OECD 평균에 도달할 것”임을 밝혔다.

또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장애등급제를 사용하던 일본과 대만의 사례를 보면 ‘도로 장애등급제’였다.”며 “정부가 밝힌 ‘새로운 종합판정도구’의 최대 쟁점은 ICF(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의 사회 환경적 내용을 얼마나 반영할 것인지의 문제”임을 밝혔다.

일본은 한국과 동일한 장애등급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장애등급은 감면, 할인 등에 적용되고 실제 서비스는 별도 106개 항목으로 구성된 ‘장애정도 구분’이라는 종합판정표 평가에 의해 서비스의 양이 결정된다.

대만은 장애인권리보장법을 만들고 ICF를 반영한 종합판정도구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지만 장애인의 삶의 변화는 감지되지 못하고 있다.

박 대표는 “대만의 사례에서 보듯 예산 확대가 없는 새로운 종합판정도구의 개발은 현행 장애등급제에 명칭만 바꾼 것에 불과할 것.”임을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 장애인정책 국정과제 추진계획에서 장애계와 학계가 중심이 된 ‘장애판정체계기획단’ 구성계획을 밝혔고 1,2차 기획단을 운영했다. 그리고 올해 들어 정부는 다시 한 번 장애등급제 폐지 계획을 발표하면서 세 번째 기획단인 ‘장애종합판전체계개편추진단’을 운영 중이다.

박 대표는 “이번 추진단은 매우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추진단 내 장애계 인사가 이전 두 차례의 기획단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고 지난 추진단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했지만 정부 정책에 비판적이었던 전장연은 노골적으로 배제되는 등 장애계와 의사소통을 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면서 “장애등급제 폐지에 있어 종합판정도구와 장애인연금제도 같은 최대 쟁점이 몇 가지로 충분히 예견되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계와의 의사소통은 중요한 포인트”임을 거듭 강조했다.

 

복지부, 행정관리 어려움 이유로 단일 기준 마련코자 할 것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이동석 연구원은 “장애등급제 폐지의 대안으로 개인별 서비스별 기준을 만드는 것과 사회적 환경까지 고려한 단일 기준을 만드는 것이 있을 것”임을 설명했다.

현재 장애인단체에서 주장하고 있는 개인별 서비스별 기준 모델은 장애인 개인별 욕구가 다르기 때문에 서비스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에게 서비스가 전달되는 적격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사회적 환경을 고려한 단일 기준 모델은 장애등급제의 이름만 바꾼 것으로 행정편의성이 높고 행정비용이 덜 들고 일선 공무원의 재량에 덜 의존적일 수 있다. 복지부는 행정관리 어려움을 이유로 현재의 의료적 기준의 등급제를 폐지하더라도 모든 서비스에 적용될 수 있는 단일 기준을 마련코자 할 것.

이 연구원은 “개인별 서비스별 기준을 사용하는 국가들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고 사회적 환경 고려한 단일 기준 모델 채택 국가들은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이라며 영국과 대만의 사례를 비교했다.

▶영국의 경우 소득보장과 고용 및 직업재활서비스를 한축으로 하고 일상생활 활동 지원 등 사회서비스를 또 다른 축으로 한 전달체계가 구축돼 있다.

소득보장과 고용 및 직업재활서비스를 관장하는 중앙부처는 노동연금부이며 이에 관한 집행업무는 지역 장애급여센터와 복지고용사무소에서 담당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의 중앙부처는 보건부가 맡고 있으며 보건부가 개발한 지침을 기초로 해 각 지방정부의 사회서비스국에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에서 업무를 다루는 세 조직 중 지역장애급여센터는 장애인 급여만을 다루는 독립된 전달체계인 반면 지방정부의 사회서비스국은 노인 및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서비스 욕구를 가지고 있는 계층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소득보장은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을 보전하는 것으로 영국의 경우 ‘장애생활수당’이 있다. 이 수당은 돌봄과 이동, 두 요소에 대한 자격요건으로 65세 이하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65세 이상은 이동에 대한 급여는 지급하지 않고 돌봄에만 한정해 지급된다. 이 수당은 2013년 4월부터 ‘개인 자립 지불’(Personal Independence Payment, PIP)로 바뀌었다.

장애인의 상황이 장애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4주에 한 번씩 지급되는데 일상생활 요소의 경우 상황이 표준인 경우 주당 54.45파운드를 받고 심한 경우 81.30파운드를 받는다. 이동요소의 경우 표준은 주당 21.55파운드를 받고 중증은 56.15파운드를 받는다. (1파운드= 1,748원)

사회서비스는 공공서비스 중의 하나로 사람들이 그들의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광범위한 영역의 서비스로 입소시설, 주간보호시설, 식사배달, 점심배달 클럽 등이 운영된다.

케어서비스에 대한 신청은 누군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이용자 본인이 신청하거나 이웃이나 친척이 지방정부의 사회서비스국에 신청할 수 있다.

사정은 사회서비스뿐만 아니라 의료서비스 등 신청자의 필요와 욕구에 대한 총체적인 사례관리를 통해 지원여부가 결정된다. 사정하는 사람들은 이용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와 욕구를 파악하고 상담과정에선 당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가끔씩 수행하기 어려운 일 등의 질문이 이뤄지며 동의하지 못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기록하게 돼 있다.

사회서비스국에서 사정이 끝나면 신청자 개인에 대한 보호계획이 세워지고 보호계획에 의거해 서비스가 이뤄지며 서비스 개시 3개월 이내와 그 후 1년 이내에 이용자의 보호계획서에 대한 점검이 이뤄진다.

▶대만의 경우 2007년 신심장애인권익보장법 개정을 통해 장애에 대한 패러다임을 보호에서 권리로 바꾸고 장애판정 기준도 의료적 기준에서 사회적 기준을 포함하는 ICF로 바꿨지만 장애등급은 여전히 존재한다.

장애인 대상 지원정책은 61개로 이 중 장애인연금 등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은 4단계의 장애등급 가운데 중도, 급극중도의 중증장애인에게만 자산조사를 거쳐 1달에 4,700타이완 달러(1TWD= 34.58원)가 지급되며 버스요금 면제와 같은 정책들은 등록장애인 모두에게 적용된다.

대만 정부는 ICF 적용을 위해 2007년 법 개정을 했지만 장애판정과 관련된 조항은 바로 시행하지 못하고 2~5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을 연기해 2012년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2019년까지 ICF의 완전한 적용을 위해 준비 중이며 2019년 이후에도 장애등급은 4단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ICF로 판정기준이 바뀌면서 서비스를 새로 받게 되는 사람들도 생겼지만 반대로 탈락하는 사람들도 발생했다. 판정이 더욱 세분화됨에 따라 경증으로 하락하는 비율이 높아졌고 혜택이 줄어듦에 따른 불만도 많이 제기됐다.

대만은 ICF 적용의 어려움에도 일선 공무원에게 재량권을 부여하지 않고 행정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단일기준을 선택했다.

 

유럽, 장애연금의 수급기준에 ICF 활용

 

충북대학교 아동복지학과 윤상용 교수는 “장애 개념 정의에 있어 의료적 관점에서 벗어나 장애를 손상과 기능 제약 그리고 직장, 가정, 학교와 같은 특정한 사회적, 물리적 환경에의 참여 제한 등 사회 전체를 통해 체계적으로 제도화된 차별의 형태로 설명하는 사회적 모델은 1970~80년대부터 발전해왔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환경적 측면의 강조는 WHO(세계보건기구)의 장애분류 개편에 영향을 미쳤고 2001년 기능적 제약의 관점에 초점을 둔 ICDH를 획기적으로 수정한 기능, 장애 및 건강분류 체계인 ICF(The Internatiomal Classification of Functionning Disability and Health)를 발표했다.

WHO가 장애의 개념에 ICF를 도입하자 2004년 유럽에서는 기존 장애와 근로무능력을 질병 혹은 부상의 결과로서 생계를 영위할 수 없는 무능력이라는 협소한 관점에서 지급하던 장애연금의 수급기준에 ICF를 활용하자는 주장이 EUMASS(유럽 15개 국가의 의학적 자문가들로 구성된 조직)에 의해 제기됐고 그 후 연구를 시작해 2008년 진단명과 관계없이 모든 사례에 적용할 수 있는 장애연금에서의 장애평가를 위한 ICF 핵심 항목을 개발했다.

이에 따르면 △감각기능 및 통증 △심혈관계, 혈액학적, 면역학적 그리고 호흡기계의 기능△신경근육골격 및 운동과 연관된 기능 △학습 및 지식의 적용 △일반적 임무와 요구 △의사소통 △이동 △대인관계의 20개 항목으로 구성됐으며 현재 모든 유럽국가에서 운용하고 있는 장애연금의 장애평가를 위한 항목들로 사용되고 있다.

EUMASS는 또한 특정한 근로제약, 일시적 측면, 성격적 요인, 알레르기 등 기타 건강 관련 제약, 가족 부양 등의 기타 고려사항을 추가적으로 장애연금 수급요건으로서 장애평가를 위한 ICF의 항목에 적용할 것을 제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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