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삶은 우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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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삶은 우리의 미래다
  • 편집부
  • 승인 2014.07.25 09:52
  • 수정 2014-07-2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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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호/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전용호/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시간은 모든 인간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가장 평등한 것이면서도 인간의 유한성을 규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굴레이기도 하다. 누구나 일정한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면 청·장년을 지나 노인이 되고 언젠가는 생을 마감 하게 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인간의 평균 수명은 계속 길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수명도81.44세(남성 77.95세, 여성 84.6세)로 크게 늘어났고 앞으로 의료기술의 발전 등으로 인해 더욱 빠르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 수명의 증가는 인간이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분명히 인류의 축복이지만 인류 역사상 유례없이 노인으로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면 과연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평균 수명 연장의 축복을 누리고 있는가. 물론 개인적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시는 노인들도 많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한국 노인의 삶은 매우 어두워 보인다. 무엇보다도 한국노인들의 빈곤율은 너무 높은 수준이다. 주지하듯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47%인 절반 이상이 상대적인 빈곤층에 속한다. 과거에는 소득이 없어도 자식들과 함께 살아서 자식이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원하면서 함께 생활을 했지만 최근에는 노인의 가구 구조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자식들과 함께 살지 않고 노인부부나 독거노인으로 살아가는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

가령 1994년에는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의 비율이 54.7%였던 것이 2011년에는 절반 수준인 27.3%로 급감했다. 대신에 노인부부의 비율은 같은 기간에 26.8%에서 48.5%로 크게 늘었고 독거노인의 비율도 20%를 육박해서 자식들과 동거하면서 경제적 정서적 지원 등을 직접적으로 받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국가에 의한 연금과 같은 공적 소득보장 시스템이 매우 취약해서 적지 않은 빈곤노인들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서 일을 해야만 한다. 연금 등 공적 소득보장 시스템이 잘 갖춰진 선진 복지국가에서는 노인들의 경제활동 참여비율이 10%대에 불과하다. 이들은 국가에서 제공되는 연금을 가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이나 자원봉사를 하는 등 의미 있게 여가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노인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선진국에 비해서 훨씬 높은 비율인 전체 노인의 약34%(2011년 기준)가 노동시장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의미 있는 여가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수입이나 재산이 뒷받침돼야지 빈곤상태에서는 선뜻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어려움을 덜기 위해서 한 달에 고작 20만 원 정도의 노인일자리를 인위적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빈곤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그나마 이 같은 정부가 제공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고령의 노인들은 뜨거운 여름날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거리의 폐휴지를 줍거나 탑골공원 같은 곳에서 싼 화대를 받고 성매매를 하는 것이 우리의 슬픈 현실이다. 특히 많은 고령의 장애인은 노동시장에서 극심한 차별과 냉대 등으로 인해 경제활동 참여 자체가 더 어려워서 극심한 빈곤으로 고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노인들의 자살률은 10만 명 당 29.1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왜 노인들은 그 소중한 목숨을 스스로 끊는 것일까. 노인 자살의 원인은 정신질환, 심리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들이 있지만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높은 노인 빈곤율과 이에 대응하지 못하는 취약한 복지시스템, 낮은 삶의 만족도 등의 원인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다.

더욱이 가족이나 이웃 친구 등 사람들과의 관계가 단절되면서 외로움의 고통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성독거노인들은 빈곤과 자살, 범죄 등 각종 사회문제에 가장 취약하게 노출된 분들이다.

한편, 앞으로 노인이 될 베이비부머 세대는 전체 인구의 약15%로 가장 많은 인구집단이다. 이들은 현 노인세대보다 더 높은 학력과 전문적인 사회생활을 한 분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상당수의 베이비부머들은 자식과 부모 부양 등으로 인해서 정작 자신들의 노후 준비가 매우 부족하다고 한다. 지금의 노인과 같은 어려움을 반복할지 우려된다.

이처럼 많은 수의 노인들이 질곡의 삶을 보내고 있고 베이비부머들의 노후준비도 취약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여전히 복지를 경제성장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노인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데 소극적이다. 물론 경제성장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경제성장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절반의 노인이 최소한의 생계를 영위하지 못하고 빈곤으로 허덕이고 매일 마다 적지 않은 노인들이 소리도 없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세상…우리가 꿈꾸던 사회는 결코 아닐 것이다. 우리 주위 노인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그에 적합한 사회와 노인복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노인의 삶은 우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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