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 수 없었으나, 지금의 나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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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할 수 없었으나, 지금의 나는 할 수 있다
  • 편집부
  • 승인 2014.07.25 09:34
  • 수정 2014-07-25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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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국선 / 인천혜광학교 전공과 3학년

▲ 오국선 / 인천혜광학교 전공과 3학년
교정을 들어서면 언제나 하늘 높이 뻗어 있는 은행나무들이 서로를 마주보며 나를 반겨 그리 길지 않은 이 길을 나는 좋아한다. 이 길을 따라 걷고 있노라면 커다란 바위를 깎아 만든 암석에 새겨진 작은 글귀가 교실을 들어서려는 나의 발길을 잠시 멈추게 한다.

‘나는 할 수 있다’, 혜광학교의 교육 이념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한 이 평범한 문구를 내 마음속 깊이 깨닫기까지는 수없이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가능했다.

나는 잘 보이지 않기에, 시각장애인이기에, 이 세상 그 어느 곳에서도 나를 받아주는 곳이 없기에 나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라 생각하고 살아야만 했다. 그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노력해도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렇게 주저앉을 수는 없다고 마음속으로 수없이 다짐했다.

그러던 그해 겨울, 나는 혜광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고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기만 했다.

3년여의 오랜 혼자만의 시간을 저만치 보내고 나와 같은 이들이 모여 새로운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서였을까?

먹고 자고 뒹굴고 인간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생활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는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하게 된 안마와 침술이 많이 낯설고 힘들었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포기하게 될 것이라는 나의 생각과는 달리 익숙해지고 행복해져갔다.

즐거운 학교생활 속에서 조금씩 활기차게 변해가는 내 모습을 바라보면 고맙고 감사한 마음뿐이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조회시간이면 늘 선창하시곤 했다. “자~ 따라 합시다. 나는 할 수 있다!”, 이러한 우리들의 외침이 오늘날의 모습을 만들어준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 나는 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할 수 없다고 포기했던 것이다. 내가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할 수 없는 것도 있고 다른 사람들보다 잘할 수 있는 일 또한 있을 것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암석의 문구를 오늘은 잠시 서서 바라보았다. 곧 꽃망울을 터뜨릴 나무들과 잘 어우러져 오늘도 그 자리에서 나를 반기는 듯했다. 이 문구는 내 마음속 깊이 남아 어쩌면 내가 힘들고 지칠 때 다시금 힘이 되어 주리라.

오늘 교문 입구 화단에 꽃이 활짝 피었다고 누군가 내게 말해주었다. 길고 긴 겨울바람을 이겨내고 다시금 피어난 꽃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외쳐본다. 그래! 나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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