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2급이면 중증장애인에 속한다. 보청기를 활용하여 의사소통을 하더라도 독화(상대의 입술을 읽어 말을 파악하는 것)를 병행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또한 독화를 하더라도 대화 방식이나 심리적인 문제로 소통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조사를 담당했던 경찰관은 정 모씨와 의사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고 하지만 정 모씨가 경찰의 말을 정확히 이해한 것과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당시 정 모씨는 서울에 연고도 없던 상태였고, 지인의 죽음으로 불안한 심리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경찰서가 인지를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조사과정에서 조력지원의 책무를 하지 않았고, 새벽에 귀가를 시킨 것이다. 이러한 정황을 근거로 장애인정보문화누리가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공공공기관 등은 장애인이 전자정보와 비전자정보를 이용하고 그에 접근함에 있어서 장애를 이유로 차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법 21조)’, ‘사법기관은 사건관계인에 대하여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그 장애인에게 형사사법 절차에서 조력을 받을 수 있음과 그 구체적인 조력의 내용을 알려주어야 한다.(법 제26조)’라는 규정이 있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의 민원에 따라 정 모씨의 자살을 조사한 경찰청은 조사과정의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해당 경찰관이 의사소통이 가능하여 그대로 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내용을 입증할 증거는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경찰청이 정 모씨를 조사한 경찰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면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 명시된 조력인의 지원과 정당한 편의 제공여부를 자신들이 판단하건데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왜 문제시 하느냐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판단을 장애인이 아닌 자신들이 한 것에 대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 모씨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진술과정이 녹화되기는 했지만 음성이 녹화되지 않아 정 모씨의 장애특성이나 의사소통 정도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문제에 대하여 조사과정에 정당한 편의제공에 대한 고지가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그 내용만으로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경찰청은 경찰에 잘못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모양이다. 결국 이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잊힐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일은 다시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조력인이나 정당한 편의제공에 대한 판단을 형사, 사법 절차상에 있는 이들이 절대 해서는 안 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비장애인과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청각장애인이나 지적장애인, 뇌병변장애인 등도 일반 형사, 사법 절차에서 의사소통 등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인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