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의 배경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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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의 배경과 과제
  • 차미경 기자
  • 승인 2014.05.23 12:04
  • 수정 2014-05-23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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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준/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
▲ 윤석준/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

박근혜정부의 보건의료분야 대표 공약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이다. 4대 중증질환은 암·뇌혈관·심장·희귀난치성질환을 의미한다.

1989년 전국민 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된 이래 우리나라는 괄목할 만한 의료 접근성을 이루었다. 질병이 발생해도 높은 치료비 부담 때문에 병의원을 제때 이용 못하던 우리나라 국민들이 건강보험제도의 도입으로 경제적 장벽을 넘어서 의료이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그간 급여 확대, 심사평가제도 등에서 많은 발전을 이뤄왔다. 최근에는 베트남, 카타르 등 외국에서 한국의 건강보험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2000년대 들어 건강보험 보장률 답보 직면…저부담에 따른 저급여 등식 자리잡아

 

하지만 이렇게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2000년대 들어 건강보험 보장률의 답보라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64.6%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12년에는 62.0% 수준으로 오히려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보장률의 하락이 의미하는 바는 국민들이 의료이용을 할 때 본인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비율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특히 경증의 외래 이용이 아닌 중증의 질환으로 수술 등의 처치 및 검사를 위해 의료이용을 할 때 크게 본인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사회보험으로서 건강보험의 취지는 건강상의 위기가 닥쳤을 때 사회적인 재원으로 보장해주는 제도임을 감안할 때 무언가 문제가 있는 상태인 것이다.

이렇게 제도가 운영되게 된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는 서구 선진국에 비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를 달성하다 보니 국민 저항 등을 줄이고자 출발점부터 보험료율을 적게 책정하고 시작했다. 그 결과 저부담에 따른 저급여라는 등식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건강보험료율은 2014년 직장 가입자 표준 보수월액 기준 5.99%로써 독일의 약 1/3, 일본의 1/2, 프랑스의 1/4 수준이다.

둘째는 폭넓게 형성된 급여 범위 이외의 진료비(비급여 진료비)로 인해 2000년대 이후 급여 범위에 대한 보장성 강화 정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비급여 진료비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차액 등과 같이 법에서 테두리를 정해 놓은 비급여와 병원이 환자치료를 위해 필요한 검사나 행위로 판단해 제공하지만 건강보험에서는 급여 범위로 인정해주지 않는 임의 비급여로 구성된다.

 

4대 중증질환 시작…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 차액·간병비 등 3대 비급여 확대

 

이러한 상황에서 박근혜정부는 국민들의 고통이 상대적으로 더 큰 4대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비급여 진료비까지 포함해 보장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정책을 기획하고 있다. 급여 보장 항목은 4대 중증질환으로 시작하지만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차액, 간병비와 같은 소위 3대 비급여는 전 영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필자는 정부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박근혜정부 집권 기간 안에 국민들이 피부로 체험할 수 있는 수준의 보장성 강화가 적어도 4대 중증질환 범위에서는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우리나라에서 건강보험제도 도입 이후 국민체감 측면에서 가장 획기적인 변화가 수반될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다만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와 관련해 추가로 고려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첫째는 지속적으로 제기될 건강보험 재정의 문제이다. 다행히도 최근 건강보험 재정은 약 8조원의 누적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 재정여력 덕분에 4대 중증질환 및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장성 강화 계획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할 때, 언제 또 다시 재정위기가 다가올지 모른다. 그때를 대비해서 건강보험료 및 국고 지원, 건강증진 부담금으로 대표되는 건강보험관련 공적 재원의 합리적 지원 체계를 미리 재정비해 놓아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주요 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우리나라는 건강보험료율, 국고(세금) 지원액 등에서 상당히 적은 기여비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둘째는 4대 중증질환 이외의 질환에 대한 보장성 확대 계획 마련이다. 박근혜정부 초기 왜 4대 질환에 국한해서 보장성을 강화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어 왔다. 최근에는 우선순위의 문제로 이해되는 분위기이지만 언제든 또 다시 제기될 주제이다.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기 위한 디딤돌 되길

 

이를 위해 박근혜정부에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와 더불어 다른 질환들의 보장성 확대를 위한 로드맵도 차분하게 준비해 놓아야 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사후 치료비 보상 위주의 현행 패러다임을 사전 예방적 시스템으로 바꿔 나가는 것이다. 이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에 해당한다. 한 예로 일차 의료체계의 강화를 위해 만성질환 교육 및 상담에 해당하는 급여체계 신설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때이다.

이상과 같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우리나라 국민들을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운 선진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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