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당신은 우리의 죽음을 요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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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당신은 우리의 죽음을 요구하는가?
  • 차미경 기자
  • 승인 2014.05.12 10:19
  • 수정 2014-05-12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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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수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세월호 침몰로 온 국민은 슬픔에 잠겨 우울하고 침울한 상태이며 아이들을 지켜내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지상파 방송은 물론 케이블 티브이 등은 정규방송을 접고 세월호 침몰 관련 뉴스를 쉬지 않고 내보내고 있다.

이러한 방송의 영향으로 국민들이 더더욱 침통한 분위기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그렇게 우리나라 전역에 보도되고 있는 시점에 또 하나의 죽음이 있었으니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슬퍼해주지 않고 언론에 보도조차 되지 않은 의도된 타살이라고도 할 수 있는 죽음이 있었으니 바로 3급 장애인 송국현 씨의 죽음이다.

송국현 씨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사고로 뇌병변 장애를 가지게 되었고 그 이후 중증장애인을 돌볼 수 없었던 가족들은 그를 장애인시설로 보냈다.

시설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자신이 원해서 시설에 간 것이 아니라 가족에 의해 보내졌든지 아니면 버려졌든지 둘 중 하나다.

송국현 씨는 그 이후 23년을 시설에서 살았고 푸르디 푸른 젊은 시절을 다 허비하고 50이 되어서야 자립생활을 접하게 되었고 시설을 나올 수 있었다.

경증이든 중증이든 장애정도에 따라, 생활환경에 따라 자립생활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것이 활동보조서비스이다. 송국현 씨는 활동보조를 신청하기 위해 장애인등급 심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3급 판정으로 등급이 하락으로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격에서 탈락하였다.

그 과정에서 자립을 준비하며 생활하던 체험홈에 화재가 발생했고 그는 피하지 못했고 3도의 화상을 입고 중환자실에서 며칠을 보낸 후 그렇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일전에 나에게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금은 자립을 해서 혼자 생활하고 있지만 15년쯤 전인 듯하다.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고 그때는 활동보조서비스조차도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어머니가 집을 비운 뒤 혼자 있는 동안 바로 한치 앞 내 머리 위 천장 형광등에서 불길이 치솟고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당연히 전기 퓨즈가 내려가고 전기가 차단되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기는 차단되지 않았고 불길은 퍼져 나갔고 내가 않아 있는 한치 앞에 타기 시작한 화재의 잔재물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119에 신고를 하고 가까운 이웃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이웃의 도움으로 참사를 모면 할 수 있었다.

그동안 안타까운 죽음이 많이 있었다. 김주영, 허정석, 파주 남매, 그리고 아직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허정석 씨까지…무고한 죽음이 있었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오직 하나 활동보조 24시간 보장이었다.

자립생활을 시작한 지 어언 10년이 넘었다. 초창기 자립생활을 배우며, 일하며 그리고 열정적으로 운동을 했었다. 나의 삶이, 우리 장애인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10여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증장애인의 삶은 척박한 것 같다. 활동보조도, 이동권도, 그리고 소득보장도 여전히 우리들의 피를 부르고 있다.

천하보다도 귀하다는 소중한 생명을 얼마나 더 죽음으로 내몰아야 만이 중증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 받을 수 있을 것인지….

누군가는 나에게 말했다. 팔을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한 나에게 “야, 노경수 너는 활동보조인과 전동휠체어만 있으면 장애인도 아니야”라고. 그렇다. 이렇듯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나이지만 활동보조인만 있으며 더 이상 나의 장애는 장애가 아니다.

기본적인 일상생활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영역 안에서 한 사람의 구성원으로 나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가능하게 하는 것이 활동보조이다.

더 얼마나 많은 죽음의 사건들이 있어야 그토록 우리가 열망하는 활동보조서비스 24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 모르나, 그날이 하루 속히 올 수 있도록 우리는 더 열심히 목소리를 높이고 힘을 모아 싸워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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