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참정권 보장은 점자공보물 제작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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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참정권 보장은 점자공보물 제작부터
  • 편집부
  • 승인 2014.04.11 16:38
  • 수정 2014-04-1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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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일/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 사무국장
풀뿌리 민주주의에 근거한 지방자치의 실천을 위해 오는 6월 4일 실시되는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이제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오늘 아침도 이번 지방선거에 입후보하고자 하는 이들이 지역 내 선거구의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한 이색적인 홍보 방법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애쓰고 있음은 분명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음을 우리에게 알려 주고 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 가운데 특히 지방선거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는 지역 일군을 뽑는 선거로서 ‘얼마나 적합한 후보를 뽑는가?’는 우리들의 삶의 질 향상과 바로 직결되는 문제이다. 선거철만 되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지연, 학연 등에 기초한 주관적 판단으로 후보자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객관적 판단으로 후보자를 선택할 것인지 우리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다행인 것은 지방선거가 다시 도입된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보다 선거를 거듭할수록 정책에 기초한 주요 공약사항들을 면밀히 검토해서 투표하는 경향이 더 커지고 있다. 이제는 우리 유권자들도 후보자의 공약이 실현 가능한지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정치적 눈높이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래서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이 공감하며 일상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역별 맞춤형 공약 개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고 홍보명함 이나 선거공보물에 이를 나타내기 위한 문구 하나 하나를 결정하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여 제작해서 배포하게 되고 이 자료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공약사항을 제대로 살피기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공직선거법 제65조 제1항(선거공보물)과 제4항(점자선거공보물)에는 선거공보물 제작에 관한 내용이 거론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필수가 아닌 후보자의 선택사항(~작성할 수 있다.)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모든 후보가 선거공보물은 반드시 제작하고 있지만 점자선거공보물의 경우 득표율에 관계없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비용을 보전해 주고 있음에도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경기도 지역에 출마한 176명의 후보자 중 약 36% 정도인 63명의 후보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공보물을 만들지 않았다. 또한 지난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관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정감사에서 이석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2010년 당시 시장·군수·구청장 후보자 780명 중 387명(약 49.5%), 시·도의원 후보자 1,779명 중 1,267명(약 71.2%), 시·군·구의원 후보자 5,862명 중 4,780명(약 81.5%)은 점자형 선거공보물을 제작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상당수 후보자가 점자공보물 제작은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설령 제작했다 하여도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0년 공익선거법 개정을 통해 시각장애인의 참정권 실현과 평등권 확보를 위해 시각장애인용 점자형 선거공보물 제공을 의무화하고 점자형 선거공보 면수 제한을 삭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공직선거법 제65조 제2항에는 책자형 선거공보를 대통령 선거는 16면 이내, 국회의원 선거 및 지방자치단체의장 선거에서는 12면 이내, 지방의회 의원 선거에선 8면 이내로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동조 제4항 점자형 선거공보 관련 규정에도 이를 그대로 적용하다보니 시각장애인의 문자인 점자의 특성상 일반 인쇄물의 1/2.5정도만 수록할 수 있어 사실상 반쪽도 안 되는 공보물을 시각장애인에게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국가의 정보제공에 관한 의무는 헌법 및 장애인복지법, 국제장애인협약 등에도 명시되어 있으며, 특히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참정권) 제3항은 ‘공직선거 후보자 및 정당은 장애인에게 후보자 및 정당에 관한 정보를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정도의 수준으로 전달하여야 한다.’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현실은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각장애인은 선거와 관련된 정보가 매우 미흡한 상태에서 후보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아예 투표 참여를 포기하기도 한다. 시각장애인은 우리와 동등한 선거권을 가진 유권자이기에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동네를 적극 발전시킬 수 있는 후보자를, 옥석을 가리듯 직접 선택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실상 수박 겉핥기식의 현행 점자선거공보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시 한 번 현행 공직선거법에 대한 개정을 통해 점자선거공보물 제작이 꼭 의무화되기를 촉구하며 이번 지방선거에 참여하는 각 정당 및 후보자는 시각장애인용 점자선거공보물을 반드시 제작하여 현행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최소한의 정보라도 제공함으로써 시각장애인들이 적극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여 시각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에 앞장서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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